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은 종교의 자유가 보장된 나라다. 종교의 자유가 분명히 헌법으로, 기본권으로 보장되어 있다. 하지만 자유한국당의 황교안 대표는 최근 절에 가서 합장을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공격을 당하고 있다. 이전에는 기독교인인 이명박 전 대통령이 기독교 종교 행사에 참석해 서울시를 하나님께 봉헌하겠다는 발언을 했다가 공격을 당하기도 했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6월 2일 교회를 방문해 예배를 드리고 공개적으로 목회자로부터 기도를 받았는데, 같은 종교의 자유가 헌법으로 보장된 두 나라의 완전히 상반되는 모습이다.
대한민국은 진정으로 종교의 자유가 보장된 나라인가? 헌법으로 보장된 기본권을 누리는 나라인가? 그렇다면 기독교인은 물론이고 모든 이들이 자신의 종교적 신념에 따라, 자신의 종교의 자유를 실천할 수 있는 나라가 대한민국이어야 하지 않는가? 기독교인은 예배를 드리고, 불교인은 절을 찾아가고, 무교인들은 신앙을 가지지 않을 자유가 있어야 하는 것이다. 하지만 실제로 대한민국에서는 종교의 자유에 대한 위협이 계속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일 주일예배를 드리기 위해 데이빗 플랫 목사의 교회에 예고 없이 방문했다. 데이빗 플랫 목사는 미국 최대 개신교단인 남침례교(SBC) 국제선교부의 이사장을 지냈으며, 한국에는 '래디컬'이라는 책으로 잘 알려져 있는 목회자다. 이날은 프랭클린 그래함 목사 등 미국 교회 지도자들이 미국의 모든 기독교인들에게 트럼프 대통령을 위한 특별 기도를 요청했던 날이었다. 그래서 트럼프 대통령은 이 사실을 알고 워싱턴D.C.에서 가까운 버지니아주에 있는 플랫 목사의 맥린 바이블 처치(McLean Bible Church)를 방문했던 것으로 보인다.
플랫 목사는 이날 강단에서 한 손에는 성경을 들고 다른 한 손은 트럼프 대통령의 등에 댄 채 대통령을 위해 기도했다. 장문의 기도였다.
"오 하나님, 우리를 다스리는 단 한 분의 우주의 왕이신 당신을 찬양합니다. 당신은 우리의 지도자이시며 우리의 주님이십니다. 우리는 당신을 경배합니다. 이 세상에는 오직 하나님이 한 분 밖에 없으며, 구주도 한 분이십니다. 당신의 이름은 바로 예수 그리스도입니다. 예수님, 당신의 이름을 높여드립니다.
우리는 우리의 나라를 위해 당신의 자비가 필요합니다. 우리는 당신의 은혜가 필요합니다. 우리는 당신의 도우심이 필요합니다. 우리는 당신의 지혜가 필요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지금 이곳에 서 있습니다. 우리의 대통령을 위해 우리는 당신의 은혜를, 당신의 자비를, 당신의 지혜를 구합니다. 대통령 위에게도 임하여 주옵소서.
하나님, 우리는 트럼프 대통령이 하나님께서 그를 얼마나 사랑하시는지 알기를 기도합니다. 그래서 당신은 그의 죄를 위해, 그리고 우리의 죄를 위해 목숨을 내어주시기 위해 그 아들을 보내셨습니다. 우리는 트럼프 대통령이 당신을 바라보기를 기도합니다. 당신을 신뢰하기를 기도합니다. 당신을 의지하기를 기도합니다. 그가 선한 방식으로 통치하고 의사결정을 내리기를 기도합니다. 정의를, 공의를, 평등을, 그리고 모든 일들을 선하게 할 수 있게 해주옵소서.
주님, 우리는 기도합니다. 우리는 트럼프 대통령이 디모데전서 2장에서 볼 수 있는 모두를 평화롭고, 조용하고, 경건하고, 위엄있게 이끄는 방식으로 통치하는데 필요한 모든 은혜를 주님께서 대통령에게 주시기를 기도합니다.
하나님, 우리는 트럼프 대통령의 가족 위에도 당신의 축복이 임하기를 기도합니다. 당신께서 그들에게 힘과 명료함과 지혜를 주시기를 기도합니다.
여호와를 경외하는 것이 지혜의 근본이라고 하셨습니다. 어리석은 자는 지혜와 훈계를 멸시한다고 하셨습니다. 오 하나님, 대통령에게 지혜를 주시옵소서. 대통령이 다른 지도자들과 함께 우리 나라를 잘 이끌도록 도와주시옵소서.
우리는 의회의 지도자들을 위해서도 기도합니다. 사법부의 지도자들을 위해서도 기도합니다. 연방과 주의 모든 지도자들을 위해서도 기도합니다.
오 하나님, 우리가 당신을 바라보도록 도와주옵소서. 우리가 당신의 말씀을 신뢰하도록 도우소서. 우리가 당신의 지혜를 구하며, 당신의 사랑과 은혜, 공의와 정의를 보여주는 삶을 살도록 도와주옵소서. 우리는 당신의 축복이 우리의 대통령에게 끝까지 함께 하기를 기도합니다.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합니다. 아멘"
대한민국에서 그렇게 신주단지처럼 모시는 정교분리가 완전히 무너지는 장면이다. 그런데 대한민국에서 이런 일이 일어난다면 어떻게 되겠는가? 절에 가서 합장 안 했다는 이유로 공격을 당하는 나라이니 정치인도, 대통령도 후폭풍이 두려워 감히 교회를 이렇게 방문할 생각을 쉽게 하지 못할 것이고, 또 목회자도 사람들로부터 욕 먹을 것이 두려워서 정치인에게, 대통령에게 이런 기도를 못해줄 것이다. 한국 사회는, 한국 교회는 스스로 정치적이지 않은 것처럼 보이려 애쓰지만, 미국보다 훨씬 더 정치적이다. 한국 교회는 스스로 경건한 척, 신앙적인 척 하지만, 실제로는 미국보다 훨씬 더 경건하지도 신앙적이지도 않다. 왜냐하면 하나님 앞에서가 아니라, 자신의 신앙과 양심에 따라서가 아니라 사람들 앞에서, 사람들의 눈치를 보면서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국과 같은 종교의 자유가 보장된 미국에서는 이런 일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진다. 그리고 트럼프 대통령은 플랫 목사의 기도를 받은 뒤에 강단에서 아무런 발언을 하지 않고 조용히 무대를 내려갔다. 대통령이, 정치인이 교회 위에, 목회자 위에 있지 않은 것이다. 그리고 대통령도, 정치인도, 교회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생각을 하지 않고, 할 수도 없다. 오히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도 하나님 앞에서 그저 똑같은 한 명의 예배자, 한 명의 성도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기도만 받은 뒤 조용히 강단을 내려왔다.
미국은 이렇게 대통령도 헌법에 보장된 자신의 종교의 자유를 누릴 수 있다. 여론의 눈치를 보지 않고 교회에 방문해서 예배를 드릴 수 있고, 기도를 받을 수 있다. 목회자도 자신의 종교적 양심과 신념에 따라 정치인에게, 대통령에게 기도해줄 수 있다. 대한민국에서 만약에 대통령이 교회에 가서 예배를 드리고 기도를 받았다면 국민들은 어떤 반응을 보였을까? 기독교인이 절에서 합장을 안 한 것으로도 공격을 당하는 상황에서. 대한민국에서는 왜 종교의 자유가, 기본권이 보장되지 않는가? 대한민국은 종교의 자유가 진정으로 보장된 나라가 맞는가?
종교의 자유가 헌법으로 보장되어 있다면, 기독교인이 절에 가서 합장하지 않을 수 있는 자유가 있고, 불교인이 교회에 와서 예배 드리지 않고 기도 받지 않을 자유도 있는 것이다. 누구도 개인에게 종교적 행위를 강요할 수 없다. 하지만 대한민국에서는 개인에게 종교를 강요할 수도 있는 상황이 만들어지고 있다. 그것은 헌법에 보장된 종교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다.
황교안 대표는 자신에 대한 공격이 거세지자 결국은 자신의 행동에 대해 사과했다. 하지만 그가 진정으로 대한민국의 헌법을 지키고 인간의 기본권을 지키기 위해 힘쓰는 지도자라고 한다면, 이 나라는 종교의 자유가 보장된 나라라고 외쳤어야 했다. 하지만 여론의 압력 앞에서 결국 사과하고 말았다. 사람들의 눈치를 의식해서 자신의 종교의 자유를 포기할 수도 있다는 의사를 내비친 모양새가 된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개인적인 사과의 문제가 아니라 헌법을 수호할 것이냐 말 것이냐의 문제다. 동시에 그만큼 대한민국은 헌법 위에 여론이, 정치적 압력이 있는 나라라고 할 수도 있는 것이다. 헌법이, 그 헌법에 적시된 인간의 기본권이 여론에 따라 얼마든지 침해당할 수도 있는 나라인 것이다.
대한민국은 개인의 자유를 존중하는 것 같지만, 현실은 안타깝게도 집단의 압력으로 개인의 자유를 제한하려고 하는 나라다. 또 대한민국은 헌법이 존재하는 나라지만, 헌법보다는 집단의 압력이 더 힘을 가진 것처럼 보이기도 하는 나라다. 그것은 힘 있는 집단이 나타나면, 그들에 의해 얼마든지 나라와 개인의 운명이 뒤바뀔 수도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만약에 대한민국에서 기독교인들이 소수로 전락한다면, 그들이 누릴 종교의 자유가 남아 나겠는가? 소수의 종교의 자유도 존중되어야 할 나라, 그 기본권이 헌법으로 보장되고 지켜지는 나라, 그 나라가 대한민국이 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