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검찰청 중앙수사부 산하 저축은행 비리 합동수사단(단장 최운식 부장검사)은 5일 새누리당 정두언(55) 의원을 소환, 피의자 신분으로 약 14시간 동안 조사한 뒤 돌려보냈다.
이날 밤 11시45분께 조사를 마치고 나온 정 의원은 금품수수 사실을 인정하는지, 대선자금으로 들어간 것이 사실인지를 묻는 취재진에게 "내가 여기서 자세한 얘기를 하기는 그렇고 나름대로 다 소명했다"라고 답했다.
검찰은 정 의원을 상대로 2007년 초 알게 된 임석(50·구속기소) 솔로몬저축은행 회장으로부터 그해 하반기에서 이듬해 사이에 1억원 안팎을 받았는지와 그 돈의 대가성에 대해 추궁했으나 정 의원은 전반적으로 부인하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사팀은 정 의원과 임 회장의 진술이 계속 엇갈리자 정 의원의 동의를 받아 이날 밤늦게 임 회장과 대질조사를 했다.
이와 관련, 수사팀 관계자는 "물어볼 것은 모두 물어봤고 정 의원도 할 말을 다 했다"며 "양쪽이 평행선을 달렸다"고 전했다.
정 의원은 '임 회장으로부터 돈을 받았지만 총리실 후배인 이모 실장을 통해 바로 되돌려줬다'며 '배달사고'라는 기존 주장도 되풀이한 것으로 전해졌다.
합수단은 정 의원을 참고인성 피혐의자 신분으로 불렀으나 지난 3일 조사한 이상득(77) 전 새누리당 의원과 마찬가지로 조사 개시와 함께 피의자로 신분을 바꿔 신문조서를 받았다.
수사팀은 임 회장이 정 의원에게 건넸다는 돈이 솔로몬저축은행에 각종 편의를 봐달라는 취지의 보험금 차원인 것으로 보고 있지만 구체적인 청탁이 있었는지도 캐물었다.
이에 앞서 합수단은 정 의원이 임 회장으로부터 돈을 받았다는 2007년 하반기 식사자리에 함께했던 총리실 이 실장과 또 다른 총리실 직원 한 명을 지난 2, 3일 각각 불러 조사한 바 있다.
검찰은 또 이상득 전 의원이 2008년 초 임 회장으로부터 돈을 받을 당시 정 의원이 동석했는지 추궁했지만, 정 의원은 사실무근이라며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사팀은 정 의원이 임 회장을 이 전 의원에게 소개한 배경도 조사했다.
이에 대해 정 의원은 '단순한 소개였을 뿐'이라는 취지의 해명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합수단은 임 회장이 '선거(대선)에 도움을 주기 위해 (이 전 의원에게) 돈을 건넸다'고 진술한 점을 감안할 때 정 의원이 이 전 의원과 임 회장 사이에서 모종의 역할을 한 것으로 보고 당시 정황을 세밀하게 캐물었다.
아울러 수사팀은 정 의원이 김학인(49) 한국방송예술진흥원 이사장으로부터 금품로비를 받았다는 의혹도 조사했다.
합수단은 정 의원에 대한 조사결과를 검토한 뒤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등으로 사전구속영장 청구를 포함한 사법처리 수위를 결정할 방침이다.
검찰은 정 의원에 대한 조사를 마무리함에 따라 이르면 6일 이 전 의원에 대해 정치자금법 위반 및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혐의로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 의원 사법처리와 관련, 수사 관계자는 "바위가 나왔다"며 수사의 어려움을 우회적으로 표현하면서도 "바위라고 뚫으면 안 뚫리겠느냐"고 말해 자신감을 보였다.
검찰은 이 전 의원을 추가 소환하지는 않기로 했다.
검찰은 역시 솔로몬저축은행 등으로부터 금품을 수수한 의혹을 받는 박지원(70) 민주통합당 원내대표에 대해서는 "아직 소환 계획이 없다"고 밝혔지만, 소환 시기를 신중하게 저울질하는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