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일보 조은식 기자] 일부 대형교회의 폐단으로 말미암아 자꾸 교회의 소형화를 주장하는 일각의 목소리가 있는 가운데, 실천신대 21세기교회연구소와 한국교회탐구센터가 '소형교회'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펼치고 그 결과를 발표하는 자리를 가져 교계의 큰 관심을 모았다.
1일 기독교회관에서 열린 '2017 소형교회 리포트' 세미나에서는 먼저 김진양 부대표(지앤컴리서치)가 '소형교회 목회 실태 및 인식 조사 결과 발표'를 하고, 정재영 교수(실천신대 21세기교회연구소장)가 "소형교회 현실의 의미와 전망"을 주제로 이 자료를 분석했다.
작은 교회 목회자들, '영적 고갈' 경험
정재영 교수는 먼저 "목회자의 나리에 따라 인식 차이가 뚜렷했다"고 말하고, "40대 젊은 목회자들은 비교적 건강한 교회를 추구하며, 합리적으로 목회하려는 성향을 나타냈다"고 했다. 또 "교인들 사이의 친교와 지역사회와의 관계를 중시하는 등 관계에 초점을 맞추는 목회를 하려했다"고 전했다.
다만 정 교수는 "(40대 젊은 목회자들이) 목회에 대한 어려움과 갈등을 더 많이 느끼고 있었고, 문제 해결에도 어려움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젊은 목회자들에 대한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고 했다.
또 지역 목회와 관련, 정 교수는 "시골 교회 목회자들이 영적 고갈이나 목회 포기 욕구, 타교회 이임 의향이 높게 나와서 시골 목회가 쉽지 않음을 보여줬다"고 말하고, "시골 교회들이 성장이 안 되고 주민과 성도의 고령화로 어려움을 겪는다면, 대도시 교회들은 교회들 간의 경쟁과 대도시 사람들의 다양한 종교적 욕구를 채워주기를 버거워하고 있다"면서 "(대도시 교회들은) 다른 지역에 비해 자립도가 낮고, 따라서 성장에 대한 부담도 컸다"고 했다.
그러나 정 교수는 "가장 근본적인 문제는 상당수의 작은 교회 목회자들이 영적 고갈을 경험했고, 목회를 포기하고 싶은 마음도 들었으며, 실제로 교회 존립을 걱정하고 있다는 것"이라 했다. 그는 "1년 사이에 문을 닫는 교회가 수천 개에 이르고 있다"고 지적하고, "소명을 갖고 교회를 개척하기 보다는, 상황에 떠밀려서 개척하는 경우가 적지 않은 현실을 감안한다면, 교회 개척에 보다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고, 개척을 할 때 보다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고 했다.
작은 교회, 공공성 구현에 더 적합해
다만 정재영 교수는 "작은 교회가 어려움만 겪는 것은 아니"라 말하고, "소형교회 목회자들은 작은 교회의 의미에 대해 분명하게 인식하고 있었다"면서 "한국교회에서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작은 교회의 가치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특히 그는 작은 교회의 가치에 대해 "교회의 공공성을 구현하는 데 더 적합한 구조를 갖고 있다"고 주장했다.
먼저 정 교수는 "작은 교회는 규모가 작기 때문에 공동체의 필수 요건인 대면(face to face)의 친밀한 인격 관계를 형성하는 데 적합하다"며 때문에 교회 공동체성 구현에서 유리하다고 했다. 대형 교회는 구획화, 분절화로 관계성이 단절될 수밖에 없지만, 작은 교회는 남녀노소 아울러서 교제하고 활동할 수 있기에 보다 더 신앙공동체에 적합하고 공감대 형성에 유리하다는 것이다.
이어 정 교수는 "공동체 구성원 모두가 역동적인 참여를 할 수 있다는 것이 작은 교회가 갖는 큰 강점"이라 말하고, "큰 교회는 효율성을 중시하게 되므로 교회조차도 관료제적인 특징을 닮아가게 되지만, 작은 교회는 일의 결과보다도 과정을 중시하고 일보다도 사람 중심의 사역을 전개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했다.
또 정 교수는 작은 교회가 아래로부터의(bottom up) 리더십을 통해 쌍방향 의사소통 구조의 구현이 가능한 구조라고 주장했다. 더불어 그는 "대부분 작은 교회들이 지역 사회 안에 그것도 주로 주택가 안에 존재하고 있어 지역사회와의 근접성이 좋다"고 말하고, "이런 작은 교회 장점들을 살려 교회 공공성을 회복하고, 사회에 대한 공적 책임을 다해 진정한 공동체로 거듭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작은 교회로서의 자존감이 회복되어야
정재영 교수는 "작은 교회의 특성과 장점을 잘 이해하고, 작은 교회의 정신을 추구하는 목회를 위해서는 먼저 작은 교회로서의 자존감을 회복해야 한다"고 말하고, "작은 교회로서의 열패감을 딛고, 작은 교회로서의 성서적 가치와 존엄성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했다. 더불어 "자원과 인력 부족의 제약을 극복하기 위해 이런 작은 교회 정신을 추구하는 교회들이 네트워크를 형성해야 한다"고 했다.
또 정 교수는 "작은 교회 문화를 형성하고 확산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말하고, "하나의 존재 양식으로, 그리고 하나의 교회 문화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이 정신을 확대 재생산해야 한다"면서 "양극화라는 교회 쏠림 현상으로 큰 교회는 더 성장하고, 작은 교회는 고사 상태에 내몰리는 한국 교계에서 새로운 대안 문화가 될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하자"고 당부했다.
한편 행사에서는 김진양 부대표와 정재영 교수 두 사람의 발표 외에도 송인규 소장(한국교회탐구센터)이 "소형교회: 우리 시대의 영웅 목회자들"이란 주제로 발표했으며, 이재학 목사(작은교회연구소, 하늘땅교회)가 토론자로 수고했다. 또 마지막 시간에는 발표자와 토론자들이 함께 패널로 참여해 종합토론하고 질의응답을 하는 시간도 마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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