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well’s note] 곶감

©[lowell’s note]

곶감

햇빛을 머금고 발갛게 익은 감이
하나하나 씻고, 썰고, 말리는
부모의 정성을 거쳐
달디 단 곶감이 되었다.

곶감 한 입마다 녹아든
부모의 사랑은
눈물이 핑 도는 단 맛이다.

우리 집에는 감나무 두 그루가 있다. 집 앞쪽에는 대봉감나무, 뒷 편에는 단감나무가 가을이면 진한 주황색 열매를 맺는다. 따사로운 가을볕에 감이 나날이 익어갈 즈음에는 참새며 까치가 호시탐탐 감나무 주변을 맴돌고 가지가 지탱할 수 없이 익은 감은 툭 떨어져 단 내를 풍기며 주변 곤충들에게 단 속살을 내어주기도 한다.

부모님은 홍시가 되기 전 감을 따서 곶감을 만들곤 하셨다. 살살 씻어서 통째로 혹은 먹기 좋은 크기로 예쁘게 잘라 실에 엮어 시원한 바람 아래, 볕이 잘 드는 곳에 말리셨다. 자연의 시간 속에 감은 꾸덕한 곶감이 되어 한 겨울 내내 즐길 수 있는 달콤한 간식거리가 되었다. 아빠는 내가 미국에 있을 적엔 이 곶감이 그리울 거라며 당신 입에 들어갈 것까지 차곡하게 싸서 우편으로 보내셨다. 그 타향살이 속에 마주하는 곶감 한 입은 눈물이 핑 돌게 맛있었다. 진하게 녹아든 정성과 사랑 때문에...

▶작가 이혜리

이름처럼 은혜롭고 이로운 사람이길 소망하는 마음으로 하나님이 주시는 삶의 단상들을 글로 담아 내는 작가. 어릴 때는 순수함을 잃을까 나이드는게 싫었는데 그 덕분인지 지금도 말랑한 생각은 가득하고 하늘 보며 신나게 웃고 잔디에 풀썩 누울줄 안다.

lowell’s note는 자연과 사물, 사람과 교감하며 모험하고 경험하는 일들을 당신에게 전하는가슴 따듯한 손편지 같은 글입니다.

#lowell’snot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