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시신을 퇴비로 만들어 사용한다?
미국 워싱턴주가 시신을 퇴비로 만들어 사용하는 법안을 최종 통과시켰다.
제이 인슬리(Jay Inslee) 워싱턴 주지사는 매장하거나 화장하는 것만 허용됐던 시신을 퇴비로도 처리할 수 있도록 하는 이른바 '인간 퇴비화'(Human Composting) 관련 법안에 최종 서명했다.
망자는 사망 전에 매장이나 화장, 퇴비화 중에 자신이 원하는 것을 선택할 수 있다. 이 법안은 내년 5월부터 시행된다.
이 법안은 앞서 지난달 19일 워싱턴주 상원을 통과, 주지사 서명만 남겨 놓은 상태였다.
이 법이 시행되는 것은 미국 내에서 워싱턴주가 최초다.
인간 퇴비화에 대해 찬성측에서는 매장이나 화장보다 친환경적이며 실용적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반대측에서는 인간 존엄성의 훼손이라고 비판하고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21일(현지시간) AP, AFP통신에 따르면, 주지사 서명까지 이뤄진 이 법이 시행되면 워싱턴주에서 사망한 사람의 시신은 풀·나무와 미생물 등을 활용한 약 30일간의 '재구성(Recomposition)' 과정을 거쳐 꽃과 나무 등을 키우는 정원의 화단이나 채소 등을 가꾸는 텃밭에 쓰이는 흙으로 변할 수 있게 된다.
법안을 발의한 워싱턴주 제이미 피더슨(Jamie Pedersen·민주) 상원의원은 시신 퇴비화가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 화장이나 지하수와 토양을 오염시키고 공간을 많이 차지하는 매장 방식보다 훨씬 친환경적이라고 주장했다.
이 법안의 발의와 통과를 위해 강력한 로비 활동을 펼쳐 온, 시신 퇴비화 장례 서비스를 처음으로 시행하게 된 회사인 '리컴포즈'(Recompose) 최고경영자(CEO) 카트리나 스페이드는 AFP에 "퇴비화는 매장이나 화장, 시신방부처리 등에 대해 대안을 제공해준다. 자연적이고, 안전하고, 지속가능하며, 탄소배출과 토지이용을 현저히 줄여줄 것"이라면서 "직접 자연으로 돌아가고, 삶과 죽음의 순환 속에 받아들여 진다는 발상은 정말 꽤 아름답다"고 주장했다.
법안 발의자 피더슨 상원의원은 스페이드 CEO가 자신의 이웃이라고도 밝혔다.
스페이드는 농가에서 오랫동안 가축의 사체를 퇴비로 만들어 온 방식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연구 끝에 2년 전 리컴포즈를 창립했으며, 지난해에는 실험 대상이 되기를 원한다는 당사자들의 동의 하에 워싱턴주립대에서 기증받은 6구의 시신을 처리해 흙처럼 만드는 실험에 성공했다.
스페이드는 시신 퇴비화 장례 비용을 약 5천500달러(656만원)로 산정할 계획인데, 화장 비용보다는 약간 비싸지만 관을 이용한 매장 비용보다는 저렴하다.
앞서 유명한 TV 드라마 '비벌리 힐스의 아이들(비벌리 힐스 90210)'에 출연했던 스타 루크 페리는 사망하기 직전 자신을 버섯으로 만들어진 생분해성 수트에 매장해달라고 했고, 그의 유언대로 매장됐다.
'버섯 수트'라고 불리는 이 매장법은 캘리포니아주의 스타트업 코에이오(Coeio)에 의해 개발된 것으로, 버섯 성분이 있는 수트에 시신을 안치한다. 이 수트는 인체에서 발견되는 독소를 중화시켜 시신이 식물의 생명에 영양분으로 바뀌는 것을 도와준다.
친환경적이라는 점에서는 유사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자연스럽게 흙으로 돌아가는 것과 달리 인위적으로 여러 성분을 섞어서 30일 내에 시신을 퇴비로 만들어버리는 인간퇴비화 공법과는 약간 다른 점이 있다.
종교계 등에서도 망자의 존엄성이 훼손된다며 인간 퇴비화에 대해 반대하고 있다.
워싱턴주 천주교계는 주 상원에 보낸 서한에서 "천주교는 유해를 그런 방식으로 처리하는 것은 시신에 대해 충분한 존중을 보이지 못하는 행위라고 믿는다"고 인간퇴비화에 대해 반대의사를 분명히 전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