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교회가 가족 전체에게 세례를 줄 때 아동세례를 베풀었고, 현재 세계의 대부분 교회가 아동세례를 시행하고 있는데, 한국교회만 과거의 구습에 매여 있어서는 안 된다. 아동세례를 반대할 성경적, 신학적, 교육적 근거가 없다."(온무리교회 조용선 목사)
[기독일보 조은식 기자] 예장통합 총회선교부가 9일 낮 한국교회100주년기념관에서 "어린이(아동) 세례 및 세례·입교 연령에 관한 논의" 공청회를 가졌다. 김세광 교수(서울장신대)는 이에 대한 연구위원회 보고서 발표를 통해 "오늘 세계 교회의 입문과정을 자세히 살펴보면, 아동세례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중요한 성례예식이라는 판단이 선다"고 했다.
16세기 역사적 교회 이래 갈등을 빚어왔던 유아세례 논쟁은 에큐메니즘 시대인 지금에까지 계속되어 오고 있다. 유아세례 관습을 유지해 온 전통에서는 유아 이후 입교까지의 연령층에 해당하는 아동들은 성례전적 과정에서 제외되어 왔다. 현재 한국 주요 장로교회들은 만 2세까지의 유아세례만을 허용하고 있기 때문에, 만2세 이후 아동들이 세례를 받기 위해서는 성인 세례 연령 자격인 15세까지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다.
그러나 김세광 교수는 아동세례가 해외 개혁교회 전통의 교회들, 감리교회, 루터교회 등 대부분의 주요 개신교 교단들이 시행하고 있다고 밝히고, 이외에도 더 예전적인 교회들도 많은 교회들이 아동 세례를 포함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아동세례는 어느 특정 전통의 신학적 주장이 아니다"라고 말하고, "아동세례는 혁신적인 성례제도가 아니라, 이미 세계교회의 보편적인 성례제도"라 설명했다.
또 김 교수는 "개혁교회의 토대를 놓은 츠빙글리나 칼뱅을 비롯한 주류 종교개혁자들 모두 한 목소리로 유아세례가 성경적 가르침에 부합되며, 구약의 할례와 연속성을 가지고 있고, 하나님 언약의 성례이며, 교회적으로나 목회적으로도 매우 유익한 제도라고 확신했다"며 "세례는 하나님 은혜의 통로이다. 하나님의 은혜는 조건 없이, 값없이 주어지는 선물이고, 이 은혜에서는 어떤 연령층도 제외되어서는 안 될 것"이라 주장했다.
더불어 김 교수는 "오늘날 한국교회 아동부 교회학교가 시간적, 내용적, 사회생태학적 한계로 인해 점점 줄어드는 현실상황을 고려할 때, 아동 세례는 다음세대의 신앙전수의 책임을 맡은 한국교회 교회학교와 믿음의 가정 모두에게 매우 시의적절하며 또한 강력한 신앙적인 가르침을 제공할 수 있는 교육선교의 장을 마련할 수 있다"고 확신했다.
때문에 김 교수는 "하나님 계약의 백성을 향한 절대적 은총의 선물인 유아세례를 보존해 온 개혁교회 전통에서 아동세례를 금하고 있었다는 것은 적절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하고, "신학적 근거나 목회적 통찰이나 고려 없이 전통을 답습해 온 것에 대해 그 원인을 규명해보고, 이제 세계교회의 변화와 그들의 통찰을 겸허히 수렴해가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했다.
다만 박경수 교수(장신대)는 유아·아동세례 실행과 관련 몇 가지 진지하게 숙고해야 할 점들이 있다고 지적했다. 먼저 그는 "아동 세례와 관련된 교육이 사각지대로 남아서는 안 된다"고 말하고, 아동 눈높이에 맞춘 신앙교육과 부모교육이 동반되어야 함을 역설했다. 또 아동들이 상대적 박탈감이나 소외감을 느끼지 못하도록 촘촘한 제도적 장치와 안내지침이 필요하고, "유아·아동세례는 율법이 아닌 자유가 되어야"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행사에서는 김세광 교수의 보고 발표 외에도 조용선 목사(온무리교회)와 박경수 교수(장신대), 양금희 교수(장신대), 김명실 교수(영남신대) 등이 발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