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지리아 무장세력인 보코하람이 몸값을 요구하기 위해 만든 영상에서 하나님을 찬양했던 현지 목사가 처형되었다고 21일(현지시간) 미국 크리스천포스트(CP)가 보도했다. 이에 국제 인권 운동가들이 이를 비난했다.
보도에 따르면 라완 안디미(Lawan Andimi) 목사는 지난 1월 3일 미치카에서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의 공격으로 인해 실종됐었다. 이후 온라인에 뜬 영상에서 안디미 목사가 납치범들에 의해 차량에 강제로 올라타고 있는 모습이 발견됐다.
며칠 후 안디미 목사는 동료 기독교 지도자와 주 정부 관리들에게 자신의 석방을 보장해달라고 요청하는 영상에 등장했다. 그런데 그는 이 영상에서 "모든 조건은 하나님께 달려 있기 때문에 낙담하지 않는다"면서 "하나님의 은혜로 아내와 자녀들과 모든 동료들과 함께 있을 것이다. 그러한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다면 아마도 하나님의 뜻일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월요일(20일), 현지 소식통은 안디미 목사가 살해됐다고 전했다. 이에 따르면 박해받는 기독교인들을 돕고 있는 미국 기반의 비영리단체인 SPC(Save the Persecuted Christians)에게 안디미 목사의 가족이 그의 죽음을 통보했다고 한다.
이 단체 관계자에 따르면 "납치범들은 삼비사 숲에서 그를 죽였다"면서 "안디미 목사가 자신의 믿음을 포기하지 않기 때문에 살해했다"고 한다.
또 익명의 지역 소식통에 따르면 납치범들은 석방을 위해 2백만 유로(우리돈 약 25억 원)를 요구했다고 알려졌다. 그러나 교회 공동체는 2백만 나이라(4,969.88 유로, 우리돈 약 650만 원)만을 모금 할 수 있었다고 전해졌다.
나이지리아의 탐사언론인인 아메드 살키다(Ahmed Salkida)는 안디미 목사가 지난 월요일 오후 참수됐다고 트위터를 통해 전했다. 살키다는 처형 관련 영상을 입수했고 이를 당국에 알렸다고 전했다.
CAN(Christian Association of Nigeria's chapter) 대변인은 안디미 목사의 처형에 관한 공식 성명을 발표할 계획이라며 "이번 주 아다마와 주에서 사망한 것으로 알려진 기독교 지도자는 안디미 목사 뿐만이 아니"라고 했다.
데일리 포스트(The Daily Post)에 따르면, 기독교인들을 위한 유명한 정치적 지지자인 루터란 교회의 데니스 바가우리(Denis Bagauri) 목사 역시 지난 일요일 밤 아다마와 주 지방 정부 지역의 나사라오 예렝(Nassarawo Jereng)에서 신분을 알 수 없는 총격범에 의해 살해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이슬람 국가(IS)는 최근 나이지리아에서 기독교인을 죽인 어린이 군인을 보여주기 위해 새로운 영상을 발표했다. 영상 속에서 어린이는 "흘린 모든 피에 대해 복수 할 때까지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하고 있다.
최근 몇 달 동안 보코하람과 ISWAP의 납치와 폭력이 증가하면서 목회자들을 살해하는 사건이 발생하고 있다고 CP는 전했다.
CSW(Christian Solidarity Worldwide) 메릴 토마스 크리스티안 총재는 성명에서 "보코하람 두 파벌의 부활은 이 나라의 불안감이 증가하는 것을 상징하며 나이지리아 민간인들이 그 위험 속에 처해있다"고 밝혔다.
워싱턴 D.C.에 기반을 둔 보수신학연구소 IRD( Institute on Religion & Democracy)의 종교 자유 프로그램 책임자인 페이스 맥도널은 안디미 목사의 살해 사건에 대해 페이스북을 통해 "나이지리아 정부가 아무런 활동을 하지 않는다"고 비난하며 "나이지리아 대통령은 서방의 압력없이 이것을 막기 위해 아무 것도 하지 않을 것이 분명하다. 나이지리아와 그 지역의 특사를 임명하려면 트럼프 대통령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오픈도어 USA에 따르면 지난 2019년 나이지리아에서 사망한 기독교인은 줄어들고 있었지만 보코하람의 전술 변경으로 인해 이들이 납치에 더욱 집중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SPC의 협력 파트너인 나이지리아 국제 위원회 스테판 에나다 대표는 "ISIS가 중동에서 퇴각하는 동안 나이지리아 북부에 위치한 보코 하람에서 새롭고 강력한 동맹을 찾았다. 아프가니스탄, 이라크, 시리아와 마찬가지로 불안정한 나이지리아는 이슬람 테러리스트들의 새로운 번식지가 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Open Doors USA의 2020 세계 감시 목록에 따르면, 나이지리아는 기독교 박해와 관련하여 세계에서 12번째로 최악의 국가로 평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