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현국(사진) 목사. 보수 중의 보수라는 대한예수교장로회 고신총회의 미주총회라 할 수 있는 재미고신총회 직영신학교인 에반겔리아대학의 총장이다.
그는 목사이며, 교수이자, 학자 그리고 총장이다. 70년대 한국 기독교가 급성장하던 때에 흔히 이단이라고 부르는 유사종교 연구로 큰 업적을 쌓았고 교계에서 큰 명성을 날리기도 했다. 1968년부터이니 교수생활만 34년이다. 그러나 여기까지는 표면이다.
이제 이면으로 들어가 보자. 신현국 목사. 그를 기억하는 사람들은 故 한상동 목사를 빼놓을 수 없다. 신 목사는 한국 보수신앙의 자존심, 신사참배 반대 운동의 거성인 한상동 목사 밑에서 신앙과 목회를 배웠다. 한 목사가 신사참배를 거부한 출옥성도들과 개척한 부산 삼일교회에서 신 목사는 부목사를 하며 가까이에서 그의 목회를 접했다. “죽으면 죽으리라”는 목회 신조가 신 목사의 신조가 된 것도 결코 우연이 아니다.
한국의 고신총회가 한상동 목사로부터 시작되었다면, 재미고신총회는 그의 제자인 신 목사에 의해 시작됐다. 1983년 고신총회가 동포사회와 미국 복음화를 위해 교단을 미주에 설립할 때 그 책임자로 파송된 이가 바로 신 목사다. 그가 처음 미국에 발을 들였을 때 전무했던 교단은 이제 미주 7개 노회와 130개 교회로 성장했다. 그가 故 이근삼 목사의 유지를 받들어 에반겔리아대학 총장이 된 이후, 이 학교 역시 연방정부의 인가에 이어 TRACS의 학위 인가까지 받아내며 급성장했다.
그는 신학교 1학년 학생을 1학년이라 부른다. 2학년은 2학년, 졸업반은 3학년인. 그런데 신 목사는 신학과정을 다 마치고 졸업한 학생에 대해서는 4학년이라 부른다. 목회를 30년 했다면 33학년인 셈이다. 신 목사는 “목회는 배움의 연장선상에 있다”고 늘 강조한다. 신학교에서 배운 것은 목회의 준비일 뿐이며 목회하는 그 과정 자체가 늘 연구와 배움이어야 한다는 말이다.
그는 “설교자의 마음이 뜨거워지지 않는데 어떻게 양떼들의 마음이 뜨거워지길 기대할 수 있느냐”며 메신저로서의 설교자가 갖추어야 할 자세를 털어놓기 시작했다. 첫째, 설교는 성경에 관해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성경을 설교하는 것이어야 한다. 요즘 목회자들의 설교는 자신의 이야기를 하기 위해 성경 구절을 갖다 붙이는 식인데 이런 설교는 성도들에게 독이다. 둘째, 결코 쉽지 않은 성경의 메시지를 쉽게 그 자체로 설교하는 것이야말로 설교의 진수다. 저 뒷자리의 무식한 할머니라도 고개를 끄덕일 정도가 되어야 한다. 셋째로는 성령의 역사다. 그는 “저의 50년 목회를 돌아 보니 성령의 조명 없이는 성경을 설교할 수 없다”고 고백했다.
“보수 중의 보수인 고신에서 성령을 말씀하시냐”고 물었더니 “흔히 장로교가 말씀에는 강하지만 성령에는 약하다고 보는데 진정한 칼빈주의는 성령을 인정한다”고 답했다. 그는 “성경이 말하는 기독교는 말씀과 성령이다”라고 단언하며 “아무리 잘 말씀을 전해도 성령이 역사해서 깨달아지고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성경의 텍스트는 텍스트일 뿐이다”고 설명했다.
또 그는 “구원에 있어서 칭의는 바로 영적 출생을, 성화는 영적 성장을 가리킨다”면서 “의롭다 인정받고 새롭게 태어난 우리가 이제는 이 땅에서 거룩하게 성장하며 두렵고 떨림으로 그 구원을 이뤄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진정한 칼빈주의는 말씀뿐 아니라 말씀으로 인해 변화된 삶을 강조할 수 밖에 없다”고도 했다. 그는 “한국 신학교에서는 ‘신학 공부 못해도 목회 잘할 수 있다’라는 식으로 학문과 목회를 분리하는데 화란 개혁교회는 ‘공부도 하나님의 영광을 위해서 하기 때문에 공부 잘하는 학생은 신앙이 좋다’고 본다”고 부연했다.
그래서 그런지 에반겔리아대학은 학사 관리가 까다롭기로 유명하다. 모든 과목에서 B학점 이상을 요구하며 수업은 반드시 출석해야 하고 뭐든지 쉽게쉽게 넘어가는 게 없다. ‘영혼을 다룰 의사들을 키워내는 학교가 설렁설렁 했다가 큰일난다’는 것이다. 앞으로는 선교한의학과 등 다양한 과를 증설해 전세계로 파송될 선교사들까지 준비시킨다는 계획이다.
신 목사는 끝으로 “문화를 빼앗긴 기독교”에 관해 지적했다. 그는 “유럽교회가 현재 무너지고 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그 조상 때부터 내려 오던 기독교 문화를 여전히 담지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교회는 어떤가? 100년만에 크게 성장하면서 열심에 있어서는 최고라 할 만하지만 그에 걸맞는, 사회에 영향을 미치는 기독교 문화, 기독교 가치관을 만들어내진 못하고 있다. 이것이 저의 후학들이 담당해 주었으면 하는 부분”이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