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현지시간) 치러진 그리스 2차 총선에서 가장 큰 쟁점이던 구제금융 이행 조건은 어떤 형태로든 다시 논의될 것으로 예상된다.
출구조사 결과 오차범위 내에서 선두경쟁을 벌이는 것으로 나타난 급진좌파연합(시리자)과 신민당이 모두 재협상을 약속해 왔기 때문이다.
시리자는 지난달 총선 때와 똑같이 이번 2차 총선에서도 '구제금융 재협상'을 공약했고, 신민당 역시 '구제금융 추가협상'을 약속했다.
두 당은 모두 재협상 약속하고 있지만 원론에서 크게 다른 입장을 보인다.
우선 시리자는 원점에서 재협상을 요구한다. 즉 지난 2월 신민당과 사회당 등 양당의 참여 아래 의회 비준을 받아 이뤄진 이행조건을 무효화하고 재협상을 시작하자는 얘기다.
시리자는 나아가 이행조건에 따른 관련 법률 폐지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시리자의 전 비례대표 의원이던 바실리스 물로풀로스(65) 위원은 최근 연합뉴스와 한 인터뷰에서 시리자가 정부 구성 뒤 해야 할 첫 과제로 구제금융 이행 관련 법률의 폐지를 꼽았다.
공공부문 인력 감축과 급여 삭감, 연금 축소 등을 골자로 한 이 법률들이 폐지되면 공공부문은 현 수준대로 유지된다. 또 공공부문의 민영화 계획 폐지로 공공부문 일자리 감축은 더 이뤄지지 않는다.
반면 신민당은 2차 구제금융 이행 조건은 그대로 두고 다음달 추가 지원분에 대한 금리 완화 등을 다시 논의한다는 입장이다.
시리자의 주장보다는 덜 급진적이지만 성사 가능성은 높다.
이는 최근 '재정 긴축'을 골자로 한 EU 집행위와 유럽중앙은행(ECB), 국제통화기금(IMF) 등 이른바 '트로이카'의 구제금융 방식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잇따르는데다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도 '성장책 유인' 등 발언으로 공조하고 있어 트로이카에 먹힐 가능성이 크다.
반면 시리자의 재협상 주장에 대해서는 트로이카가 일찌감치 '불가' 입장을 거듭 밝힌 바 있어 성사 여부 자체가 불투명하다.
만일 시리자의 재협상 요구가 묵살되면 그리스의 재정은 곧바로 바닥을 드러낼 공산이 크다.
지난달에도 ECB가 추가 지원분 50억 유로의 지급을 열흘간 보류하자 그리스 안팎에서 재정 파탄을 경고하는 목소리가 잇따라 나왔다.
재정 파탄은 공공부문 급여 지급 중단과 의료 혜택 중단 등으로 연쇄 작용을 일으켜 그리스 경제는 마비 상태에 이르게 된다.
이는 곧바로 정부 불신임으로 이어지고, 그리스와 유럽은 다시 혼란에 빠져들 것으로 우려된다.
결국 그리스가 파탄에 이를지는 트로이카가 칼자루를 쥔 형국으로 독일 등 주요국이 앞으로 어떻게 결심할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