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를 대표하는 최고의 전도자인 빌리 그래함 목사가 21일 몬트리트의 자택에서 향년 99세로 별세했다. 우리나라에도 잘 알려진 그래함 목사는 미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도 가장 영향력 있는 영적 지도자로 주님의 품안에 안식을 누리게 되었다.
그의 삶의 궤적을 돌이켜보면 1918년 11월 노스캐롤라이나 주 샬럿에서 태어난 그래함 목사는 1940년 플로리다의 신학교를 졸업하고 침례교에서 목사 안수를 받았다. 그는 2차 세계대전 직후인 1947년 로스앤젤레스(LA) 전도대회를 인도하면서 미국 전역에 이름을 알렸다. 이후 '빌리 그래함 전도협회'를 설립해 전 세계적인 선교에 나서면서 세계적인 복음 전도자로 자리매김했다.
그래함 목사의 우리나라 사랑은 각별했다. 그는 한국전쟁 당시인 전쟁중이던 1952년 한국을 방문해 미군들을 위로하고, 서울과 부산 등지에서 각종 집회를 통해 한경직 목사를 비롯한 한국교회 지도자들을 만났다. 성탄절에는 경무대(警珷臺)에서 이승만대통령과 만나 대담을 나누었다. 그리고 그 전도집회의 음반을 1953년 발매하였다. 그의 설교가 담긴 타이틀은 'Let Freedom Ring(자유가 울리게 하라)'이었다. 또 음반에는 이승만 대통령과의 대담을 함께 수록하여 한국에 전쟁중에 있던 한국에 대한 자유와 평화를 위한 지원과 한국교회가 공산화를 막는데 기여하는 메시지를 전파하기도 하였다.
전쟁이 끝난 1956년 다시 방문하여 한경직 목사와 함께 한국교회의 부흥과 재건에 복음전파로 기여하였다. 한국교회는 그래함 목사에게 많은 빚을 졌다. 그것은 경제적 지원만이 아니라 영적 지원이었다. 한국교회의 급성장에는 1907년 원산대부흥 이후 70년대에 수많은 부흥성회 이외에 대부흥운동이 있었다. 73년 빌리그레함 전도집회, 엑스폴로 74 가 바로 그것이였다.
1950년대 이후 73년 다시 한국을 방문한 그래함 목사는 집회의 시작에 "한국은 나의 제2의 고향"이라고 말하는 그를 통하여 필자는 한국과 한국민을 사랑하는 그의 심정을 느끼게 하였다. 1973년 여의도 5.16광장 및 전국을 투어하며 열린 그래함 목사의 설교는 복음을 알기 쉽게 전하여서 연인원 50만명이 목표이었으나 100만명이 참여하는 등 한국교회가 하나되면 하나님이 역사하신다는 가능성과 함께 한국교회가 폭발적 성장을 가져오는 점화의 전기를 마련하여 주었다.
이는 한국 개신교계의 역사적 명장면으로 꼽힌다. 그래함 목사 자신도 "2천년 기독교 역사에서 가장 크고 역사적인 전도의 날이며, 한국 어느 곳에서나 영적인 감동을 일으키고 있다"고 감격을 쏟아낸 바도 있다.
이를 계기로 한국교회는 5천만 민족의 복음화라는 비전과 목표를 가지게 되었다. 또한 그의 메시지에는 '북한 동포해방'을 위한 메시지를 통해 북한교회의 재건을 위해 기도하게 되었다. 1972년 '빌리그래함전도집회', 1974년 '엑스폴로'74' 집회로 이어진 전도와 철야기도, 산기도의 열정으로 한국교회는 폭발적인 부흥을 경험했다. 엑스폴로 74 전도집회에는 334만 명 이상의 인파가 운집했고, 100만명의 결신자를 내었다. 권위주의 통치시절 국민들의 영적 통로 역할을 했던 이런 영적 전도집회가 종교적 차원뿐 아니라 정치·경제·사회적 차원에서도 선하고 큰 영향을 미쳤다.
1980년 '나는 찾았네' '세계복음화대성회' 등에 설교자로 꾸준히 방한해 한국교회 부흥의 불을 지폈고, 그런가하면 1990년대에는 두 차례 북한을 방문하기도 했다. 1994년에는 북한을 방문해 당시 김일성 주석과 면담을 갖고 성경과 함께 복음을 전하였으며, 한반도 평화를 위해 노력하였다. 아들 프랭클린 그래함 목사 역시 북한을 수차례 방문하며 구호 활동을 펼치고 역시 평양 봉수교회에서 설교하였다.
별세하기 얼마전까지 그래함 목사는 "내 남은 생애 가운데 한국의 남북이 통일된 모습을 보고 싶다"면서 "통일은 하나님이 이루어 주시는 것이다. 주님께 구하라. 하나님의 뜻에 합당한 기도를 드리면 통일은 꼭 이루어진다"고 당부했다.
그래함 목사는 60여 년간 목회자로 활동하면서 설교자로서 예수 그리스도의 뜻에 따라 전 세계에 복음을 전파하는 데 힘썼다. 2억여 명에게 복음을 전했다.
그리고 영적지도자로서 해리 트루먼 전 대통령 이후로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까지 모든 미국 대통령의 '영적 멘토'로도 활동했다.
불꽃같은 삶을 산 복음주의자 그래함 목사의 별세를 통해 한국교회도 영적 거성을 잃은 아픔으로 함께 애도하며, 한국교회에도 빌리 그래함처럼 복음적 영성과 더불어 사회적 균형감각을 지닌 복음 전파에 일생을 건 전도자로서의 영적 지도자가 필요하다. 큰 영적 지도자가 나와야 할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