20세기의 저명한 복음주의자 고(故) 제임스 몽고메리 보이스(James Montgomery Boice, 1938~2000) 박사의 에베소서 강해서가 『그리스도의 몸된 교회』(원제 'The Church, The Body of Christ')라는 제목으로 최근 출간됐다.
생전 보이스 박사는 개혁주의 및 복음주의 신앙에 근거하여 성경을 평신도의 눈높이에서 알기 쉽게 설명해주기로 유명한 설교자로 이름을 떨쳤다. 또 '성경무오성국제협의회' 의장을 10년간 역임, '필라델피아 개혁신학 집회'를 27년동안 해마다 개최하는 등 성경 중심의 개혁신앙을 변호하는 일에 평생을 바쳤으며, 하버드대, 프린스턴대를 거쳐 스위스 바젤대에서 신학박사 학위를 받은 신학자이기도 했다. 마틴 로이드 존스처럼 그의 설교도 사후에 더욱 유명해졌으며, 국내에서는 창세기, 요한복음, 로마서 강해 등이 출간된 바 있다.
보이스 박사에 따르면 에베소서는 신약성경의 모든 책들 가운데 기독교의 기본적인 진리를 가장 분명하게 제시하는 책이다. 또 동시에 에베소서는 기독교의 진리를 하나님의 새로운 사회로서의 '교회'에 연결시킴으로써 실제 신앙생활 대해서도 풍성한 가르침을 준다. "즉, 우리는 어떤 사람이며, 어떻게 해서 오늘의 우리가 되었으며, 장차 어떤 존재가 될 것이며, 그런 운명에 비추어 볼 때 지금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를 독자들에게 말해주는 책"이라고 에베소서를 소개한다.
기독교의 중심 사상이라고 할 수 있는 예수 그리스도의 '구속'(救贖, 속량) 사역에 대해 보이스 박사는 어떻게 이야기하고 있을까. 신약성경에는 '구속'이라는 의미로 사용된 각기 세 가지 단어가 있는데, 첫 번째는 '아고라조'(agorazo)이다. 장터를 뜻하는 헬라어 명사 아고라'(agora)에서 파생된 말로서 '장터에서 사다'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이 단어는 '구속'이 예수님께서 인간을 위하여 값을 지불한 사건이라는 점, 즉 구속의 대가는 그리스도의 죽으심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두 번째 단어는 '엑사고라조'(exagorazo)인데, '아고라조' 앞에 '~에서부터 밖으로'라는 의미를 지닌 접두어 엑크(ex)가 첨가됐다. '장터에서 사가지고 나온다'라는 뜻을 가진 셈인데, 한번 몸값을 지불하고 산 노예는 다시 그곳으로 돌아갈 수 없다는 사상을 내포하고 있다. '한 번 구원은 영원한 구원' 임을 강조하는 것이다. "마음씨 좋고 자비심 넘치는 사람이 자기 집에서 일을 시키려고 노예를 사들이는 경우를 상상할 수 있는데, 그만 이 주인은 그 노예의 무능력에 실망한 나머지 그를 다시 팔아버릴 수 있습니다. 고대 세계에서는 이런 일이 자주 일어나서 노예의 신분은 항상 안전하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그리스도는 결코 그렇지 않습니다. 예수님께서 우리를 사셨으므로 우리는 장터 밖으로 나왔고, 결코 그곳으로 다시 돌려보내지지 않습니다. "
세 번째 단어는 '뤼'(ly)라는 단어이다. 이 '뤼'라는 말은 '놓아주다, 풀어주다, 자유롭게 해주다'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는데, 이 말에도 역시 그리스도인들을 격려해주는 사상이 내포되어 있다. 구속은 죄의 장터에서 우리를 샀을 뿐만 아니라 결코 그곳으로 되팔려가지 않는다는 것만 뜻하는 것이 아니다. 노예 시장에서 돈 주고 산 노예는 다시 노예 시장으로 팔려가지는 않는다 하더라도 남은 생애를 노예로 살아야 한다. 그러나 예수 그리스도께서 인간을 위해 행하신 것은 이런 것이 아니다. "그분은 우리를 자유의 몸으로 풀어놓아 주시려고 우리를 산 것입니다." 보이스 박사는 십자가 죽음을 통한 예수의 구속 사역을 통해 죄인이었던 인간이 영원히 자유의 몸이 되었으며, 이것을 성도들이 잘 알고 충분히 누릴 수 있기를 격려하고 있다.
에베소서에서 신앙의 실제와 관련해서 가장 토론이 활발한 본문은 에베소서 5장의 22절 이하의 권면일 것이다. 특히 22~23절의 '아내들이여 자기 남편에게 복종하기를 주께 하듯 하라. 이는 남편이 아내의 머리 됨이 그리스도께서 교회의 머리 됨과 같음이니'라는 구절은 오랫동안 많은 교회 여성들의 반발을 받고 있다. 이 구절에 대해 보이스 박사는 뭐라고 해설하고 있을까.
먼저 그는 "소위 여성해방운동을 하는 사람들은 이 가르침을 매우 불쾌하게 여기고 있다"고 인지하면서, 자신은 그러한 사람들의 "적법한 관심"을 "민감하게 수용하려고 애를 쓰고" 있다고 밝힌다. 그러면서 그가 가리키는 본문은 22절 바로 앞 21절의 '피차 복종하라'는 말이다. 그는 "성령 충만함을 받은 그리스도인이라면(에베소서 5장 18절) 누구나 이렇게 해야" 한다는 것.
그러면 왜 에베소서의 저자 바울은 특별히 남편에게 복종해야 한다고 아내들에게 말했을까? 그것은 아내가 남편과 '동등함'에 있어서 열등하기 때문이 아니다. "남성이든지 혹은 여성이든지, 부모이든지 혹은 자녀이든지, 상전이든지 혹은 종이든지 간에 모든 사람은 하나님의 형상을 따라 지음을 받았고, 하나님 앞에서 동등하게 소중합니다."
보이스 박사는, 아내가 남편에게 복종하는 것은 아내의 '자발성'을 전제로 할 때만 의미 있는 것임을 강조한다. "여자는 어떠한 남자의 제안이라도 꼭 받아들이지 않아도 됩니다. 그러나 만일 그녀가 자발적으로 그 제안을 받아들이고 결혼생활에 들어간다면, 자기를 다스리는 남편의 머리 됨을 받아들임으로써 남편에게 복종하기로 약속하는 것입니다. 이것을 반대하고 욕설을 퍼붓는 수천 명의 여자들도 있고, 여자들이 기를 쓰고 반대하도록 원인을 제공하는 수천 명의 남자들이 있다는 것도 우리는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성 그리스도인들은 하나님의 규범에 따라 살려고 갈망하며 애쓰고 있습니다."
보이스 박사가 타계한지 20년이 지났지만, 그의 목소리에는 여전히 그리스도인들의 가슴을 울리는 진리가 실려 있고, 성경 본문과 현실 사이의 줄타기도 긴장감 있게 현대인들에게 다가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