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일보 조은식 기자] 개신교와 천주교, 정교회가 함께 하는 '한국그리스도교신앙과직제협의회'(이하 신앙과직제협) 제18회 한국 그리스도인 일치 포럼이 29일 오후 7시,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열렸다. "교회와 여성, 함께 하는 여정"이란 주제로 열린 이번 포럼에 대해 주최 측은 "현실에서 존재하는 차별받는 '여성'을 일치운동의 관점에서 재조명해 보고자 했다"고 전했다.
개신교 측 발제자로 나선 양현혜 목사(이화여대)는 "한국 개신교가 '자주적 근대'를 모색하는 근대 한국의 역사와 교착하면서, 새로운 사회 형성을 위한 계몽적 사회사상으로서 적지 않은 영향력을 행사했는데, 특히 여성의 평등과 해방에 관해서도 크게 기여했다"고 했다. 그러나 "그런 긍정적 역할에도 불구, 한국 개신교는 그 제도화 과정에서 가부장제적인 틀이 구조적으로 형성됨으로써 교회의 직제와 신학에 있어서 여성의 통전적 인간성이 현저하게 억압, 왜곡되어 온 것도 사실"이라 지적했다.
개신교사에서 '인간이 아니라 하나님께 복종하라'는 것은, 기존의 권위에 저항하는 모든 이반 집단들을 위한 지속적인 신학적 지주가 되어 왔다. 양 목사는 이 점이 가부장제적 부조리의 삶을 살고 있었던 조선 시대말의 한국 여성들에게 적용됐다고 했다. 그렇게 여성들은 개신교를 통해 모든 권위를 상대화시키는 절대자를 만났고, 신과의 직접적인 관계 속에서 자신들을 재정립해 나갔다. 남성과 동등하게 신의 형상대로 지음 받은 자신들의 인간적인 권위와 자율성을 회복한 것이다.
그러나 양 목사는 "이러한 여성 해방의 움직임이 교회의 남성 우월적 제도화라는 내재적인 요인과 일제의 개신교 탄압, 개신교와 세계 냉전 체제의 유착 등의 외부적 요인 등에 크게 영향 받으며 적지 않은 왜곡과 변용을 거쳐야 했다"고 지적했다.
물론 오늘날 한국 개신교 여성 운동은 해방과 억압의 길항 속에서 '한국 개신교 여성의 주체성' 모색을 자각적으로 추구하는 다양한 실험적 시도를 통해 크게 비약하고 있다. 양 목사는 "한국 개신교 여성의 주체성 모색이라는 급진적인 시도의 질을 유지하면서도, 이것을 주부적인 자아상 속에 안주하고 있는 많은 기성 교회 여성들을 대상으로 어떻게 확대, 대중화해 갈 것인가가 앞으로의 커다란 과제의 하나"라 이야기 했다.
한편 행사에서는 양신혜 목사의 발표 외에도 박은미 박사(한국카톨릭여성연구원 대표)가 "카톨릭 교회와 여성"을 주제로 발표했으며, 양주열 신부(천주교 서울대교구 통합사목연구소)와 한수현 박사(기독교대한감리회)가 토론자로 수고했다. 행사 전에는 김희중 대주교(신앙과직제협 공동의장)와 이홍정 목사(신앙과직제협 공동의장)가 인사말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