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주 기독일보 주디 한 기자] 지난주 금요일 미주 기독일보 사무실에서 The Lock Ministry의 한기영 목사를 만났다. 2017년 17년간 목회한 교회를 은퇴하며 33년을 산 미시간을 떠나, 자동차에 당장 필요한 옷가지를 싣고 캘리포니아로 왔다. 그리고 작년 10월 '갇힌 자에게 놓임을'을 펴냈다. 그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LA에 언제 오셨나요?” 통성명 같은 기자의 질문에 그는 긴 이야기를 풀어 놓았다.
“재작년 1월 말에 LA에 왔다. 브레아에 있는 엠베서더교회(Ambassador Church)에 나가 예배를 드렸다. 한국인 2세가 목회를 하는, 다양한 인종이 모인 다민족교회다. 25년 전 그곳 목사님이 탈봇을 졸업하고 전도사로 계실 때 제가 목회하던 교회에 오셔서 청소년 수련회를 섬겨주셨던 것이 계기가 됐다. 그러다 말씀을 전해달라는 부탁을 받고 어떤 모임에 갔다가 남상국 목사님을 만나게 됐다. 마침 그분이 저와 동갑이셔서, 제게 무슨 교회를 다니시는지 물으시며, 부에나팍에 있는 원호프교회(One Hope Church)를 소개해주셨다.”
“원호프교회는 한국 목사님과 사모님들이 나오는 교회인데 한국 목사님들이 교대로 말씀을 전하는 성도 수 20명 정도의 작은 교회다. 그 교회 절반이 저 같은 은퇴한 목사이고 반은 양로사역, 노인대학, 멕시코 선교 등을 하신다. 거기서 감옥 사역을 하시는 John Lee 목사님과 함께 구치소를 찾아가게 됐다.”
“미시간에 있을 때는 한인 2세가 감옥에 있다는 것을 상상도 못했는데 너무나 많은 한인 2세들이 감옥에 갇혀있었다. 놀라운 사실은 그들이 다 교회를 가 봤고, 부모님도 모두 장로, 권사, 집사, 심지어 목사인 경우도 있었다.”
“19살의 데이비드(가명)는 머리는 모호크 스타일로 자르고, 온몸에 타투를 하고 있었다. 이 아이가 처음 나왔는데 무시무시했다. 감옥에서 면회를 하면 20분 정도 시간을 주는데, 대화를 마치며 기도하는 것 외에 내가 도와 줄 것이 있는 지 묻자, 그는 돈이 필요하다고 했다. John Lee 목사님께 여쭤봤더니, 50불까지 영치금으로 넣어주는 것이 원칙이라고 하셨다. 그래서 50불을 넣어주었고 3주후 그를 다시 만났다. 복음을 전하고 나서 다시 물었다. ‘기도 말고 너를 위해 해줄 게 있냐.’ 그의 대답은 지난번과 똑같았다. 감옥 안에서도 마약을 하는 아이들이 있다는 이야기를 들어서 고민이 됐지만 지갑에 있던 40불을 줬다.”
“2주후 그를 만났는데, 그가 “pastor Han, pastor Han”이라며 반갑게 나를 맞았다. 자기가 성경 공부하는 곳에 갔는데 거기서 요셉 이야기를 들으며 눈물을 많이 흘렸다고 했다. 싸움이 일어나면 거기에 빠지지 않아서 별명이 rush였고 19살 때, 이미 총을 세군데나 맞았고, 12살부터 소년원을 들락날락 했던 아이였다. 그런 그가 다시는 절대 싸움을 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결국 작년 4월 재판을 받고 무죄(not guilty)로 풀려 나왔다. 고등학교 자격증을 받아 사이프레스 커뮤니티 칼리지에 입학했다.”
그는 이들을 만나며 발견한 사실은, 이들에게 꿈이 없다는 것이었다고 말한다.
“젊은 수감자들에게 ‘당신의 꿈은 무엇인가’라고 물으면 대부분 어깨를 들어 올릴 뿐이다. 그래서 그들에게 에베소서 2:10절 말씀을 전해주기 시작했다. ‘하나님의 걸작품’(God’s Masterpiece)임을 가르쳐주고, 우리 모두에게 하나님이 주신 사명(Mission)과 그 사명을 완수해야 할 책임(Mandate)이 있음을 가르친다.”
그는 짧은 시간이지만 이 사역을 통해 많은 감동을 받았다고 말했다.
“40살이던 다니엘은 살인으로 종신형을 받은 상태였다. 그를 만나 대화를 나누고 그를 위해 기도하는데 수화기 너머로 흐느끼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의 눈물을 보며, 하나님의 사랑을 느끼고 그가 눈물을 흘리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침례교 교회에서 목회를 하면서, 침례를 통해 많은 감동을 받곤 했다. 예수님과 함께 물에 잠겼다가 부활을 체험하는 상징적인 의식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한편으론, 감동 없이 밋밋하게 믿는 이들도 많다. 그런데 감옥에서 사람들이 변화되는 모습을 보며 많은 감동을 받았다.”
감옥에서도 침례를 주시나요?
“침례를 집례하진 못한다. 예배를 드리고 성경공부를 할 수 있지만 일대일 상담이 안되기 때문에 한사람 한사람과 면담을 한다. 밑바닥에 내려가는 게 사람마다 다르다. 구치소에 들어와 있지만 여전히 마음이 높아져 있는 수감자들도 많다. 한 2~3년 정도 거기 있으면 정신을 차리는 것 같다. 자기 파트너를 죽이고 구치소에 들어와 7년을 보낸 수감자(40세)가 있었다. 그는 구치소에 들어 온지 3년 반만에, 와이프가 이혼을 요구하면서 밑바닥을 체험했다.”
그가 이 책을 쓰게 된 것, 이 사역을 시작하게 된 것은 한 영혼을 향한 관심 때문이었다.
“이 책을 한달 만에 쓴 게 너무 신기하다. 작년 7월, 내가 만난 사람 중 한 사람이 머릿속에 계속 맴돌았다. 그러다 매일 아침 4시에 일어나 그를 위해 기도하고 책상에 앉아 약 한 달간 그에 대해 글을 적기 시작했다. 그렇게 쓴 글이 모여 한달 만에 책으로 나오게 됐다.”
Lock Ministry란 무엇인가?
“재작년 9월 첫째 주일날, 우리 감옥 사역팀에서 돌보던 한 청년이 아버지와 함께 엠베서더교회 예배에 참석했다. 그리고는 매주 예배를 드렸다. 기쁜 마음으로 그와 함께 점심을 먹고, 청년 소그룹 모임에 연결해 주었다. 그러나 그 기쁨은 딱 2달 만에 끝났다. 12월 첫째 주일이 됐을 때 그가 오지 않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의 아버지로부터 연락이 왔다. ‘아들이 다시 마약을 하게 되었다’는 소식이었다. 우리 사역이 실패했다.”
그는 그 실패의 원인을 팻 놀란의 책《죄수가 돌아올 때 (When Prisoners Return)》에서 발견했다고 말한다.
“캘리포니아 하원의원이던 팻 놀란은 횡령으로 감옥에 들어간 이후 삶이 완전히 바뀌었다. 정치를 그만두고 찰스 콜슨이 이끄는 교도소선교회(Prison Fellowship)에 들어가 교정사역을 시작했다. 이 책에서 그는 ‘재소자가 돌아올 때 교회가 도와줘야 한다’고 말한다. 그들은 운전면허도, 직업도, 의료보험도 없다. 미국내 감옥에 있는 재소자는 220만 명에 이른다. 그중 매년 60만 명이 출소하지만 67.8%가 3년 내에 다시 잡혀 들어간다. 이를 재범(recidivism)이라 한다. 그들이 사회에 적응할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두번째, 교회가 멘토 역할을 해줘야 한다. 청년들을 만나며 정말 답답했던 것은 그들이 정말 형 같은 멘토를 만났다면 그렇게 되지 않았을 거란 점이었다.”
“미시간 주변에는 큰 호수가 많다. 그런데 이 호수들의 높이가 같지 않아서 큰 급류가 생기기 때문에 배가 다니지 못한다. 북 미시간에 수 세인트 마리 라는 도시가 있다. 캐나다 접경 도시인 거기서 수퍼리어 호와 휴론 호가 만나는데, 이 두 호수의 높이 차를 극복하고 배가 다닐 수 있도록 갑문(the Lock)을 설치했다. 파나마 운하에도 태평양과 대서양의 높이가 달라 갑문이 설치되어 있다.”
“갑문은 양쪽에 수문을 만들어, 수위를 갖게 만들어 배가 다닐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이와 마찬가지로 감옥에서 나온 사람들은 보통 사람들과 다른 위치에 있다. 마치 미숙아로 태어나면 인큐베이터 안에서 길러지듯, 이들이 사회에 적응할 정도가 될 때까지 보살피는 과정이 필요하다.”
“Lock Ministry에 대해 생각해 봤는데, Love of Christ’s Kingdom, Learn On Christ’S Kingdom, Live Out Chist’s Kingdom으로 정리할 수 있다. 먼저, 감옥을 방문해 말씀을 전하고 큐티집, 성경책을 제공하며 하나님의 사랑을 전한다. 그리고 먹고 살 곳을 줘야 한다. 다음으로 제대로 된 직업을 갖도록 도와주고 훈련을 시켜야 한다. 그러면 자기 자존감이 높아진다. ”
그는 이 사역을 위한 모델로 삼는 교정 사역 단체들에 대해 설명했다.
“예수회 그레고리 보일 신부가 1992년 LA에 갱단 재활을 위해 설립한 홈 보이 인더스트리즈(Homeboy Industries)는 식당과 빵공장을 운영하며 이들에게 직업을 제공한다. 샌프란시스코에 본부를 둔 드렌시 스트릿 재단(Delancey Street Foundation)은 1971년 미미 실버트 박사에 의해 시작됐다.”
“그는 캘리포니아 버클리 대학에서 심리학과 범죄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는데, 감옥에서 나온 청년들을 자기 집에 데려와 재우기 시작해 47년 동안 1만 5천명 이상에게 새로운 삶의 기회를 제공했다. 현재는 샌프란시스코 베이브릿지 아래 500명 동시수용이 가능한 건물을 지어 1,2층에서 비지니스를 하고 3,4층은 숙소로 사용한다. 이 재단은 정부의 지원을 받지 않고 40개의 사업을 운영하며 자급자족하고 있다.”
“미미 실버트 박사는 이곳을 ‘꼴찌들을 위한 하버드’라고 부른다. 이곳에서는 새로운 사람이 들어오면 정장으로 갈아 입히고 오페라 공연에 데리고 간다. 정장을 한번도 입어본 적이 없고, 오페라 공연에 가본 적도 없는 이들에게 이런 대접을 받을 가치가 있다는 것을 가르쳐 주는 것이다. 또 ‘Teach other, each other’ 이란 모토로, 이곳에 들어온 사람들은 모두 서로 배우고 가르친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사람은 중학교 실력을 가진 사람을 가르치고, 중학교 실력을 가진 사람은 초등학교 실력을 가진 사람을 가르치며 아무 것도 가르칠 게 없다고 생각했던 사람들이 자신이 쓸모 있는 존재라는 것을 느끼게 된다.”
한기영 목사는 “감옥에 갇혀 있는 우리 젊은이들을 보면서 분명한 것은 우리가 실패했다는 것이다. 감옥에 있는 대부분의 젊은이들은 이미 크리스천이거나 최소한 부모를 따라서 교회를 다닌 경험이 있는 사람들”이라며 “교회가 그들을 붙잡을 수 있는 기회를 놓쳤거나 포기했다”고 지적한다. 그러면서도 그는 교회가 그들을 올바로 가르치고 돕는 사명을 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The Lock Ministry는 20일 주일 오후 5시 Ambassador Church(701 S. Sunkist St., Anaheim, CA 92806)에서 "The Lock Ministry 창립 및 한기영 목사의 저서 '갇힌 자에게 놓임을' 출판 기념 예배"를 드렸다. 웹사이트: thelockministry.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