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일보 조은식 기자] 행동하는 신학자들과 목회자들의 모임인 '샬롬을꿈꾸는나비행동'(이하 샬롬나비)이 2019년 성탄절을 맞이해 "우리가 겸손과 소망과 정의를 실천해야 한다"고 다짐하고, "그리스도인들은 오블리스 노블리주, 사회통합, 소회계층과 북한주민사랑을 구현하자"고 당부했다.
샬롬나비는 성탄 메시지를 통해 "아기 예수가 영광을 버리고 낮은 곳으로 임한 것처럼 우리는 겸손을 실천해야 할 것"이라 말하고, "새해에는 불안보다 희망이라는 단어가 실현되는 사회를 만들어 가야 할 것"이라 했다. 또 "공공의 가치를 우선시하고 정의로운 사회를 만들어 가야 할 것"이라며 여야 정치인, 사회 지도자들, 한국교회 등에 당부의 말을 전했다. 다음은 성탄 메시지 전문이다.
<샬롬나비, 2019년 성탄절 메시지>
"예수님 탄생하신 성탄절을 맞이하여 우리가 겸손과 소망과 정의를 실천해야 하겠다."
"그리스도인들은 오블리스 노블리주, 사회통합, 소회계층과 북한주민사랑을 구현하자."
한국 사회는 세대의 갈등, 이념의 갈등 그리고 남녀 및 지역의 대립으로 인한 사회적 분열이 극에 달해 OECD 국가들 중에서 사회적 갈등지수가 2위로 높다는 평가도 있다. 이러한 사회적 분열과 갈등으로 인한 사회적 비용이 너무나도 많이 들어가고 있다. 그 비용에 대한 추산은 82조에서 246조까지 이르고 있다. 그와 함께 집단 이기주의로 인해 서로간의 이익을 우선시 하는 사회에서 무엇보다 양보와 통합을 이뤄나가야 한다.
아기 예수는 하늘의 무한한 영광을 버리고 로마제국의 군사적 지배와 사회 계층 간의 갈등이 높았던 유대 땅 베들레헴의 낮은 땅에 목수의 아들로 태어났다. 그가 태어날 때 천사들은 “지극히 높은 곳에서는 하나님께 영광이요 땅에서는 하나님이 기뻐하신 자들 중에 평화로다”(눅2:14) 찬송하였다. 이와 같은 주님은 우리에게 평화를 주기 위해서 몸소 높은 곳에서 낮아지는 겸손을 보여 주셨다. 이제 곧 성탄의 기쁨이 온 누리에 펼쳐질 것이다. 연말연시 소외되고 가난한 이웃을 위해 오신 예수 그리스도의 모습처럼 샬롬나비는 한국 사회에 다음과 같이 통합을 위한 방향을 제시한다.
1. 아기 예수가 영광을 버리고 낮은 곳으로 임한 것처럼 우리는 겸손을 실천해야 할 것이다.
우리 사회는 오늘날 양극화와 갈등으로 상처만 남아 있는 곳이다. 우리는 지나친 이기주의로 인해 배려와 겸손의 미덕을 상실하고 있다. 아기 예수의 탄생은 높은 자리에서 낮아짐을 통해 겸손과 돌봄을 실천하기 위한 것이었다. 하지만 우리는 예수의 겸손과 돌봄의 정신을 잊어버리고 서로에 대한 존중과 배려보다는 이기주의에 젖어있다.
“우리가 아직 죄인 되었을 때에 우리를 먼저 사랑하신” 주님께서 ‘네 이웃을 내 몸과 같이 사랑하라’고 말씀하신 그 사랑의 정신을 이어받아야 할 것이다. 예수는 우리에게 지금 ‘누가 네 이웃이냐?’라고 질문하고 있다. 우리는 어쩌면 스스로의 이웃이 되기를 포기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우리는 예수의 질문에 답해야 한다. 우리의 이웃은 바로 내 옆에서 도움이 필요하여 도움을 청하는 이들이다. 우리는 이들에게 겸손과 사랑과 포용의 자세로 다가가서 그들과 함께 살기 좋은 세상을 만들어 나가야 할 것이다.
2. 새해에는 불안보다 희망이라는 단어가 실현되는 사회를 만들어 가야 할 것이다.
한국 사회는 이미 희망이라는 단어를 상실한 채 살고 있다. 특히 20~30대의 젊은 세대에게서 희망이라는 단어는 사치로 여겨지고 있다. 이들은 한국 사회에서 자신의 노력을 통해 꿈을 실현할 수 없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추지현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의 조사에 따르면 청년 10명 중 8명 이상이 한국사회를 ‘헬조선’이라고 생각하고 있고, 기회가 되면 한국을 떠나 살고 싶다는 ‘탈조선’ 응답도 75.4%에 달했다. 이런 사회에서 우리는 올 한 해를 반성하고 다가오는 새해에는 청년층들이 희망을 가지고 용기를 낼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야 할 것이다.
우리는 무엇보다 다음 세대를 위한 사회를 만들어가야 할 사명을 가지고 있다. 젊은이들이 꿈을 꾸고 미래를 설계하여 세상을 당당히 나아갈 수 있도록 우리 모두는 노력해야 할 것이다.
지금 많은 젊은이들에게 꿈을 물어보면 당장 답을 할 수 없다고 말한다. 그 만큼 이 사회는 꿈을 이루기에 너무 힘든 곳이라는 것을 말해준다. 우리는 청년들이 꿈을 위해 도전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가야 할 것이다.
3. 공공의 가치를 우선시하고 정의로운 사회를 만들어 가야 할 것이다.
우리가 사는 사회에서는 늘 사적인 이익과 공적인 이익 사이에서 갈등이 빚어진다. 소위 님비현상과 같은 사회적 논란들은 대다수 지역 이기주의에서 빚어진 것들이다. 이처럼 우리는 공적인 가치보다는 사적인 이익을 더욱 우선시 하고 있는 안타까운 모습들을 보고 있다. 하지만 사회는 사적인 이익을 보장하는 동시에 공적인 이익도 우선시되어야 한다.
한국 사회에서는 무엇보다 정의가 우선시되어야 할 것이다. 쉽지 않은 마이클 샌델(M. Sandel)의 《정의란 무엇인가》라는 책이 한국에서 100만권 이상이 팔릴 정도로 한국사회는 정의에 목말라하고 있다. 샌델은 그의 저서에서 공동체에서 추구되어야 할 것은 ‘정의’라고 말한다. 정의는 어떠한 기준이나 상황에 흔들리지 않는 하나의 원칙이다. 우리 모두가 인정하고 추구해야할 정의는 어떠한 환경에서든 흔들림 없이 지켜져야 하는 핵심 가치이다. 이처럼 우리는 흔들리지 않는 공정함과 정의로운 사회를 만들어 가는데 최선을 다해야 한다. 무엇보다 사회 구성원들은 공공의 가치를 인정하고, 모두가 정의로운 사회에서 자신의 꿈과 비전을 향해 달려 갈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4. 오늘날 여야 정치인들은 자기들의 당파적 이익 아닌 국가적 정의를 추구해야 한다.
오늘날 한국 정치현실은 무한한 대립과 양육 강식의 살벌한 투쟁 속에서 국민들은 불안하기만 하다. 나라와 국민의 안전을 위한 선한 투쟁이 아니라 공수처법과 연동형 선거법을 두고 국민은 염두에 없고 자기 당의 득표이익에만 머리를 굴리는 파당적 계산과 싸움에 실망하고 있다.
진정한 지도자는 자신을 내어주는 희생과 헌신의 태도와 삶을 보여주어야 한다. 오늘날 우리 정치는 전부 아니면 무라는 극단의 권력 투쟁 속에서 너무나 살벌한 현실이 전개되고 있어 나라의 미래는 불안하기만 하다. 여야 정치인들은 깊은 반성을 해야 할 것이다. 정치인들과 정부 공직자들은 성탄에 낮아지시고 자기를 내어주신 예수의 희생 정신을 깊이 성찰하기 바란다. 자신을 희생하고 자기 당을 희생하고 국가와 민족의 미래를 살리는 진정한 지도자 정신이 이 성탄절에 우리 사회 여야 정치 지도자들 사이에 각성되기를 바란다. 당파적 이익 아닌 국가적 정의와 대로(大路)를 추구하기 바란다.
5. 사회 지도자들이 솔선수범하여 노블리스 오블리주의 가치를 실천해야 할 것이다.
연말연시가 되면 광화문에는 사랑의 온도계가 세상을 따뜻하게 만든다. 올 연말연시에는 사랑의 온도계가 얼마나 올라갈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가 그 온도계를 높이는 방법은 노블리스 오블리주를 실천하는 것이다.
빌 게이츠와 워렌 버핏을 비롯해서 많은 CEO들은 자신의 재산을 사회에 환원한다. 그들은 자신의 막대한 부를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는 사용하지 않고 사회에 기부했다. 그들의 기부를 통해 사회적 약자들은 많은 기회를 얻을 수 있다. 그들의 기부로 교육과 의료 혜택을 수 많은 사람들이 누릴 수 있게 된다.
그리고 얼마 전 한국에서도 영화배우 원로인 신영균씨도 500억원을 기부했다. 그는 "가져갈 건 성경책 하나"라는 말을 하고, 자신의 재산을 사회를 위해 사용하는데 주저하지 않았다. 이처럼 많은 사람들이 사회적 기부에 참여하고 노블리스 오블리주를 실천한다면 이 사회는 더욱 희망으로 가득할 것이다.
6. 세대의 갈등, 이념의 갈등, 남녀와 지역 차별 등 다양한 분열을 극복하고 사회 통합을 이뤄나가야 할 것이다.
우리 사회는 오늘날 심각한 갈등이 야기되고 있다. 세대의 갈등과 이념의 갈등을 넘어 많은 사람들이 여러 이유로 차별을 당하고 있다. 우리 사회가 처해 있는 다양한 차별받는 현실은 단지 개인의 차원이 아니라 공동체 전체로 확대되고 있다. 특히 양극화로 인한 빈부의 차이는 사회 전반의 안전망을 위협하고 있다.
예수님은 인간의 죄로 인한 고통과 갈등을 해결하고 세상의 평화를 전해주기 위해 탄생하셨다. 우리는 이런 평화가 도래하는 연말연시 성탄절에 다시금 소중한 통합의 메시지를 세상에 전해야할 것이다. 예수는 왕으로 온 것이 아니라 섬기기 위해 마굿간에서 태어났다. 사회적 약자들과 아픈 사람들을 위해 그들과 대화하면서 그들의 아픔을 달래 주었고 치료해주었다.
우리는 예수의 삶의 방식처럼 사회적 약자에게 먼저 다가가야 할 것이다. 그들의 아픈 상처를 싸매어 주고 치료해 주면서, 갈등의 여러 요소들을 대화로서 풀어나가야 할 것이다.
7. 한국 교회는 소외되고 아픈 사람들을 위해 헌신해야 할 것이다.
교회의 가치는 공적인 정의를 위해 헌신해야 한다. 예수는 몸소 낮은 자리에서 아픈 자에게 먼저 다가갔다. 아픈 사람이 예수에게 다가 올 때 제자들은 그를 물리쳤다. 하지만 예수는 제자들을 호통하고 아픈 사람이 자신에게 올 것을 허락했다.
한국 교회는 실의에 빠져 있는 사회적 약자들과 외국인 근로자들, 독거 어르신들 등 많은 이들에게 다가가 사랑을 베풀어야 할 것이다. 예수의 가장 큰 가르침은 이웃을 내 몸과 같이 사랑하라고 한 것이다. 한국 교회는 이런 사명을 잘 감당할 때, 이 사회에서 온전한 빛과 소금의 역할을 감당할 수 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8. 한국교회는 성탄절을 맞이하여 북한의 동포들의 어려움을 생각하며 그들의 구원을 위해 기도해야 하겠다.
예수님이 이 땅에 “포로된 자에게 자유를, 눌린 자를 자유롭게”(눅4:18) 하려고 오셨다. 이 땅에서 3대에 걸친 독재정권의 하에서 가장 무겁게 포로된 자들이 북한 주민이고, 말할 수 없는 인권 탄압 하에서 짓눌리고 있는 사람들이 북한 동포들이다. 우리들은 주님의 탄생을 맞이하면서 북한 땅에 죄로부터 자유와 독재정치로부터의 자유, 인권 탄압의 짓눌림으로부터의 자유를 위해 기도하며 통일을 위해 나아가야 하겠다. 남북분단은 인간 죄악의 가장 깊은 고통의 산물이고, 그 중에서 북한은 그 고통의 가장 깊은 수렁이다. 올 해 성탄을 맞이하여 우리가 북한사람들의 손을 잡아주며 사랑을 나누며 우리 동포임을 확인해야 하겠다.
2019년 12월 20일
샬롬을 꿈꾸는 나비행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