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과 극으로 갈리는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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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승현 기자
shnoh@c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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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 10주기 추도식이 지난 23일 봉하마을에서 열렸다. 특히 이번 추도식은 조지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이 참석해 화제가 됐다. 부시 전 대통령은 노 전 대통령을 인권을 위해 헌신한 대통령, 친절하고 따뜻하고 모든 국민의 기본권을 존중한 대통령, 자기 목소리를 용기 있게 낸 대통령, 또 겸손했던 대통령으로 기렸다.

그런데 노 전 대통령에 대한 평가는 극과 극으로 갈린다. 어떤 이들은 뇌물 먹고 자살한 대통령이라고 조롱하고, 어떤 이들은 인간적이고 소탈했던 대통령이었다고 기린다. 노 전 대통령을 비하하는 이들은 전자에 속하고, 노 전 대통령을 영웅시하는 이들은 후자를 말한다. 노 전 대통령을 비하하는 이들은 대체로 대통령으로서의 능력이나 자질이 부족했던 것과 뇌물 및 자살 사건을 지적하고, 노 전 대통령을 영웅시하는 이들은 대체로 한 인간으로서의 노무현을 바라본다.

노 전 대통령은 죽은 후에 인기가 더 높아진 대통령인데, 임기 중 탄핵 소추를 당하는 수모를 겪는 등 여야를 막론하고 정치권에서도 아주 멀리 하려 했던 대통령이었고, 대통령 직무수행에 대한 여론조사가 정례화 된 제6공화국 이래 임기 평균 국정 지지율 최하위를 차지할 정도로 임기 내내 국민들의 지지도 거의 받지 못했다. 본인이 직접 "대통령 못 해먹겠다"고 할 정도였다.

노 전 대통령 임기에 대한 평가를 객관적으로 보면, 경제적으로는 세계 경제성장률 대비 국내 경제성장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소득 분배 지표가 악화되는 등 양극화 심화로 민생경제가 파탄에 이르는 실패를 맛봤다. 또 정치적으로 친인척 및 측근비리 등에 계속해서 휩싸이면서 도덕성에 타격을 입었고, 결국에는 퇴임 후 뇌물 수사를 받던 중 자살로 생을 비극적으로 마감했다. 외교적으로 반미정책과 햇볕정책을 기조로 하는 친북 정책을 펼쳐 공격을 받았다. 또한 사회적으로 교육 정책 및 부동산 정책이 실패해 임기 중에는 그야말로 진퇴양난이었다.

하지만 동시에 노 전 대통령은 제주해군기지를 강행하고, 이라크에 군대를 파병했으며, 한미 FTA를 강력하게 밀어붙여 신자유주의 대통령으로 그려지기도 하며 심지어 자신의 지지층으로부터도 인기와 지지를 받지 못했다. 그러하기에 지금과 같은 인기는 노 전 대통령이 살아있었어도 전혀 예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한국인들은 박정희, 전두환 등의 대통령을 거치며 권위적인 대통령, 권위적인 지도자에 대해 거부감 또는 피로감을 느껴왔다. 노태우 전 대통령이 '나는 보통 사람입니다' 라는 말을 대통령 선거에서 모토로 들고 나올 정도였다. 그리고 역시 카리스마적인 인물이었던 김영삼, 김대중을 거쳐 탈권위의 대표적인 인물이라 할 수 있는 노무현이라는 사람이 대통령이 됐다. 대한민국 국민들은 이제 더 이상 제왕적 왕과 같은, 독재자 같은 대통령을 원치 않는다. 그런 점에서 탈권위적이었던 노 전 대통령이 대통령으로서의 능력이나 자질보다는 인간미를 원하는 지지하는 국민들로부터 호감을 얻고 있는 면이 있을 것이다.

인간은 완벽하지 않기에, 한 인물에 대해서 공과 과의 평가가 나올 수 밖에 없다. 대통령으로서 노무현은 성공적인 대통령은 아니었다. 하지만 또 모든 것을 다 잘못한 것은 아니었다. 그래서 지나치게 비하하는 것도 문제고, 지나치게 영웅으로 만드는 것도 문제다. 그런데 노 전 대통령의 공과 과를 떠나서, 기독교인들은 기본적으로 자살에 대해 비판적이다. 따라서 기독교인들이, 특히 목회자들이 자살로 생을 마감한 인물을 너무 영웅시하는 것은 지양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기독교인들이 고인을 지나치게 비하하는 방향으로 흐르는 것도 덕스럽지는 못하다. 노 전 대통령의 공과 과에 대해 드러난 사실과 수치들을 가지고 객관적으로 말한다면, 그것으로 족한 것 같다. 그 이상의 것을 강요할 수는 없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