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년. 어감은 다소 상스러우나 강찬이 걸어온 그 세월의 무게는 성스럽다. 두 번이나 강산이 변할 수 있는 시간, 18년. 이 짧지 않은 시간 동안 강찬을 수식하는 말들도 세월의 옷을 입었다. ‘강하게 찬양하는 사람’ 강찬에서 ‘십자가의 마음으로 섬김의 삶을 살려고 노력하고 있는 사명자’ 강찬으로 말이다. 전자가 ‘강찬’이라는 사람자체에게 집중된 레토릭이라면, 후자는 ‘그 삶의 과정’에 더 치중되어 있다. 주어(subject)의 이동이다.
이 주어의 이동은 강찬의 음반 명과 타이틀곡의 제목에서도 볼 수 있다. 자기 삶의 ‘여정’(1집)을 묻던 강찬은 그 삶속에서의 ‘기적’(2집 ‘미라클’)을 노래하더니, 점차 그 ‘기적’을 구체화하기 시작했다. 삶에서의 기적은 무언가. 누군가를 ‘섬기는 삶’(3집 ‘섬김’)이다. 그리고 그 섬김을 가능케 하는 기적은 ‘십자가’(4집)다. 이어 그 십자가의 기적은 우리의 인생을 그저 살아가는 삶이 아니라 ‘사명자’(5집)로 살게 한다. 이어 이번에 선보이는 싱글음반의 제목은 ‘그 은혜로’다.
2016년, 15주년 기념 베스트 음반을 선보인 후 3년 만에 세상을 향해 부르는 노래인 ‘그 은혜로’는 섬김, 십자가, 사명이라는 화두를 지나 그가 읽고 있는 ‘기적 같은’ 그리스도인의 삶이다. 그것도 그냥 은혜가 아니라 ‘그 은혜’다.
관형사 ‘그’는 가리키는 대상이 분명할 때 쓰이는 단어다. 은혜의 주체와 대상이 분명하다는 뜻이다. ‘그 은혜’는 무언가. 고린도전서 15장 10절의 은혜다. ‘나의 나 된 것은 하나님의 은혜로 된 것이니… 수고하였으나 내가 아니요 오직 나와 함께하신 하나님의 은혜로라.’
3집(섬김)부터 강찬은 노랫말을 쓰기 시작했다. 자신의 삶을 견인하는 ‘기적 같은’ 그리스도인의 삶을 쓰고 부르기 시작했다. 그리고 찬양사역 18년이 된 오늘 그는 ‘그 은혜’를 노래한다. 그 18년이라는 삶의 수고와 주어가 이동되기까지의 과정과 모든 여정을 ‘오직 나와 함께하신 하나님의’ ‘그 은혜’라고 고백한다. 그리고 ‘그 은혜로’ 살아가겠다고 다짐한다.
이 다짐의 근거인 ‘그 은혜’의 의미를 조금 더 확장해 보면, 갈라디아서 6장 14절의 메시지와 맞닿는다. ‘그 은혜’는 곧 ‘그리스도의 십자가’이며 ‘그것을 자랑하는 삶’이 ‘그 은혜로’ 살아가는 삶이다. 그래서 강찬은 노래한다.
나의 나 된 것은 하나님의 은혜라/ 내게 주신 그 은혜 헛되지 않으며
내가 수고한 것 내가 한 게 아니요/ 나와 함께하신 하나님의 은혜라
그의 은혜로 십자가의 그 은혜로/ 내가 살아가리라
강찬의 삶의 여정이 고스란히 담긴 가사에 서정적이며 담백한 곡을 쓰는 작곡가 박홍준이 곡을 붙였다. 그리고 빼곡하게 들어선 우리네 삶의 자리 한켠에 자리 잡은 교회 이미지로 구성된 자켓커버는 허기지고 메마른 삶 속에도 분명하게 존재하고 있는 은혜의 실존을 바라보게 한다. 우리네 여정은 질퍽한 진흙탕길 같지만, 주어를 바꾸어 바라보면 우리의 매일은 ‘은혜로(路)’를 걷는 기적의 한 걸음이 아니겠는가.
*본 글은 월간목회 오현정 편집장이 쓴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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