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야당의 사퇴 요구를 무시하고 8일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와 김연철 통일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임명안을 재가했다.
앞서 자유한국당은 4일 더불어민주당 의원인 박 후보자의 세금 탈루, 장남 이중국적, 불법주차 과태료 면제 의혹 등을 제기하면서 자료제출이 미흡하다고 지적했었다. 또 박 후보자의 남편이 박 후보자의 영향력을 활용해 삼성으로부터 사건을 수임했다는 의혹도 제기했었다.
또 김 후보자에 대해서도 임명을 반대했는데, 김 후보자는 "박왕자 씨 피격은 통과의례", "남한의 NLL(북방한계선) 고수가 철회돼야 한다" 등 과거 발언으로 논란이 일었다.
한국당은 이 같은 김 후보자의 과거 발언, 이념편향성 문제를 집중 거론하며 '자격 미달'이라고 몰아세웠다.
한국당은 "남북문제에 임하는 시각과 인식이 너무 북한 편향"이라면서 "후보자가 인제대에서 학생들에게 강의한 자료에 '판문점 도끼만행사건'을 '판문점 나무자르기 사건'이라 했다"고도 지적했다.
바른미래당도 김 후보자에 대해 "북한 통일전선부장 후보자감", "북한 대변인 역할"이라도 비판했었다.
하지만 문 대통령은 이날 오전 두 후보자에 대한 임명안을 재가했다.
이어 이미 임명안을 재가한 진영 행정안전·박양우 문화체육관광·문성혁 해양수산부 장관을 포함해 모두 5명의 신임 장관에 대한 임명장 수여식까지 진행했다.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 등 야당이 사퇴를 요구한 박영선·김연철 두 후보자에 대한 임명을 강행, 앞으로 야권의 반발 속에서 정국이 급격히 경색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두 후보자의 임명을 강행한다면 야당 반대와 국민 여론은 무시해도 된다고 하는 독선과 오만 불통 정권임을 자인하는 것으로, 결코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며 "문재인 대통령이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김연철 통일부 장관 후보자의 임명을 철회하지 않으면 우리 당은 국민과 함께 결사의 각오로 저항할 수밖에 없다"고 강경 투쟁을 천명했다.
두 후보자의 임명 강행으로 한국당의 협조 아래 국정을 운영해가기는 어렵게 된 것.
앞서 문 대통령은 지난 2일 국회에 박 후보자와 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 경과 보고서를 전날까지 송부해 달라고 요청했으나, 야당의 반대 속에 보고서는 기한까지 채택되지 못했다.
한편, 문 대통령이 이날 박 후보자와 김 후보자에 대한 임명안을 재가함에 따라 현 정부 들어 국회 인사청문 경과보고서 채택 없이 임명되는 장관급 이상 인사의 수는 11명으로 늘어나게 됐다.
박 후보자와 김 후보자 등 두 후보자 외에도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강경화 외교부 장관, 송영무 전 국방부 장관, 이효성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 홍종학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양승동 KBS 사장, 조명래 환경부 장관, 조해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위원 등이 청문보고서 채택 없이 임명된 장관급 이상 인사다.
이는 이명박 정권과 박근혜 정권에서보다 많은 것으로, '불통 정권', '독불장군' 정권이라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