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일보 노형구 기자] 제 43회 성경신학회 정기논문발표회가 신반포중앙교회에서 28일 오후 3시부터 개최됐다. 발표회 주제는 ‘고린도전서 주해와 설교’이다. 이번 발표회는 먼저 최승락 고신대 신약한 교수가 ‘십자가의 지혜와 성령의 나타남(고전 1-3장)’이란 제목으로 강연을 전했다.
그는 “십자가는 예나 지금이나 조롱과 기피의 대상”이라며, “알리스터 맥그라스(Alister McGrath)는 ‘영광의 신학자’는 하나님이 힘과 영광과 위엄으로 나타나기를 기대하지만 십자가 위에서의 무기력한 장면을 하나님의 계시로 받아들이지 못한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바울은 고린도에서 일종의 ‘영광의 신학’ 사상에 사로잡힌 사람들과 맞서야 했다”며 “그들은 세상 지혜의 우월성을 탐했고, 그 잣대에 맞춰 교회 사역자들을 평가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그는 “바울은 이들과 맞서 십자가의 지혜가 놀가운 가치와 힘을 가지는지 역설했다”며 “십자가는 가치 전복적 힘을 가지며, 하나님의 종말론적 심판과 구원의 행이이고, 나아가 모든 인간 기준과 평가를 완전히 뒤집어 버린다”고 강조했다. 특히 그는 고린도 전서 1:10을 빌려, “‘같은 말’을 강조하는데 이는 그리스도 중심의 생각과 삶의 방식”이라고 말했다.
“형제들아 내가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너희를 권하노니 모두가 같은 말을 하고 너희 가운데 분쟁이 없이 같은 마음과 같은 뜻으로 온전히 합하라”(고전 1:10)
또 그는 “그리스도 대신 인간이 중심이 되고, 인간을 높이는 곳에 분열의 틈이 파고든다”며 “이것이 고린도 교회의 실태였다”고 힘주어 말했다. 바울은 여기에 대해, “그리스도께서 어찌 나뉘었느냐”(고전 1:13)이라는 말로 결코 나뉠 수 없는 그리스도가 고린도 교회에 나뉜 것을 한탄했다며 최 교수는 전했다. 즉 그는 신학자 헤이스(Hays)의 말을 인용해, “그리스도가 시장판 물건이나 난도질당한 소유물로 취급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했다.
반면, 그는 “이런 고린도 교인들은 세상 지혜를 추구하고 또 자랑하지만, 그들이 따르는 지혜는 하나님의 심판 대상이 되는 지혜”라고 역설했다. 하여, 그는 “고린도 사람들이 높이고 추구했던 ‘말의 지혜’는 그리스도의 십자가를 헛되게 만들 수 있다”며 “고린도 교인들은 마치 그리스도를 쪼개어 파는 상품인양 분리시켜 놓는 길로 나아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를 위해, 그는 고린도전서 1:27-28을 전했다.
“그러나 하나님께서 세상의 미련한 것들을 택하사 지혜 있는 자들을 부끄럽게 하려 하시고 세상의 약한 것들을 택하사 강한 것들을 부끄럽게 하려 하시며
하나님께서 세상의 천한 것들과 멸시 받는 것들과 없는 것들을 택하사 있는 것들을 폐하려 하시나니“(고전 1:27-28)
이에 최 교수는 “개역개정판에서 번역된 ‘없는 자들’은 ‘못 가진 자’들이 아닌, ‘무존재’(the nothing)”이라며 “‘있는 자’들의 관점에선, 철저히 무시되는 존재들”이라고 말했다. 역설적으로, 그는 “하나님은 일부러 없는 자들을 택해, 일부러 있는 자들을 부끄럽게 하는 정도가 아닌 아예 폐하신다”고 강조했다. 이는 “하나님의 지혜가 가지는 심판의 효력을 부각시키고자 하는 바울의 의도”라며 그는 덧붙였다.
아울러 그는 “하나님은 그리스도의 십자가를 통해 세상의 지혜를 폐하시고, 대신 예수 그리스도가 우리의 지혜가 되게 하셨다”며 “그리스도 십자가 안에서 ‘의로움’과 ‘거룩함’과 ‘구원함’을 모두 받고, 이윽고 우리가 누릴 가장 최고의 좋은 것들을 하나님에게서 거저 받는다”고 힘주어 말했다.
“너희는 하나님으로부터 나서 그리스도 예수 안에 있고 예수는 하나님으로부터 나와서 우리에게 지혜와 의로움과 거룩함과 구원함이 되셨으니”(고전 1:30)
하여, 그는 “하나님은 ‘세상의 지혜’와 ‘문벌 좋은자’ 등 이런 것을 의지하는 자들을 폐하신다”며 “하나님이 주시는 은혜를 달게 받고 오직 하나님을 자랑하는 자들을 가장 높여주신다”고 강조했다. “이것이 십자가 안에서 나타난 거대한 반전”이라며 “우리가 취해야 할 지혜와 자랑은 오직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외에는 없다”고 그는 말했다.
이에 최승락 교수는 바울 스스로가 좋은 예라고 말했다. 그는 “바울은 자신의 선포 사역이 대중적 웅변가나 소피스트의 일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다는 걸 분명히 했다”며 “그의 사역은 하나님의 지혜인 십자가를 ‘지혜로 설득하는’ 게 아닌 ‘선포’로 전했다”고 했다.
“내 말과 내 전도함이 설득력 있는 지혜의 말로 하지 아니하고 다만 성령의 나타나심과 능력으로 하여”(고전 2:4)
아울러 그는 “바울은 자신의 인간적 모습이 웅변가의 기본적 자질과는 거리가 있었다”며 “두려움, 떨림, 약함에 휩싸였다”고 밝혔다. 그러나 그는 “바울은 오직 성령에 철저히 의존해 나아갈 때, 사람들 속에 성령께서 빚어내시는 ‘믿음’의 결과가 이뤄짐을 알았다”며 “이로 인해 하나님의 능력에 영광 돌릴 수 있게 됨을 믿었다”고 했다.
반면 그는 “인간의 내재적 지혜에 막혀 있는 사람들은 그들이 가진 근원적 한계를 넘어가지 못한다”며 “바울은 이를 ‘육에 속한 사람’이라 불렀다”고 전했다. 이들을 놓고 재차, 그는 “교회 안에 있지만 인간적 지식을 의지하는 사람들”이라며 “결국 육에 속한 사람들로 인해 고린도 교회 분열이 일어난 것”이라 꼬집었다.
“육에 속한 사람은 하나님의 성령의 일들을 받지 아니하나니 이는 그것들이 그에게는 어리석게 보임이요, 또 그는 그것들을 알 수도 없나니 그러한 일은 영적으로 분별되기 때문이라”(고전 2:14)
따라서 최 교수는 “바울은 그들을 향해 차라리 ‘바보가 되라’고 말한다”고 전했다. 왜냐면, 그는 “우리가 그리스도를 가진 자로서, 하나님이 주신 최고의 지혜를 얻었기 때문에 기꺼이 바보가 될 수 있다”며 “다만, 스스로 지혜롭다고 생각하면서 그리스도의 가치를 깨닫지 못하는 사람들은 실제로 바보가 될 수 밖에 없다”고 역설했다. 특히 그는 “‘만물이 다 너의 것임이라’는 결국 사람을 자랑하지도 말고, 자랑할 필요도 없음을 이유로 제시한 문구”라고 전했다.
“그런즉 누구든지 사람을 자랑하지 말라 만물이 다 너희 것임이라
바울이나 아볼로나 게바나 세계나 생명이나 사망이나 지금 것이나 장래 것이나 다 너희의 것이요
너희는 그리스도의 것이요 그리스도는 하나님의 것이니라“(고전 3:21-23)
때문에 그는 “그리스도인들은 최고의 지혜인 그리스도 안에 있고, 만물이 이미 우리 것이기 때문에 사람의 이름(바울, 베드로, 아볼로, 게바 등)에 예속될 필요가 없다”며 “기꺼이 바보가 될 수 있는 건 우리가 예수 안에 최고의 것을 가졌음”을 이유로 말했다.
다만, 그는 “‘만물이 다 너희 것임이라’는 이 문구는 문맥 속에서 읽지 않으면 , 자기중심성을 강화시키는 역효과를 낳을 수 있다”며 “일부 설교자들은 ‘모든 것을 자기 것으로 삼는’ 하나님의 복으로 호도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재차 강조하며, 그는 “성도는 하나님의 관점에서 스스로를 바라보아야지, 인간에게 자신을 예속시키는 건 어리석은 일”이라며 “그리스도인들은 이미 하나님의 최고의 지혜인 그리스도를 선물로 이미 받은 사람들”이라고 전했다. 하여, 그는 “이런 가치를 잘 아는 사람들은 자신을 높이기 위해, 세상의 지혜를 추구하고 탐해서도 안 된다”고 못 박았다.
끝으로, 그는 “바울은 고린도 교회를 향해 ‘바보가 되라’고 권면한다”며 “이는 우리 시대의 교회에 가장 필요한 권면이기도 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그는 “누구나 사람 앞에 잘 보이고 싶고, 인정받고 싶으며, 큰 교회가 되고 싶어 한다”며 “십자가는 교회 성장에 방해만 될 뿐, 누구도 바보가 되려 하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그러나 그는 “이렇게 된다면 십자가를 통한 하나님의 종말론적 가치 전복의 행위를 세상에 제시할 수 없다”며 “모든 걸 ‘upside down, downside up'하시는 하나님의 새 창조 질서를 세상에 구현할 수도 없다”고 강조했다. 때문에, 그는 “교회는 세상과 인간의 방식을 버리고 하나님의 방식을 따라가야 한다”며 “오직 그곳에서만 우리는 성령의 나타남을 경험하게 될 것”이라 힘주어 말했다.
발제자로, 김현광 박사(한국성서대학교 신약신학)가 ‘지식, 자유, 권리와 그리스도인의 삶, 고전 8-10장을 중심으로’를, 허주 박사(아세아연합신학대학교 신약신학)가 ‘고린도전서에서 나타난 바울의 목회선교적 리더십’을, 이승구 박사(합신대 조직신학)가 ‘성찬제중문의 의미 : 고전 11장을 중심으로’을 발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