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대법원의 클래런스 토마스(Clarence Thomas) 판사가 낙태에 대해 우생학적 조작 가능성이 있다면서 우려를 표했다고 CNN, 워싱턴포스트 등이 2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우생학이란, 우수한 자손을 만들기 위해 인간을 유전학적으로 개량하는 것을 의미한다. 즉, 낙태가 인종개량의 도구로 사용될 우려를 제기한 것이다.
실제로 2차 세계 대전 당시 나치에 의해 인종 개량 프로젝트가 비밀리에 시행되기도 했으며, 순혈 아리안 인종 혈통을 보존한다는 명목으로 유대인과 유색인종, 동성애자 등을 대학살했다. 당시 19세기부터 20세기 초중반에 걸쳐 우생학적 관점이 전 세계에 확산됐었다.
토마스 판사는 미국에서 역대 두 번째로 대법관이 된 흑인으로, 조지 부시 대통령(아버지)에 의해 1991년 대법관으로 지명됐다.
보도에 따르면, 연방대법원은 인디애나주 법에 따라 인종, 성별(sex), 장애에 기초한 낙태를 금지하고 있는 인디애나주 법이 헌법에 위배된다는 소송에 대해 하급심의 기각 판결을 인용하면서 박스 대 가족계획연맹 인디애나 캔터키 지부(Box v. Planned Parenthood of Indiana and Kentucky Inc.)의 사건에 대한 항소심을 무기명 의견으로 거부했다. 가족계획연맹은 미국 최대 낙태 기관이다.
앞서 지난 2016년 당시 인디애나 주지사였던 마이크 펜스(현 미국 부통령)은 인종, 조상, 성별 또는 장애를 이유로 낙태하는 것을 금지시키는 법안에 서명한 바 있다.
토마스 재판관은 항소심을 거부한 만장일치 결정에 동의하며 20페이지로 된 자신의 기명 의견을 내놓고 "낙태가 우생학 조작의 도구가 될 가능성 때문에 인디애나주와 같은 법률의 합헌성에 법원이 즉각 대면할 필요가 있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이어 "이 소송은 낙태가 우생학 조작의 가능성으로 가득한 행위라는 사실을 강조하고 있다"면서 "태어날 때부터 피임과 낙태가 우생학을 이끄는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토마스 재판관은 가족계획연맹 옹호자들의 주장대로 태아의 인종, 성별, 또는 장애에 기반한 낙태에 대해 헌법상의 권리를 보장하는 것은 20세기 우생학 운동의 관점을 헌법화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한 낙태가 현대 우생학의 도구가 되는 것을 막기 위한 국가의 강력한 관심을 촉구한다고 요청했다.
토마스 재판관은 "가족계획연맹(가족의 수와 미래를 부모가 계획할 수 있다는 의미)의 설립자인 마거릿 생어(Margaret Sanger)는 피임을 우생학적 목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사실에 특히 열려 있었다"면서 "피임(산아제한)을 낙태에까지 우생학적 목적으로 적용할 수 있다는 이러한 주장은 그들이 원치 않는 특성을 가진 특정 아동을 상대로 악용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토마스 재판관은 2차 세계대전 이후 우생학적 이유로 낙태를 승인하고 인구 통제와 인류의 질을 향상시키는 도구로 낙태를 옹호한 앨런 그트마허(Alan Guttmacher) 가족계획연맹 전 대표의 말도 인용하기도 했다.
그는 "예를 들어 1959년, 구트마허는 낙태의 이유로 우생학적 목적을 명시적으로 지지했다"면서 1959년 구트마허가 쓴 "선택이나 우연으로 태어나는 아기들(Babies by Choice or by Chance)" 186-188페이지를 지목했다. 토마스 재판관은 "구트마허는 부모의 질을 고려해야만 한다, 비정상이거나 기형아의 확률이 높을 경우 임신을 중단하는 것이 허용되어야 한다고 설명했다"고 덧붙였다.
토마스 재판관은 그러면서 현재 태아 선별 검사와 다른 기술들을 통해 낙태를 통해 원치 않는 특성을 가진 어린이를 쉽게 제거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구체적으로 "아이슬란드에서는 자궁에서 다운증후군으로 진단받은 어린이들의 낙태율이 100%에 접근했다"면서 "다른 유럽 국가들도 비슷하게 높은 수준이며, 미국은 2/3가 낙태된다"고 예를 들었다.
이어 "아시아에서는 광범위한 성 선택 낙태로 인해 미국 여성 전체 인구보다 많은 1억6천만 명의 사라진 여성들이 생겨났다"고 아시아의 뿌리 깊은 남아 선호 현상으로 인한 여아 낙태를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