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일보 조은식 기자] 기독교학술원(원장 김영한 박사)이 20일 반도중앙교회에서 중세의 신비주의 영성을 살펴보고, 종교개혁의 영성에 어떠한 영향을 줬는지 알아보는 시간을 마련했다. "중세 신비주의 영성과 종교개혁 영성"이란 주제로 열린 기독교학술원 제77회 월례포럼에서는 마이스터 에크하르트, 요한 타울러, 헨리 수소 등의 인물들을 살펴봤다.
조병하 박사(백석대 은퇴교수)는 마이스터 엑크하르트에 대해 "시대적으로 교회가 쇠퇴해 갈 무렵 진흥을 위해 시도했던 인물"이라 평하고, "루터뿐만 아니라 이후 경건주의에도 깊은 영향을 끼치는 독일의 신비주의를 정점에로 이끈 인물"이라 했다. 또 "엑크하르트는 독일 신비주의 학파를 이끌었고, 그의 제자들이 신비주의의 완숙도를 더 했다"면서 "그럼에도 불구, 그의 제자들은 그의 범신론적인 하나님 이해는 피하려고 노력했다"고 했다.
조 박사는 "타울러의 신비주의는 마르틴 루터에게 영향을 끼치지만 종교개혁과 더불어 마르틴 루터는 그러한 신비주의로부터 떠난다"고 말하고, "13세기 신학적인 논쟁으로 교회가 위기를 맞았을 때, 독일의 신비주의가 그 대안처럼 반향을 얻었음에도 불구하고 대다수의 백성들은 당시 점차적으로 확고해 지는 교회의 관습인 성지순례, 사면부, 성유물, 기적 등을 따르는 삶을 살아가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요한 타울러에 대해 발표한 강경림 교수(안양대 신학과)는 "타울러를 연구하는 이들은 그를 두고 독일 신비주의자, 카리스마적 설교가, 실천적 고난 신비주의자, 신비적 도덕주의자 등등의 다양한 별칭을 붙여주고 있다"고 설명하고, "그의 사상 가운데 주된 요소는 자아 벗기(unselfing)의 욕구, 곧 고통과 고난을 통하여 십자가의 길을 따르려는 욕구, 사도 바울의 용어로 말한다면 '살기 위하여 죽는'(dying into life) 등이다"라며 "그에게 있어서 고행(苦行)은 육체적 쾌락과 안위 보다 훨씬 더한 것이었으며, 그것은 하나님께 자기를 포기함을 통하여 새 생명 안으로 들어가는 것"이라 했다.
김요섭 교수(총신대 신대원 역사신학)는 "하인리히 수소의 생애와 신비주의 사상"을 발표했다. 그는 "수소의 신비주의 사상은 성경의 가르침보다는 신비주의적 사변과 영적인 체험을 주된 근거로 사용한다는 점에서 종교개혁자들의 경건 개념과 분명한 차이를 보인다"고 밝히고, "하나님과의 인간 사이의 존재론적인 차이를 분명히 말하기는 하지만 구도자 스스로의 노력에 의한 영적 깨달음과 내적 진보의 가능성을 인정한다는 측면에서 전적 타락과 오직 은혜(sola gratia)를 강조하는 종교개혁 신학과 구분된다"고도 했다.
또 "그리스도의 수난을 중시하고 그리스도와의 연합을 강조하지만 그리스도를 주로 영적 수행의 모범 혹은 교사로 생각할 뿐 그리스도의 수난이 갖는 대속적 의의와 그리스도와의 연합에서 이루어지는 의의 전가를 간과했다는 점에서도 종교개혁 신학과 분명한 차이를 보여준다"고도 했지만, 김 교수는 "그럼에도 불구, 수소의 신비주의 사상은 신비주의 사상이 빠지기 쉬운 신학적 이탈을 충분히 경계하면서도 스콜라 신학의 이성적이며 사변적 접근과는 구별되는 내면적 영성 계발의 필요성과 그 구체적 방법을 독창적으로 제시했다는 점에 의의가 있다"고 평했다.
특히 "무엇보다 수소는 에크하르트와 달리 하나님의 절대성과 차별되는 인간의 불가변적인 피조성을 분명히 지적했다"고 말한 김 교수는 "그리스도의 수난의 실천적 의의와 금욕적 삶의 모범으로서의 그리스도의 역할을 강조했다"고도 했다. 그는 "수소의 신비주의의 강조점은 중세 후기 신비주의뿐 아니라 이후 나타난 근대적 경건(devotio moderna)과 중요한 이해들을 공유한다"면서 "수소가 그의 사유를 쉽게 표현했는데, 이러한 표현의 용이성은 그의 신비주의가 유럽 전역에 큰 영향력을 가질 수 있게 했다"고 전했다.
기독교학술원장 김영한 박사는 이렇게 신비주의 사상가들이 종교개혁 사상가들과 분명한 차이를 보여준다고 설명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세 후기 수도원적 타락과 교황권의 세속주의 경향에 반하여 제도와 조직의식과 구조에서 벗어나 하나님과의 직접적인 나아감(하나님과의 일치)을 권면하는 타울러의 설교는 하나님의 의를 발견하고자 고민했던 수도사 루터의 영혼에 하나님께 인격적으로 나아가는 영감을 제시해 주었다"고 평했다.
김 박사는 "영혼의 내면적 경건(자신을 비움)을 강조함으로써 하나님과의 연합 그리고 그리스도와의 연합을 추구했다는 점에 있어서 이러한 독일신비주의는 어거스틴주의 수도사 루터에게 하나님을 추구하는 내면적 경건 추구에 영향을 미친 것은 공헌"이라 했다.
한편 행사에서는 3인의 발표 외에도 경건회 시간 정기영 목사(희망을노래하는교회)가 "경건의 영성"이란 주제로 설교했으며, 반도중앙교회 이영엽 원로목사가 축도했다. 기독교학술원은 오는 10월 11일 포도나무교회에서 "케직의 영성"을 주제로 제78회 월례포럼을 이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