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들을 직접 양육하고 있는 학부모들 뿐 아니라 한국사회에서 '학교 폭력'은 큰 이슈다. 매일 학교 폭력과 이로 말미암은 자살 소식이 들려오기 때문이다. 이렇게 심각한 사회문제에 대한 대안을 모색하고자 한국기독교상담심리치료학회(회장 최재락)는 12일 연세대학교에서 '학교 폭력,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주제로 ‘2012년 춘계학술대회’를 개최했다.
이날 학술대회에는 문재현 소장(마을공동체연구소), 구본용 원장(한국청소년상담원), 김용태 교수(횃불트리니티신학대학원)가 강사로 나서 학교폭력의 원인을 분석하고 대안을 제시했다.
특히 문재현 소장(마을공동체교육연구소)은 해외의 학교폭력 근절 프로그램을 소개하며 이것을 한국적으로 적용시켜 참석자들에게 전달했다. 그는 “학교폭력해결의 새로운 패러다임: 외국사례와의 비교를 중심으로”란 제목으로 발표하며 “집단 괴롭힘에 제대로 대응한 나라는 스웨덴, 노르웨이, 핀란드 등 북유럽 여러 나라와 일본이 있다”고 소개했다.
문재현 소장은 “북유럽 여러 나라와 일본은 여러 장애물을 극복하고 사회의 치부를 정면으로 응시했기 때문에 집단 괴롭힘 대처에 성공적일 수 있었다”고 하고, “노르웨이의 올베우스 프로그램과 핀란드의 키바코울루 프로젝트 그리고 그 프로그램을 참조하면서 우리사회에 맞게 재구성한 평화샘 프로젝트를 공부하는 것은 매우 의미 있는 일”이라고 했다.
올베우스 프로그램은 구체적 폭력상황에서 학교와 사회 구성원들이 어떻게 행동해야 되는지 구체적인 행동지침을 담고 있다.
구성은 4대 규칙, 멈춰제도, 역할극으로 되어 있다. 어른들은 학교폭력 발생시 4대 규칙 중 어떤 것을 위반했는지 확인하고, 함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한다. 멈춰제도는 학생이 방어자가 될 수 있게 하는 프로그램이다. 피해학생이 ‘멈춰’를 외치면, 교사나 자원봉사자가 개입한다. 역할극은 학생들의 역할을 8가지로 분류해 스스로 방어자가 되는 인식과 방법을 개발할 수 있게 한다.
키바코울루 프로젝트는 왕따 문제의 해결을 정규 교육과정을 통해 해결하려고 하는 것이 특징이다. 대상은 초등학교 1학년, 4학년, 7학년(한국에서는 중학교 1학년) 학생이며, 수업은 1주일에 한 번씩 총 20시간에 걸쳐 이뤄진다. 수업내용은 왕따역할극, 단편영화감상, 학생토론, 발표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모든 학생들은 역할극에서 왕따 역할을 하게 되는데, 이를 통해 피해학생의 고통을 공감하게 되고 ‘어떻게 따돌림 당하는 친구들을 도울 것인가’에 대한 방법을 배우게 된다. 매 수업이 끝나면 학생들 스스로 폭력에 대처하는 규정을 만들어 지켜나가게 된다. 모인 규칙들은 학년말 키바조약으로 정리되는데 학생들은 모두 이 조약에 서명한다. 2009년 가을학기 800여개 학교에 도입되어 효과를 입증했으며, 이듬해에는 핀란드에 있는 2,300여개 학교에 도입되는 놀라운 확산효과도 보여줬다.
두 프로그램의 특징은 ▲모든 학생들을 대상으로 교육이 실시된다는 점 ▲방관자의 역할을 중요시한다는 점 ▲어른들의 역할을 강조하고 있다는 점이 있다. 문 소장은 “두 프로그램의 행동지침은 아주 체계적이고 구체적이다. 또 피해자나 가해자가 아닌, 침묵하는 다수가 왕따를 막는 데 책임이 있다는 것을 가르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문 소장은 “지금까지 가해자에 초점을 맞춘 정책으로는 학교폭력이 줄어든 사례를 발견할 수 없다”고 지적하고, “오로지 피해자를 돕고 방관자들을 어떻게 협동행위로 이끌 것인가에 대한 내용을 담은 프로그램을 진행한 나라들에서만 학교폭력이 줄어드는 성과가 나타났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평화샘 프로젝트에 대해 설명했다. 문 소장은 “평화샘 프로젝트는 공동체를 향상시키는 것이 학교폭력에 대응하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이라는 믿음을 바탕으로 한다”며 “학교폭력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교사와 가해자, 피해자, 방관자, 가정과 학교, 지역사회가 상호 지지를 통한 협력관계를 이뤄낼 수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문재현 소장은 "학교 폭력의 원인을 우리사회의 보살핌 기능 부재와 사랑과 애착의 부족으로 본다면 먼저 공부해야 할 것은 어른들”이라고 지적하고 “서로 보살피는 교실, 학교공동체를 창조하기 위한 전략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학생들이 위계서열에 정면으로 맞설 수 있도록 방법을 가르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서열은 모든 관계에서 인간관계의 긴장을 불어넣으며 고통으로 얼룩지게 한다. 사회적 지지를 제공하는 자원이 아닌 갈등의 원천이 되기 때문이다"며 "그런 의미에게 위계서열은 그 자체가 가장 근원적인 폭력이라 볼 수 있다. 이러한 서열에 맞서 새로운 학교공동체를 창조하는 것이 학교폭력에 대처하는 가장 근본적인 대안”이라고 밝혔다.
이밖에도 이날 학술대회에는 구본용 원장이 ‘학교폭력과 상담의 역할’이란 주제로, 김용태 교수가 ‘청소년과 학교폭력’이란 주제로 강연했다. 또 참석자들은 강연 후 권수영 교수(연세대)의 사회로 토론의 시간을 가졌으며, '상담윤리 교육'(안석 서울기독대 교수) 강연을 듣고 자격증 수여의 시간을 갖기도 했다.
한편 이날 총회에서는 상임위원 만장일치의 결의로 최재락 교수에 이어 박노권 교수(목원대)가 학회장에 추대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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