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대 세계은행 수장으로 1일(현지시간) 취임해 2일 처음 출근한 김용(53·미국명 Jim Yong Kim) 세계은행(WB) 총재는 자신의 업무와 9천명의 이코노미스트 및 정책 전문가를 거느린 조직의 장악력에 대한 자신감을 이렇게 표현했다.
그는 이날 오전 9시 정각에 미국 워싱턴DC 백악관 근처의 H스트리트에 있는 세계은행 본부 빌딩에 처음 출근하면서 정문 앞이 아닌 상당히 떨어진 곳에 관용차를 세운 뒤 경호원 없이 홀로 걸어 들어왔다.
직원들의 도열도 없었고 꽃다발 증정도 없었지만, 오래 근무한 직장에 출근하는 듯 표정은 환했고 긴장감이라고는 없었다.
현관문 앞에 마이크 하나로 단출하게 마련된 연설대에 비해 취재진의 열기는 뜨거웠다.
방송사 카메라맨과 사진기자들이 좋은 자리를 잡으려 1시간 전부터 진을 치기도 했다.
검은색 양복에 연두색 넥타이를 맨 김 총재는 월드뱅크 그룹의 수장 직을 맡게 된 것을 영광으로 여긴다는 인사와 전임 총재로 5년간 세계은행을 이끌어온 로버트 졸릭 총재에 대한 감사로 연설을 시작했다.
유로존(유로화 사용국)의 채무 위기와 개도국의 성장 둔화, 그리고 이에 따라 요동치는 글로벌 경제 위기 등으로 인해 세계 경제가 매우 중차대한 시점에 있다는 메시지도 던졌다.
구체적이고 세밀한 전략은 공개하지 않았지만, 개도국 성장 지원과 최빈국 가난 퇴치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겠다는 다짐도 했다.
이를 위해 정부, 시민·사회단체, 민간경제 부문, 빈곤층 등을 막론하고 동반자적 관계를 맺겠다는 의지도 표출했다.
그만큼 가장 중요한 개발 지원 기관으로서 세계은행의 역할과 기능이 막중하다는 점을 인식하고 있고, 총재로 내정되고 나서 보좌진과 토론하면서 '해야 할 일'을 알고 있다는 뜻으로 비쳤다.
그는 연설을 끝내고 나서 직접 현관문을 열고 본부 빌딩으로 들어가 첫 업무를 시작했다.
민간 기구도 그에 대한 기대감을 나타냈다.
국제 구호 단체인 옥스팸 인터내셔널은 "유로존 위기로 위협받는 개도국을 지원하는 노력을 한 단계 끌어올려야 할 것"이라며 "김 총재가 즉시 행동을 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1959년 서울에서 태어난 그는 다섯 살 때 부모를 따라 미국 아이오와주로 이민했으며 브라운대학을 졸업한 후 하버드대에서 의학박사와 인류학박사 학위를 받고 이 대학 의대 교수로 재직했다.
비영리 의료단체 '파트너스 인 헬스'를 설립해 결핵과 에이즈 퇴치 사업에 선구적 역할을 하는 등 개발도상국 의료 구호 사업에 헌신했으며 2009년 7월 한국계 최초로 아이비리그 대학(다트머스대) 총장에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