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가 '낙태죄 위헌소송'을 진행하고 있는 가운데, 기존 낙태죄에 대해 위헌 판결을 내릴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한국 사회의 급속한 도덕적, 윤리적 타락 속에 낙태에 대한 의식도 심각할 정도로 흐려지고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심각한 것은 한국교회와 목회자들은 이 문제에 대해 완전히 방관, 방치, 침묵하고 있다는 것이다. 몇몇 목회자나 낙태 반대 단체들이 목소리를 내며 저항하고 있지만 심히 무력해 보인다. 낙태 합법화의 거센 요구를 막을 힘과 기백이 보이지 않는다. 세상의 빛과 소금이 되어야 할, 타락한 세상에 대해 선지자적인 목소리를 내야 할 교회와 목회자들, 신학자들은 지금 도대체 무엇을 하고 있는가? 예수님이 세례 요한에게 질문하셨듯, 무엇을 하려고 들판으로 나갔는가? 짖지 못하는 개는 개가 아니듯, 선지자적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교회와 목회자, 신학자는 이미 그 존재 의미를 상실한 것이다.
한국교회에서는 항상 자기 의에 도취돼 한국교회를 높이 평가하면서 역으로 유럽과 미국 교회를 비판해왔다. 어떤 신학자는 유럽교회는 이미 불이 꺼졌고, 미국 교회는 석양이 지고 있으며, 그래도 한국교회가 그나마 희망이라는 식으로 이야기를 하기도 했다. 하지만 한국교회는 평양대부흥이 일어난 지 불과 100여년 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유럽이나 미국교회 이상으로 매우 심각하게 타락해가고 있다. 한국교회의 대형교회 목회자들과 신학자들이 지도자 역할을 전혀 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차라리 지금은 미국교회가 한국교회보다는 훨씬 더 희망이 있어 보인다.
지난 2017년 8월 29일 미국의 유명한 복음주의 신학자들과 목회자들인 제임스 패커, 존 파이퍼, 프랜시스 첸, 웨인 그루뎀, 제임스 벡, 리처드 랜드 등은 미국에 확산되는 동성애와 트랜스젠더 문화에 맞서 성경적 성(性)을 수호하기 위해 "내쉬빌 선언문"을 발표했다. 한국 사회도 그러하지만 다양성을 강조하고 약자에 대해 관용적인 미국 사회에서도 동성애와 트랜스젠더 이슈에 목소리를 내는 것은 그리 쉽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미국의 대표적인 목회자와 신학자들은 차별주의자, 혐오주의자라는 비판을 받을 각오를 하면서도 당당하게 성경적 목소리, 선지자적 목소리를 냈다. 그러나 한국교회의 대형교회 목회자들과 신학자들에게서는 이런 모습을 찾아보기 어렵다. 비겁하고 용기가 없다.
낙태에 문제에 대해서도 보자. 미국교회와 미국 기독교인들이 영적으로, 도덕적으로 각성하고 재무장하게 된 계기를 제공한 사건이 1973년의 연방대법원에 의한 낙태 합법화 판결이었다. 복음주의 기독교인들은 이때부터 교회 안에만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본격적으로 사회적 이슈에 대해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으며, 행동으로도 나서 사회 참여, 정치 참여에 나섰다. 성경과 기독교의 정신으로 세워진 미국을 지키기 위해서 였다. 그리고 미국 교회와 기독교인들은 반 세기 가까이 낙태 합법화를 뒤집기 위한 치열한 투쟁을 벌이고 있으며, 최근에는 강력한 동성애, 트랜스젠더 옹호 정책을 펴며 미국을 도덕적, 신앙적 위기로 몰고 가는 오바마 대통령에게 충격을 받고 미국의 역대 대통령들 중에서 가장 반낙태 성향을 보이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가 당선되도록 강한 영향력을 행사했다.
현재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을 기독교인, 복음주의자라고 밝히는 것을 주저하지 않는 마이크 펜스를 부통령, 그리고 복음주의자들의 강력한 지지를 받아 대통령 후보로까지 나서기도 했던 목회자 출신의 정치인인 마이크 허커비 전 주지사의 딸을 대변인으로 두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배후에서 기독교인들이 강력한 영향을 미치고 있고, 사회적, 도덕적 이슈들에 대해 기독교적 정신과 가치관이 실현되도록 힘쓰고 있는 것이다.
미국교회는 사실 낙태 합법화에 이어 동성결혼 합법화도 저지하지 못했다. 하지만 뒤늦게라도 정신을 차리고 잘못된 것을 바로잡기 위해 분투하고 있다. 물론 차별주의자, 혐오주의자라 비판을 받을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지킬 것은 지켜야 한다. 따먹지 말아야 할 선악과는 따먹지 말아야 한다. 그것이 살 길이다. 교만은 패망이요 겸손은 생명이다. 인간은 인간의 자리에 있어야 한다. 잘못된 것은 잘못된 것이고, 안 되는 것은 안 되는 것이다. 한국교회, 목회자들과 신학자들은 사람을 두려워할 것인가? 하나님을 두려워할 것인가? 시대의 정신과 여론을 두려워할 것인가? 성경을 두려워할 것인가?
한국교회가 미국교회를 심각하게 무시하고 저평가하지만, 그것은 미국교회의 저력을 알지도 못하면서 스스로 심각한 교만에 빠져 있는 것이다. 오히려 반문하고 싶다. 한국교회는 과연 미국교회처럼 대한민국의 도덕적, 윤리적 위기에 저항하며 맞설 힘과 용기가 있는가? 한국교회 대형교회 목회자들과 신학자들은 제임스 패커, 존 파이퍼처럼 용기 있게 목소리를 내고 성경을 지키기 위해 싸울 수 있는가? 아니면 지금처럼 비겁하게 숨어 있기만 할 것인가? 이전의 미국 교회처럼 낙태가 합법화될 때까지 방관, 한국사회가 지금보다 더 급속하게 타락하도록 길을 열어줄 것인가? 물론 열심히 선지자의 목소리를 내도 오히려 더 욕을 먹을 먹을 수 있고 무시당할 수 있다. 하지만 하나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셨다.
"칠 일 후에 여호와의 말씀이 내게 임하여 이르시되
인자야 내가 너를 이스라엘 족속의 파수꾼으로 세웠으니 너는 내 입의 말을 듣고 나를 대신하여 그들을 깨우치라
가령 내가 악인에게 말하기를 너는 꼭 죽으리라 할 때에 네가 깨우치지 아니하거나 말로 악인에게 일러서 그의 악한 길을 떠나 생명을 구원하게 하지 아니하면 그 악인은 그의 죄악 중에서 죽으려니와 내가 그의 피 값을 네 손에서 찾을 것이고
네가 악인을 깨우치되 그가 그의 악한 마음과 악한 행위에서 돌이키지 아니하면 그는 그의 죄악 중에서 죽으려니와 너는 네 생명을 보존하리라
또 의인이 그의 공의에서 돌이켜 악을 행할 때에는 이미 행한 그의 공의는 기억할 바 아니라 내가 그 앞에 거치는 것을 두면 그가 죽을지니 이는 네가 그를 깨우치지 않음이니라 그는 그의 죄 중에서 죽으려니와 그의 피 값은 내가 네 손에서 찾으리라
그러나 네가 그 의인을 깨우쳐 범죄하지 아니하게 함으로 그가 범죄하지 아니하면 정녕 살리니 이는 깨우침을 받음이며 너도 네 영혼을 보존하리라"(겔 3:16-21)
한국교회, 목회자들과 신학자들에게 들려져야 할 하나님의 음성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