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탄전야예배와 감사행사(축제)를 마친 후 ‘성탄선포송’(새벽송)을 돌았다. 사생활을 중시하는 시대의 변화에 맞춰서 이웃에게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해 새벽에 도는 것을 오후 9시로 변경하고, 그에 맞게 이름도 ‘성탄선포송’으로 바꿔서 돌았다.
그러나 다른 교회들의 새벽송 팀은 보지 못했다. 몇 년 전만 해도 아주 드물게 다른 교회 새벽송 팀을 볼 수 있었는데 우리교회가 있는 지역에서는 우리교회만 남은 것 같다.
내가 중고등부였을 때는 새벽송을 돌다가 다른 교회 새벽송 팀을 만나면 오랜 친구를 만난 것 같은 반가움을 느끼며 서로 반갑게 “메리 크리스마스”라고 인사했었다. 어두워서 얼굴도 잘 보이지 않았지만, 예수님의 탄생을 전하는 그리스도의 한 지체라는 의식이 작용했을 것이다.
올해(2019년)도 우리 교회 아이들은 어른 들과 함께 새벽송을 도는 것을 즐거워했다. 삼삼오오 한 팀이 되어서 밤길을 걸으며 수다도 떨고 성도님들의 가정을 방문해서 성탄송을 부르고, 축복기도를 하고, 가끔 성도님들의 가정에서 다과를 대접받기도 하는 것을 즐거워했다.
새벽송이 나에게 아름다운 추억이 된 것처럼, 분명히 우리 아이들에게도 즐겁고 아름다운 추억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다.
그러나 인류의 구원을 위해오신 예수님의 탄생을 전하는 아름다운 전통이 우리교회를 끝으로 사라질지 모른다는 두려움, 새벽송의 전통이 그저 한국교회사에 한 줄로 남아버리는 것은 아닐까 하는 걱정이, 새벽송을 다녀와서 기뻐하는 우리교회 아이들의 모습과 오버랩 되어 미소를 지으면서도 한편으로는 마음이 착잡하다.
우리 민족은 추석을 2천년이나 지켜오고, 유대교는 그들의 절기를 4천년이나 지켜가고 있는데 우리 한국기독교는 좋은 전통들을 100년도 못 지키고 있다. ‘새벽송’뿐만 아니라, ‘주일저녁예배’, ‘금요철야예배’, ‘새벽예배’도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그 이유는 전통이 갖고 있는 본질(의미)에 초점을 맞추지 않고, 배고픔, 질병 등 물질과 육적 문제들을 해결하는 방편으로 접근했기 때문일 것이다. 이런 세속적 접근방식은 하나님께 기쁨이 되지 못하고 바리새인들처럼 주님께 책망만 받을 것이다.
전통을 중시했던 바리새인들이 예수님께 책망 받은 것은 율법과 전통을 고수했기 때문이 아니라, 율법과 전통이 갖고 있는 아름다운 본질을 무시하고, 자신들의 필요를 채우기 위한 수단으로 전락시켰기 때문이었다.
지금 한국교회는 아이들에게 과자를 나눠주기 위해서 새벽송을 돌아야 할 정도로 가난하지 않다. 그러나 예수님의 탄생의 의미를 선포하는 것은 지금도 또 미래에도 영원히 필요한 전통이다.
한국교회의 아름다운 전통들이 사라지는 현상이, 또 한편으로는 한국교회 자체가 사라지는 불행을 낳는 신호탄이 되는 것은 아닐지 두려움이 앞선다.
한 때 당나라에서 확장되었던 경교가 자취를 감춘 역사를 볼 때, 한국교회의 소멸을 걱정하는 것을 단지 기우일 뿐이라고 생각지 않는다.
한국교회가 한국역사 속에서 계속해서 부흥하고 영혼구원의 사명을 감당하기 위해서는, 한국교회의 아름다운 전통들이 사라지는 원인을 분석하고, 세속주의로 전락해서 주님께 책망 받고 역사에서 자취를 감춘 바리새인들을 반면교사 삼아야 한다. 그리고 복음의 본질에 충실하여 오순절 성령강림과 함께 큰 부흥을 일으키고 세계 선교의 출발점이 되었던 성경의 초대교회에서 길을 찾아야 한다.
새벽송의 길목에서, 한국교회가 교회의 본질을 회복하고 한국교회의 아름다운 전통들을 수천 년을, 주님이 다시 오시는 날까지 물려줄 수 있기를, 더불어 세계 교회로 수출되는 보석 같은 전통들을 생산해내기를 간절히 기도한다.
◈김영태 목사는 순복음신학교와 서울기독대학교를 졸업하고 호서대연합신학대학원과 순복음대학원대학교에서 각각 신학석사 학위를 받았다. 기독교대한하나님의성회 고양지방회 회장을 역임했으며, 현재 덕양지방회 회장과 참빛순복음교회 담임목사로 섬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