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일보] "죄를 지으면 그에 맞는 벌을 받아야 한다"는 인과응보적 정의를 국가 간 전쟁, 민족 갈등, 인종 차별과 같은 사회적 거대사건에 그대로 적용할 수 있을까? 사회적 트라우마 문제는 수없이 얽혀져있는 실타래와 같아서 피해자와 가해자를 쉽게 나누기도 어려울뿐더러, 누구의 잘못이며 어디까지 처벌해야할지 쉽지 않다.
지난 24일, 한반도평화연구원은 "화해와 용서에 대한 성찰"(II) 포럼을 통해 개인과 개인, 한국 사회, 통일의 차원에서 인과적 정의로 해결할 수 없는 사회 문제에 대하여 회복적 정의가 가능한지, 어떻게 화해와 용서가 적용될 수 있는지에 대해 깊이 있는 발표와 토론 시간을 가졌다.
이날 포럼에서는 심혜영 교수(성결대학교 중어중문학과)가 첫 번째 발표를 맡았다. ‘문학과 영화를 통해 생각해보는 용서와 화해’란 발표를 통해 소설 이청준의 <벌레이야기>, 김은국의 <순교자>, 영화 <나의 사랑 그리스>, <내 사랑>, <프란츠>에서 나타나는 개인 차원에서의 용서와 화해에 대한 단상을 담았다.
두 번째로 박종운 변호사(법무법인 하민)가 ‘한국 사회에서의 회복적 정의와 화해’란 주제로 발표했다. 박 변호사는 한국교회 분쟁에 있어 화해와 용서에 있어 회복적 정의를 적용하는 사례로 한국기독교중재원을 들었고, 국가적 차원에서 진실화해위원회의 형태, 회복적 정의의 응용으로서 다양한 사례를 언급하였다.
세 번째로 전우택 교수(연세대학교 의과대학)의 ‘용서와 화해에 대한 성찰 -남아공의 진실과 화해위원회 활동을 중심으로-’ 발표가 이어졌다. 1984년 노벨평화상을 수상하였었고, 진실과 화해위원회의 위원장으로 활동을 하였었던 데스몬드 투투 주교의 위원회 활동 회고록 ‘No Future Without Forgiveness’(1999)의 내용을 중심으로 하여 남아공에서 이루어진 용서와 화해의 과정을 검토하였다.
특히 전우택 교수는 남아공 진실과 화해위원회 활동의 특징으로 ① 파괴적 분노를 회복적 정의로 승화시키고, ② 더 큰 고통을 받았던 사람이 역설적으로 용서를 꺼내들었으며, ③ 불완전한 파트너일지라도 거부하지 않고 할 수 있는 것들만 했으며, ④ 궁극적 목표를 치유와 성장에 두었다는 점을 꼽았다. 동시에 남아공 사람들이 극심한 인종차별 정책에서도 평화롭게 흑인 정부를 세우고, 백인과 흑인이 공존하는 꿈을 꿈꾸었듯이 우리도 현재 불가능해 보이는 한반도 상황에서 용서와 화해를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역설하였다.
이날 토론자로는 숭실대학교 기독교학과 김회권 교수, 성균관 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이해완 교수가 함께했다. 또 이번 연구는 한반도평화연구원의 2017년 연구 프로젝트로서 10월과 11월 두 번의 공개포럼을 진행했으며, 추가 연구를 덧붙여 2018년 상반기 같은 제목의 연구단행본 출간을 계획하고 있다.
한편 한반도평화연구원은 기독교 정신에 기초해 한반도 평화와 통일을 위한 비전과 전략 및 정책 대안을 연구‧교육‧전파함으로써 교회와 한국사회 및 세계 평화에 기여한다는 목적으로 2007년 창립되었다. 최근 '성찰' 시리즈 연구를 진행하여 ‘통일에 대한 기독교적 성찰’(새물결플러스, 2014), ‘평화에 대한 기독교적 성찰’(홍성사, 2016)을 펴냈다. 지난 10년 동안 56회의 한반도평화포럼, 전문도서 13권 출간, 22건의 원내외 연구과제를 수행했고, 103차에 걸친 원내세미나, 새터민지원 사역자 교육, 다수의 공동포럼 등을 진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