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구속되는, 사법부 역사 71년 만에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물론 사법부의 최고 수장인 대법원장이라고 하여도, 죄가 있으면 그 처벌을 받아야 한다.
반면에 사법부 최고의 수장(首長)을 구속하는 것은 사법부의 독립이라는 점과, 법관들이 법과 양심에 의하여 판결한 것들에 대한 부정(否定)이 가해져, 그 혼란은 클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구속은 어떻게 시작된 것일까? 지난 해 6월부터 검찰은 양 전 대법원장에 대하여 수사를 시작하였고, 이번에 검찰이 양 전 대법원장에게 구속영장을 신청한 이유는,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및 공무상 비밀누설 등’의 혐의이다.
그리고 양 전 대법원장의 구속영장을 발부한 서울중앙지방법원의 영장 발부 이유는, 대략 세 가지이다. 범죄 사실 중 상당 부분이 혐의가 소명된 것이고, 사안이 중대하며,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미 검찰이 7개월 이상 조사한 것이고, 충분한 자료를 확보한 것으로 보는데, 이런 이유로는 석연치 않은 부분이 있다.
그러므로 이번 사태를 단순한 사법적 문제로 보는 사람은 별로 없다. 이러한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이미 정치권과 사법 권력과 언론에서는 ‘사법 농단’ ‘재판 거래’등 정치적 용어가 생산되어 급격히 유포되고 있었으며, 정치적으로 진보적인 시민/노동 단체들은 ‘사법부 적폐 판사의 피로 물들이자’는 구호들이 양 전 대법원장의 구속을 촉구하고 있었다.
그리고 사법부의 적폐청산 문제들이 불거져 나온 것은, ‘판사 블랙리스트’가 존재한다는 것이 발단이었다. 그러나 대법원은 이 문제에 대하여 스스로 여러 차례 조사를 통하여, 지난 해 5월 ‘사실무근’을 표명했고, 지난 해 7월에는 ‘재판 거래’라는 것도 ‘자료나 정황을 찾지 못했다’고 하였다. 또 대법관들도 ‘재판 거래는 없는 일’이라는 입장이었다.
그런데 지난 해 9월, 사법부 70주년 기념행사에서 대통령이 ‘지난 정부 시절의 사법농단과 재판거래 의혹이 사법부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뿌리 채 흔들고 있다’며 사법개혁 의지를 계속 보였고, 이에 현 대법원장이 검찰 수사에 적극 협조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오늘에 이른 것이다. 이러한 사실로 보면 양 전 대법원장의 구속은 현 정권과 현 사법기관의 찰떡 공조에 의한, 결과물임을 부인할 수 없게 되었다.
이번에 양 전 대법원장 구속 사태는 스모킹 건(smoking gun-범죄/사건 등을 해결하는데 결정적 단서)이 충족되었느냐는 논란도 있다. 물론 이 문제는 재판 과정에서 치열하게 전개되며, 시시비비가 밝혀질 것이다.
그러나 전직 대법원장에 대하여 구속까지 하는 것은, 개혁과 적폐청산이라는 칼날에, 사법부의 독립과 신뢰가 한꺼번에 날아가는 막심한 손해를 생각해 보아야 한다. 그런 측면에서 사법부의 독립과 자정 노력을 기울이지 못한, 현 사법 권력의 책임도 무한대로 보인다.
또 사법부의 독립과 권한을 지켜주어야 할 정부가, 오히려 사법부의 판결 행위와 행정권을 오/남용으로 몰아가서, 결국은 사법부와 국민들에게 혼란과 불신을 가중시키는 결과를 가져온 것에 대해서도 상당한 손실이 예견된다.
우리 헌법에 보면, 제101조 제1항에서, ‘사법권은 법관으로서 구성된 법원에 속 한다’고 하여, 법관 한 사람 한 사람이 사법권의 주체가 되는 것인데, 이것이 부정될 수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한 해에 법관들에 의하여 판결되는 재판 건수는, “2018 사법연감”에 의하면, 연간 1,800만 건이 넘는다고 한다. 이런 판결에 대하여 모든 국민들이 사법부를 불신하고, 불복한다면 이는 국가적으로도 국민적으로도 매우 불행한 일이 될 것이다.
우리 속담에 ‘쥐 잡으려다 독을 깬다’는 말이 있다. 사법부의 개혁도 좋고, 사법부에 문제가 있어, 이를 청산하겠다는 것도 필요하지만, 절대 권력을 위하여 사법부의 독립을 희생시키는 것이야말로, ‘도끼로 벼룩 잡는’ 식의 권력 남용이 될 수 있다. 이는 다음 정권에 의하여 또 다른 적폐로 몰릴 수도 있다는, 불안한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이번 양 전 대법원장에 대한 구속수사는 자칫, 국민들에게 사법부에 대한 불신을 심화시키고, 절대 권력에 의한, 절대 권력을 위한, 사법부 ‘길들이기’라는 부정적 시각이 덧씌워진다면, 이는 정치권뿐만 아니라, 국민 전체에게 큰 혼란을 일으키는 계기가 되고, 정치권에 대한 불신의 요소가 되지 않을까 심히 염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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