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일보 조은식 기자] 종교개혁자 츠빙글리(H. Zwingli, 1484-1531)가 오늘날의 한국 사회를 바라본다면 어떤 이야기를 해줄 수 있을까. 주도홍 교수(백석대 역사신학)는 "용병제도를 통해 물질의 노예로 전락한 스위스를 영적 눈으로 직시하며 외쳤던 그의 선지자적 경고는 오늘의 자본주의에서 자본의 노예로 전락한 우리에게도 힘있게 들려온다"고 했다.
지난 14일 프레지던트 호텔에서는 제21차 '2019 개혁교회 종교개혁 500주년 기념대회'가 열렸다. 개회예배에서 주도홍 교수는 "종교개혁자 츠빙글리의 스위스 연방에 대한 간곡한 경고(1524년)"란 제목의 설교를 통해 츠빙글리의 눈으로 현 한국 사회를 바라봤다. 츠빙글리는 당시 스위스 취리히에서 타락한 중세 교황교회를 대적해 오직 말씀과 하나님의 영광을 위해 그리스도 예수가 주인이 되는 교회, 세상을 변화시키는 능력 있는 교회가 될 것을 외쳤다. 그저 수도원식으로 예배당에 갇힌 교회가 아니라, 이 땅에 하나님 나라의 편만을 원했다.
그러는 중 1522년과 1524년 두 차례 그는 당시 많은 문제를 가지고 있는 스위스 연방에 대하여 강력한 경고를 했는데, 특히 츠빙글리는 스위스 연방이 젊은이를 돈을 받고 타국의 군인으로 팔아먹는 용병제를 반대하며 바르게 살 것을 호소했다. 주 교수는 "오늘 한국교회가 처한 21세기 한국의 현실과는 다르지만, 16세기 스위스가 당면한 정치적 문제를 종교개혁자 츠빙글리가 어떻게 풀어내는지를 주목하며, 한국교회가 역사적 교훈과 지혜를 얻었으면 한다"고 했다.
주도홍 교수는 츠빙글리에 대해 "사람들이 하나님을 떠날 때, 윤리적 타락을 가져오며, 결국 정치적이며 사회적 악으로 드러난다고 생각했다"고 밝히고, "츠빙글리는 정치와 종교의 문제가 별개로 존재할 수 없음을 인식하고, 사회악은 그 근원에 영적 문제가 도사리고 있음을 간파한다"면서 "스위스가 왜 용병제도를 허락하는지, 그로 인해 어떤 문제가 찾아오는지를 조목조목 지적하고 호소함으로써, 츠빙글리는 종교개혁의 정당성을 설파하며, 위기를 만난 종교개혁의 불씨를 다시 살려내고자 했다"고 전했다.
이어 "하나님을 잃어버린 세상이 극단적 이기심에 빠져 바른길을 잃어버린 채 사치와 방탕으로 치닫고 있는데, 16세기 츠빙글리의 경고는 우리에게도 낯설지 않다"고 밝힌 주 교수는 "마치 물질주의에 빠진 오늘 21세기 한국교회를 향해 들려주는 종교개혁자 츠빙글리의 엄숙한 경고로 받아도 전혀 문제 되지 않는다"고 했다.
주 교수는 "짚어야 할 점은 '개혁교회의 아버지' 츠빙글리에게 신앙과 상관없는 인간사는 없다는 점"이라 지적하고, "모든 일이 하나님의 손안에 있다"며 "한국교회는 Reformation을 종교개혁 내지는 교회개혁으로 축소 번역하여 이해하지만, 그 개혁에는 정치와 교회를 분리하는 이원론적 이해가 자리하고 있지 않다"고 했다. 그는 "물론 츠빙글리에게 역할에 있어서 목사와 정치인은 분명한 구별이 필요하지만, 설교자는 모든 세상을 하나님의 눈으로 바라보고 진단하여 하나님의 순전한 말씀을 세상의 회개와 바른길을 위해 외쳐 모든 삶에서 하나님의 영광이 충만하도록 해야 한다는 사실을 명확히 한다"고 했다.
그는 "한국교회가 츠빙글리의 중요한 통찰인 세상의 분열과 타락은 영적 죄악, 영적 타락에 뿌리를 두고 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며 "분열의 땅에 존재하는 한국교회의 바른 자세는 먼저 회개의 무릎을 꿇는 것이며, 그런 후 하나님의 말씀으로 돌아와 물신주의와 욕망을 떠나 심령이 가난한 자로서 영적 생명을 회복하는 것"이라 했다. 무엇보다도 "한국교회는 하나님의 말씀 위에 굳건히 서야 한다"고 강조한 그는, "한국교회는 하나님의 주권과 섭리를 확신하고 그분을 두려워하고 경외하는(Ehrfurcht) 성경적 교회이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행사에서는 "카타리나 폰 짐머른:스위스 종교개혁과 여성"(정미현) "쯔빙글리와 재세례파: 쯔빙글리가 밝힌 ‘취리히 형제회’의 이단성"(박상봉) "츠빙글리와 칼빈의 실천적 삼단논법 연구: 칼빈의 실천적 삼단논법에 대한 영향사적 고찰"(조용석) 등의 논문발표가 이뤄졌다. 주도홍 교수는 백석대 전 부총장으로, 한국개혁신학회 회장 및 기독교통일학회 회장, 대한예수교장로회 총회(백석) 남북위원장 등을 역임했으며, 현 2019년 스위스종교개혁 500주년 기념대회장으로 섬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