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은 지금 정치적, 사회적으로 최악의 상황에 빠졌다. 보수와 진보, 우파와 좌파의 대결이 극에 달해 있고, "너를 죽여야 내가 산다"는 극단적 갈등과 대립, 충돌이 계속되고 있다. 아직 선진국 수준에 이르지 못한 한국은 그동안 정치적 혼란이 항상 있어왔지만, 양 세력 간에 이렇게 심각한 충돌이 벌어지고 있는 것은 해방과 건국 과정에서 벌어진 충돌 이후 처음이라 해도 지나치지 않다.
특히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 과정에서 국론은 심각하게 분열됐다. 촛불과 태극기로 대변되는 양 진영은 이제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갈라졌다. 영토만 같을 뿐, 사실상 이 영토 안에 다른 두 나라, 두 민족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한국의 이러한 정치적, 사회적 갈등은 지금 모두가 인정할 수 밖에 없고, 더 나아가 실제로 목격하고 있는 심각한 국가적 위기를 초래하고 있다.
우리나라 헌법은 대통령에 대해서 내란과 외환의 사유가 아니고서는 소추되지 않도록 하면서 최대한 안정적 임기를 보장하고 있는데, 대통령을 위한 것이 아니라, 그의 권력을 지켜주기 위해서가 아니라, 오히려 국가의 정치적, 사회적 안정을 위한 것이다. 그러나 적지 않은 대한민국 국민들은 대통령에 대한 탄핵을 원했고, 광장에 모여 대통령, 특히 언론과 정치인, 대법관들을 강하게 압박했다. 그 결과, 대통령은 임기를 1년 앞두고 탄핵을 당하고 말았는데, 탄핵은 약 3개월 여 만에 속전속결로 이루어졌다. 이렇게 서두르다 보니 반대자들도 완전히 승복할 정도로 검증과 프로세스가 부족한 점이 있었고, 탄핵 이후 이에 대한 지지세력과 승복하지 못하는 반대세력의 갈등으로 이어지면서 지금과 같은 파국에 이르렀다. 이 분열과 갈등은 당분간 계속 지속되면서 대한민국을 최악의 터뷸런스 속으로 끝없이 몰아넣을 것이다. 그래서 대한민국을 바라보는 마음은 암담하기 그지 없다.
최근 미국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 대한 탄핵이 미국 하원을 통과했다. 하지만 탄핵을 겪은 미국과 한국의 풍경은 자뭇 다르다. 한국은 지금 극도의 혼란에 빠졌지만, 미국은 이 탄핵이 아무런 생채기조차도 만들지 못하고 있다. 왜냐하면, 미국 하원의 탄핵 결정이 끝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제 상원을 통과해야 한다. 미국은 행정, 입법, 사법 간의 철저한 권력분립이 이루어져 있고, 의회조차도 분립이 이뤄져 상하원이 서로를 견제한다. 그리고 이러한 장치는 결국 미국의 놀라울 정도의 정치적, 사회적 안정을 가져온다. 물론 아주 복잡한 프로세스지만, 그리고 이 프로세스가 비효율적으로 보이지만, 실제로는 빠른 프로세스보다 정치적, 사회적으로 더 나은 결과를 가져온다. 이성이 감정에 의해 지배를 당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폭민주의를 억제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가장 최근에 생긴 신생국 중에 하나인 미국은, 이전 국가들에 대한 면밀한 연구와 검토 끝에 지금과 같은 시스템과 체제를 가진 나라를 만들었다. 그리고 그 결실을 톡톡히 따먹고 있다. 설령 트럼트 대통령에 대한 탄핵이 미국 상원을 통과하더라도 대한민국과 같은 혼돈은 일어날 가능성은 높지 않다. 오랜 기간에 걸친 철저한 프로세스를 거친만큼, 대통령 본인도, 정치인도, 국민들도, 특히 탄핵 반대 세력도 그 결과에 대해 순순히 수용하고 승복하기 때문이다. 워터게이트에 휘말린 리처드 닉슨 대통령도 탄핵이 상원을 통과할 것이라고 판단해 스스로 물러났다.
미국은 국민의 여론조차도 견제된다. 민주주의의 요체는 다수결이지만, 다수의 여론이지만, 미국은 이 여론조차도 한국처럼 힘을 쓰지 못한다는 것이다. 바로 더 많은 국민의 표와 지지를 얻은 대통령이 실제로는 대통령이 되지 못하는 것이 그 대표라고 할 수 있다. 지난 미국 대선에서 힐러리는 득표수에서는 트럼프를 이겼지만, 실제로 대통령이 된 것은 힐러리가 아니라 트럼프였다. 한국에서는 상상도 못할 일로, 심지어 폭동이 일어날 수도 있을만한 일이지만, 미국에서는 이것이 엄연한 현실이며 국민들도 수용하고 승복한다. 미국은 국민 다수의 표가 아니라 50개 주와 워싱턴D.C.를 각각 한 나라처럼 여기면서, 각 주를 많이 차지한 사람이 유리하도록 장치가 되어 있다. 또한 국민의 여론을 존중하지만 절대적인 힘을 가지지는 못하도록 강력한 대의민주주의가 자리잡혀 있다. 그리고 서로가 서로의 권력을 견제하는 이러한 시스템은 미국의 안정적 발전이라는 최선의 결과를 낳고 있다.
미국은 흔히 진보의 상징처럼 여겨진다. 하지만 실제로는 진보적인만큼 보수적이다. 미국에 살아본 이들은 미국의 보수성에 혀를 내두른다. 그리고 이는 미국의 급진적이고 과격한 개혁이나 혁명을 완전히 차단한다. 아예 원천봉쇄한다. 그래서 총기 소지의 자유까지 있지만 건국 이래 단 한 번의 혁명도 일어나지 않은 나라가 미국이다. 다른 말로 하면, 미국은 이전부터 만든 법과 제도를 존중하고 철저하게 지키며, 이를 함부로 훼손하거나 바꾸려고 하지 않는다. 오늘날 단 시간에 세계 최강대국이 된 미국의 비결로 많은 사람들은 미국의 정치적, 사회적 안정을 꼽는다. 다른 말로 하면, 법과 제도, 체제와 시스템이 철저한 권력분립의 구조로 되어 있어 과격하고 급진적인 변화가 일어나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런 시스템이 비효율적일 것처럼 생각될 수 있지만, 오히려 단시간에 역사상 유래가 없는 세계 최강대국이 될 수 있는 탁월한 기틀이 됐다.
현재 대한민국의 문재인 정부는 일각에서 '독재'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박정희 정권 등을 독재로 규정했던 그들은, 스스로 독재라는 비판을 받는 아이러니한 상황에 놓여 있다. 52시간 근무제, 최저임금제, 탈원전, 공수처 설치, 평등 일관 교육정책 등에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지만, 이 정부는 이러한 목소리를 모두 무시하고 오직 '마이 웨이'를 선언한다. 그리고 국회와 사법, 언론 등을 모두 대통령과 청와대의 시녀로 만들려고 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는다. 이들은 그것이 절대 선이고, 또 나라와 국민들에게 낫다고 생각하는 듯 하다. 그리고 자신들의 뜻을 관철시키기 위해 철저하게 중앙집권적인 권력 구조를 만들려고 한다.
하지만 미국은 오히려 권력분립이 더 낫다고 말한다. 그리고 이번 트럼프 대통령 탄핵 사건에서 보듯이, 대통령의 탄핵조차도 한국과 같은 국가적, 정치적, 사회적 위기로 연결되지 않는다. 권력분립의 핵심은 이것이다. 인간은, 정부는, 그리고 그 어떤 조직과 단체라 할지라도 완벽하지 않고, 적절한 권력분립과 견제가 이뤄지지 않으면 폭주하는 괴물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아무리 선의로 가득한 개인과 조직이라 할지라도, 거기에 악셀레이터만 있고 브레이커가 없다면, 그것은 사망의 질주가 될 수밖에 없다. 그것은 삼척동자도 알 수 있는 자명한 일이 아닌가? 문재인 정부도, 그리고 대한민국의 국민들도 이 단순한 사실을 인정하고, 달콤한 말만 하는 간신이 아니라 악마의 대변인(Devil's Advocate)을 두고 그의 존재를 존중해야 한다. 철저한 권력분립을 통한 견제와 감시를 추구해야 한다. 특히 빨리 빨리를 추구하는 한국인의 기질상, 여기에 제동을 걸 수 있는 안정적인 권력분립의 시스템은 반드시 필요하다. 문재인 정부는 중앙집권적 권력 구조를 만들려고 하지 말고 오히려 권력분립을 더 강화해야 한다. 대통령의 탄핵이라는 상황을 겪은 두 나라에서 나타나는 차이에서 배움을 얻는 지혜가 있기를 기대한다. 지금은 진정으로 대한민국의 만세를 위해 냉정하고 차분한 고민과 생각이 필요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