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일보 조은식 기자] 도서출판 ㈜홍성사가 민영진 박사(전 대한성서공회 총무)와 변종길 교수(고려신학대학원 신약학)를 초청, ‘우리 독자를 위한 성경 주석, 성경 주석 어떻게 써야 하는가?’라는 주제로 공개특강을 연다. 첫날 18일 오후 4시, 양화진책방에서는 민 박사가 "성경 주석, 어떻게 쓰고, 어떻게 읽어야 하나?"를 주제로 강연을 전했다.
민영진 박사는 칭찬부터 시작했다. 그는 "퍽 어려운 과제이긴 하지만 출판사(出版社)와 저자(著者)와 독자(讀者), 세 쪽에서 함께 모여 대화를 하면서 어떤 해답을 찾아보겠다고 하는 방향은 출발부터 잘 잡은 것 같다"고 말하고, "출판사가 조정역(調停役, 코디네터)을 맡아 필자를 찾고, 독자를 이 논의에 참여시키고, 필자에게는 성경 주석을 어떻게 쓸 것인지, 무엇을 쓸 것인지 독자 앞에서 밝히라고, 집필자를 독자 앞에 내 세워 독자에게 약속하게 하는 이 시도는, 엄숙(嚴肅)한 성예전(聖禮典)이라는 느낌이 들 정도"라고 평했다.
또 한국교회 주석 작업에 대한 애정 어린 비판도 잊지 않았다. 그는 "기독교 역사 100년이면, 이제 그 나라의 신학자들이 주석을 집필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 그것도 복음서를 기준으로 할 때 최소 10년이 아닌 1년 안에 집필을 마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그렇게 마감 일자를 정하는 것, 그리고 영, 독, 불 주석들이 많이 나와 있으니까 그것들을 비교해 보고 주요 내용을 발췌(拔萃)하여 소개(紹介)한다면 못할 것도 없겠다는 발행인과 집필자 쪽의 어처구니없는 자신감, 이런 것이 지난 20여 년 동안, 성경 주석을 침체의 늪으로 빠져들게 한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본다"고 했다.
민 박사는 "쉽게 나왔던 주석들은 사라졌거나 사라지고 있다"고 지적하고, "유대교 주석 역사에서 대표적 주석가 '라쉬'가 주석가로 활동한 것은 11세기 말이었는데, 히브리어 성경이 정경이 되고도 1,000년이 지난 뒤로, 적어도 1천년의 집단 독경의 역사가 있었던 것"이라며 "그 기간에 히브리어 성경에 대한 수많은 질문(質問)이 제기(提起)되었었고, 집적(集積)되었었던 것"이라 설명했다. 그는 "주석은 그 질문에 대한 대답으로 집필되기 시작했던 것"이라 말하고, "우리의 경우는 성경 완역 100년이 되기 전부터 성경 주석들이 나왔었는데, 한국기독교 100년 역사는 3000년 유대교 쪽 전승(라비 주석)에 접목되든 2000년 서양기독교 쪽 전승(교부 주석)에 접목되든, 아니면 이 두 전승에 함께 결합되든, 2-3천 년의 독경(讀經)과 주석(註釋)의 시간을, 독서(讀書)로 공유(共有)했어야 했다"고 주장했다.
민 박사는 "구전 율법인 탈무드의 역사도 긴데, 토라의 경우 기록 율법과 구전 율법의 시간차를 결정하기는 어려워도 거의 동시대에 혹은 기록 율법 직후로 그 기원을 고려한다면 기록 경전 탄생과 구두 주석 탄생은 그 시기를 거의 같게 잡아도 될 것"이라며 "경전 역사만큼이나 주석 역사도 길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 긴 역사를, 대표적 주석에 대한 오랜 연구 없이, 주석 역사를 뭉개버린 채, 주석을 쓸 수는 없다"면서 "최소한도 중세 랍비들의 히브리어 성경 주석, 교부들의 구신약성경전서 주석을 먼저 섭렵한 다음에 현대의 학문적 주석을 보면서 우리에게 필요한 주석을 구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덧붙여 민 박사는 "한국 개신교 100년 역사에서 우리말로 집필된 주석이 국제적으로 관심을 받아 그 나라 말로 번역되는 경우는, 해외에서 활동하고 있는 우리나라 학자들을 제외하면 극히 드물고, 나라 안에서 활동하는 주석가들이 자신들의 주석을 국제학회에 내놓고 평가를 기다리는 경우는, 기회도 잘 주어지지 않지만, 주어진다 해도 퍽 드문 일이 될 것"이라며 "언젠가 그러한 글로벌한 성격의 주석이 우리 역사에서도 나올 수 있기를 바란다"고 했다. 그는 "이런 것 까까지 고려하여 주석 집필을 격려(激勵)하고 주석 독서를 장려(獎勵)하여 한국의 성서학이 세계사적 공헌을 할 수 있도록 출판사가 그 기틀을 마련할 수 있다면 달리 더 바랄 것이 없을 것"이라 했다.
결론적으로 민영진 박사는 주석 집필자에게 "우리말 주석, 곧 우리나라 성경 독자들을 위한 주석에는, 유대교의 해석 전승과 기독교의 고전적 주석 전승을 반영시켜, 3천년 혹은 2천년의 성경 이해의 역사를 우리말 독자가 공유하도록 안내할 수 있어야 한다"고 다시금 강조하고, "방법론에 있어서는 유대교의 ‘프샤트’, 곧 문자적 의미, 문맥적 의미 발굴을 지속하기 위해 역사 비평적 접근과, 나날이 발전하는 학문적 방법(인문학적, 사회학적, 과학적 접근)을 꾸준히 시도할 수 있을 것"이라 했다.
또 "의미 추구에 있어서는, 성경 주석을 통하여, 현대 인류가 당면하는 구원(救援) 문제에 성서적 접근이 구체적 해답을 제시할 수 있도록 성경 본문이 발언을 하게 해야 할 것"이라 말하고, "21세기 한국에서 나오는 주석은 한국어 독자가 묻는 질문에 대답해야 한다"면서 "우리의 역사에서 기독교를 향해 도전해오는 질문도 다루고, 동양의 다양한 문화와 종교와의 만남에서도 구원의 경륜을 읽어내도록 안내하는 주석이 되어야 하며, 지구 행성이 당면한 피조 세계의 문제에도 응답하고, 종교 간 갈등에 창조적으로 대처하는 해석을 시도하는 세계사적 공헌도 할 수 있어야 할 것"이라 이야기 했다.
주석의 도움을 받아 성경을 읽고 공부하는 독자들에게 민 박사는 "성경 본문을 읽을 때 전후 문맥(文脈)을 놓치지 않도록 배려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그는 "화자(話者)와 청자(聽者), 중간 개입자(介入者), 바뀌어 버린 화자와 청자 등을 구별하기 어려운 본문들이 많은데 이것을 잘 이해하도록 노력해야 하고, 한 번역본이 이해되지 않으면 다른 번역을 비교해 보면서 문제를 해결해야 하며, 그래도 이해가 되지 않으면 주석을 보면서" 노력을 해야 한다고 이야기 했다.
마지막으로 성경 주석을 출판하려는 출판사에게 민 박사는 ▶출판하려는 주석의 집필원칙(執筆原則)과 지침(指針)을 구체적으로 명확하게 기술(記述)하고, 그 원칙과 지침을 지키기로 하는 필자에게 주석 집필을 맡겨야 하고 ▶출판사는 집필자와 협조하여, 학술지의 논문 심사 규정에 준하는 집필자를 위한 집필윤리규정(執筆倫理規定)을 별도로 만들고, 집필자가 동의하면 편집위원회는 그것이 지켜지는지를 줄곧 확인(確認)해야 하며 ▶집필자에 관한 정보를 충분히 확보해 집필자와 주석 편찬에 대해 섬세하게 살펴야 한다고 당부했다. 더 나아가 "출판사가 독자를 배려해서 온라인 주석까지 기획, 주석에 대한 독자의 접근성을 높이고, 독자의 주석 활용을 격려할 수도 있어야 한다"고 이야기 했다.
한편 민영진 박사는 ‘표준새번역’과 ‘새번역’, ‘개역개정판’, ‘공동번역’ 등의 번역을 지휘한 구약학자이자 성경번역가로서 감신대 교수, 대한성서공회 총무를 역임했으며, 현재는 세계성서공회 컨설턴트로 소수 민족의 성경 번역을 돕고 있다. 또 오는 6월 1일 같은 시간 같은 장소에서 "한국교회에 어떤 주석이 필요한가?"란 제목으로 강연을 전하는 변종길 교수는 빌립보서, 로마서, 요한계시록 주석 등을 썼으며, ‘한국 성경 주석의 역사와 과제’ 등 관련 주제에 관심이 높은 학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