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목말 타니 재미있어요.하지만 좀 쑥스러워!“
아가는 엄마의 한 쪽 어깨에 올라앉는 게 처음인 것 같다. 엄마의 검은 머리칼에 고개를 숙여 얼굴을 대고 좀 수줍은 표정이다.엄마는 “걱정 마!” 하며 두 팔로 아기의 발을 손으로 잡고 맨발로 서서 신비한 미소를 짓고 있다.
폴 고갱의 <아베 마리아>는 검은 피부의 성모 마리아의 어깨에 아기 예수를 목말 태우고 있는 파격적인 성모자 그림이다.
성모는 강렬한 꽃무늬가 든 붉은 색 토착의상인 파레우(pareu)를 입고 있다. 엄마와 아기의 머리에 성스러움을 나타내는 후광이 없으면 검은 피부의 이 모자를 어찌 성모와 아기예수라 믿겠는가?
성모자 앞 제단에는 바나나 등 붉고 누런 열대과일을 풍성하게 진열해 놓았다. 두 명의 타히티 여자가 가슴을 드러낸 채 양 손을 모아 맞잡는 타히티 식 예배 모습으로 성모자에게 경배를 드리고 있다.
안쪽에 있는 꽃나무 그늘에는 노란 날개를 가진 천사의 모습이 보인다.
동방에서 별을 따라와 아기예수에게 경배를 드린 박사들을 묘사할 때에는 세 대륙의 대표라는 이미지에서 백인 흑인 황인종으로 그리기도 하였다. 그러나 성모자를 검은 (또는 어두운) 색으로 묘사한 것은 12-15 세기의 비잔틴 이콘이나 이탈리아 조형에 등장한 검은 마돈나(black madonna) 가 있긴 하다. 그러나 대중에 잘 알려진 유화작품으로는 남태평양을 배경으로 살았던 고갱의 시대가 처음인 것 같다.
더구나 아기예수를 목말 태운 도상은 그 예를 찾기가 쉽지 않다.
비슷한 도상으로는 1507녕 경에 제작된 미켈란제로의 “도니 마돈나(Doni Madonna)'가 있다. 이 그림은 원형으로 성가족을 그린 도니 톤도(Doni Tondo)이다. 아기예수를 성모의 왼쪽 어깨 위에 올리고 마리아와 요셉이 부축하는 특이한 배치의 작품이다. 여기서 성가족은 도니라는 놀이를 하고 있다. 도니(Doni)는 당시 르네쌍스를 표현하는 선물이라는 뜻의 놀이였다.
도니는 놀이의 모습이긴 하지만 재미있다고 웃는 이는 아무도 없다. 오히려 엄숙한 모습이다. 그것은 이 구도가 “십자가에서 내려지는 그리스도”의 슬픈 도상을 닮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신비한 미소를 띠고 있는 고갱의 검은 성모와 목말을 탄 아기예수는 파격적이고 애착이 가는 수작이라 할 것이다.
[조금 더 깊이 알기]
1. 고갱의 그림에 쓴 “이아 오라나 마리아(IA ORANA MARIA)는 타히티어로서 ‘아베 마리아’ 즉 성모를 찬양한다는 뜻이다.이 그림을 그린 타히티의 마타이에아(Mataiea)는 가톨릭이 일찍이 전파되어 가톨릭 신자가 대부분이었다.
2.“나는 고요함을 찾아, 그리고 문명의 영향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떠난다.”고갱이 1891년 프랑스의 식민지인 남태평양 폴리네시아의 타히티로 떠나면서 한 말이다.
◈강정훈 교수는 연세대와 서울대 행정대학원 그리고 성균관대학원(행정학박사)을 졸업하고 제7회 행정고시에 합격해 뉴욕총영사관 영사 및 조달청장(1997~1999)으로 봉직했다. (사)세계기업경영개발원 회장 및 성균관대행정대학원 겸임교수, 신성대학교 초빙교수(2003~2016)를 지냈다.
성서화 전시화(1993), 영천 강정훈-선교사 저서 및 한국학 기증문고 특별전(숭실대, 2012)을 개최했고, 지난 2011년에는 35년여간 모은 중세의 성서화 자료와 한국학 및 한국 근대 초기 해외선교사의 저서 중 한국학 및 한국 근대 초기 해외선교사 저서 및 자료 675점을 숭실대 학국기독교박물관에 기증하기도 했다.
미암교회(예장) 원로장로이며, 1994년에는 기독교잡지 '새가정'에 1년 2개월간 성서화를 소개하는 글을 연재한 후 현재도 서울 성서화 라이브러리(http://blog.naver.com/yanghwajin)를 운영하며 성서화를 쉽고 폭넓게 전파하기 위해 꾸준히 글을 쓰고 있다. 저서로는 "천년의 신비 성서화"(바로가기) "이천년의 침묵 성서화"(바로가기) 등이 있다. yanghwajin@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