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일보 조은식 기자] 진화론 그리고 창조론. 거대한 세계관의 전쟁이라고 까지 표현되는 두 사상의 대립은 현대 기독교인들에게 많은 생각거리들을 던져준다.
최근 한국장로교총연합회(대표회장 송태섭 목사) 산하 목회자 연수원(원장 박봉규 목사)이 시대에 맞는 적절한 지식과 교양을 장로교 목회자들에게 제공하고자 '가을 학기 회원교단 목회자 연장 교육과 재교육'을 실시한 가운데, 케리그마신학연구원 허정윤 박사(Ph.D. 역사신학)가 "진화론 비판과 기독교 창조론"을 주제로 강연을 전했다.
허정윤 박사는 강연을 통해 "창조냐 진화냐 두 가지 의문 사이에서 문제는 어느 쪽을 믿느냐에 따라 그 사람의 세계관이 정반대로 달라진다는 점"이라 지적하고, "결국 창조론자들과 진화론자들 사이에 사회적 윤리를 공유할 수 없다는 문제가 제기된다"며 "더불어 살아가야 하는 인간사회에서 이 윤리관의 차이는 엄청난 갈등을 초래하는 원인의 하나"라 했다.
더불어 허 박사는 "창조론을 신앙의 토대로 삼고 있는 기독교 입장에서 무신론에 바탕을 둔 진화론자의 잘못된 세계관을 교정해야 하는 것은 물론, 선교를 하지 않을 수 없는 과제를 갖고 있다"며 "기독교 창조론자와 진화론자 사이에서 논쟁이 일어나고 있는 이유는 바로 이 문제 때문인데, 창조론자로서 진화론을 제대로 반박하지 못한다면, 그는 진정한 기독교 창조론자가 될 수 없다"고도 했다. 하나의 이론만 알고 그것의 경쟁이론을 모른다면, 그런 지식은 학문적으로 불구에 지나지 않다는 것이다.
허 박사는 "사실 진화론이란 겉으로 보기에는 과학적으로 그럴듯한 이론을 제시하고 있지만, 알고 보면 그 실체는 고대 자연발생론을 조금 바꾼 것에 불과"하다며 '생물학적 진화론' '화학적 진화론' '유물론적 진화론' '양자역학적 진화론' 등의 4단계를 설명한 후, 하나하나를 반박해 냈다.
창조론은 진화론에서 '보이지 않는다'는 이유만으로 신의 존재를 부정하는 것을 잘못이라 본다. 허 박사는 "진화론은 이제까지 창조주의 존재와 창조사건을 부정하기 위해 갖가지 자연발생설을 주장해 왔으나, 아직까지 실험이나 관찰에 성공한 사실이 없다"며 "진화론은 입증된 과학이론이 아니"라 했다.
반면 열역학 제1법칙에 의하면 영원히 보존되는 에너지 세계의 존재가 입증된다. 허 박사는 "그 에너지 세계는 스스로 영원히 있는 것"이라 말하고, "여기서 스스로 있는 자로서의 하나님과 스스로 있는 것으로서의 에너지 세계가 빅뱅 이전에 영원히 존재하고 있었던 자연이었음이 입증된다"고 했다.
또 그는 "고전물리학을 기반으로 하는 진화론에서 부정되었던 창조주 하나님의 존재가 이제는 양자물리학이 발전하면서 반박할 수 있게 됐다"고 밝히고, "오파린의 '생명의 기원'에 의하면, 지구에서 물질의 화학작용으로 생물이 발생해서 진화했다고 나오는데, 이와 같이 양자이론과 진화론을 적용하면, 초월적 실재이신 하나님이 빅뱅을 통해 우리 우주를 창조하셨다는 사실과 그가 우리 우주 안에 존재하지 않아도 창조주로서 권능을 행사할 수 있다는 사실이 합리적으로 이해가 된다"고도 주장했다.
허 박사는 "호킹 같은 진화론자가 양자물리학을 무신론에 인용하고 있지만, 그는 무(無)에서 자연법칙이 생겨날 수 있다는 허황된 주장을 하고 있을 뿐"이라 비판하고, "기독교 창조론자들은 과학적으로 주장하는 진화론을 과학적으로 반박하기 위해서, 또한 현대인들에게 보다 설득력 있게 설명하기 위해서, 창조론을 보다 과학적으로 재구성하는 노력을 게을리 하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더불어 "하나님의 창조를 현대적으로 이해함에 있어서 창세기의 문자주의적 해석에 집착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하고, "성경에 기록되지 않은 부분에 대해서는 과학적 데이터(data)를 살펴보는 것이 가장 유용한 방법"이라했다. 그는 "창조사건은 하나님이 마술을 부려서 일어난 것이 아니"라 말하고, "창조주 하나님이 우주의 물리법칙과 생명의 법칙을 사전에 정교하게 계획해 창조사건을 진행하신 것"이라며 "창조사건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 물리법칙과 생명법칙을 연구할 필요성이 있다"고도 했다.
허 박사는 "기독교 창조론자들이 창조의 증거물인 우주물질과 지구의 생명체를 연구해 설득력 있는 창조론을 구성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말하고, "창조론 연구에는 과학의 도움을 받지 않을 수 없다"면서 "그렇게 함으로써만 창조론의 반대 이론인 진화론의 허구성을 비판할 수 있고, 창조주 하나님과 그의 창조의 비밀을 더 잘 알아갈 수 있을 것"이라 했다.
덧붙여 그는 "카톨릭과 성공회, 개신교 일각에서 창조론과 진화론 사이에서 중간적 입장인 유신진화론을 수용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그런 입장은 개신교적 전통이라고 할 수 없다"고 했다. 또 "지적 설계론이 진화론과의 논쟁에서 새롭게 등장한 창조론의 우군으로 매우 지성적이고 유용한 과헉적 이론으로 회자되고 있지만, 정체불명의 이신론적인 신의 존재를 가정하고 있다는 점에서 기독교 창조론과 본질적인 거리가 있다"고 했다.
허 박사는 "창조론이 이제 시대에 뒤떨여져 특히 젊은이들에게 설득력을 잃어버리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 말하고, "반면 진화론은 4단계의 과정을 거치면서 다양한 방법으로 과학적 이론체계를 갖췄는데, 창조론도 고대 히브리인들의 세계관을 탈피해 과학주의 시대에 걸맞게 육하원칙에 따라 새롭게 구성되어야 한다"고 했다. 때문에 "과학적으로 입증된 자료에 대해서는 창조론에 이를 수용할 필요가 있다"면서 21세기 과학주의 시대의 기독교는 일차적으로 진화론에 대한 과학적 반론과 현대인이 납득할 수 있도록 '태초의 창조론'을 재구성할 의무가 있다"고 했다.
한편 허정윤 박사는 평택대 피어선신학전문대학원에서 박사학위(Ph.D.)를 취득했으며, 현재 창조론 오픈포럼 공동대표, 케리그마신학연구원 연구교수, 한장총 목회자 연수원 연구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저서로는 "과학과 신의 전쟁"(2018) "흑암전설" 등이 있으며, 창조론에 대한 다수의 논문과 칼럼 등을 발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