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일보 조은식 기자] "이제 한국교회의 위기는 작은교회를 넘어 중형교회로 넘어가고 있다." 이게 무슨 말인가. 그동안 작은교회 살리기운동 등 다양한 활동으로 위기 가운데 처한 한국교회 살리기에 열심을 다해왔던 많은 성도들의 귀에 심상치 않은 외침이 들려왔다. 1일 낮 한국기독교회관에서는 목회사회학연구소(소장 조성돈 목사) 주최로 '2017 한국교회 심층연구 세미나'가 열렸다. 주제는 "한국교회 마지노선 중형교회" 였다. 왜 중형교회가 마지노선이 되었나? 첫 발제자로 나선 조성돈 박사(실천신대 목회사회학)는 그 이야기를 하나하나 풀었다.
조성돈 교수는 "작은교회를 어떻게 살릴 것인가를 고민하고 있을 때, 이제 작은교회는 어렵게 됐고 중형교회도 무너지고 있다고, 이제 중형교회가 무너지면 한국교회는 회생의 가능성이 없어지는 것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면서 ”머리를 망치로 얻어맞는 기분이었다"고 이야기 했다.
때문에 목회사회학연구소는 거룩한빛광성교회(담임 정성진 목사) 후원으로 출석교인 300~1,000명 중형교회 25개를 2017년 2월부터 9월까지 조사했다고 한다. 그 결과 조 교수는 "조사를 통해 보면 많은 중형교회들이 무너지고 있었다"고 지적하고, "목회자 세대교체 과정에서 다양한 변수들로 인해 급격히 무너진 교회들이 많았다"며 "중형교회의 문제는 교계에서 한 계층의 문제가 아니라, 생태계 전체가 무너질 수 있는 타격점이 될 수 있다"고 이야기 했다.
그렇다면 해법은 무엇일까? 조 교수는 중형교회를 향해 먼저 "지역과 함께 하는 교회가 되라"고 조언했다. 더불어 "합리적 교회운영이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목회자나 성도들이나 리더십 훈련이 필요하다고 이야기 했다. 또 청장년층에 맞는 콘텐츠 개발과 분란조정기구의 운영, 주중사역 개발 등이 필요하다고 그는 봤다.
조 교수는 "한 목회자가 중형교회 중 성도 수를 유지하는 교회가 약 20% 정도이고, 재정이 유지되는 교회는 약 10% 정도일 것이라 했는데, 이 지적이 결코 허수는 아니라고 본다"면서 "조사를 하면서 정말 두려웠다. 이렇게 간다면 과연 한국교회가 버텨낼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들었다. 이제 더 이상 물러날 곳이 없다. 우리는 여기서 주의 나라를 지켜야 한다"고 했다.
정재영 교수(실천신대 목회사회학, 목회사회학연구소 부소장)는 중형교회들의 '제도화 딜레마' 극복을 위한 제언을 했다. 교회가 커지면서 제도화 되는 과정 가운데 겪는 어려움을 어떻게 극복할 수 있겠느냐는 이야기다.
정 교수는 "교회 제도화 문제를 극복하고 교회 본래의 공동체성을 확보해 교회를 공공의 공간으로 만드는 방법 중 하나는, 교회를 관료제와 같은 피라미드식 상명하달의 조직보다는, 책임을 분담하는 위원회와 같은 소모임들의 수평적인 의사소통의 관계망으로 이뤄지게 하는 것"이라 했다. 더불어 "교회가 관료주의화 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필요에 다라 다양한 위원회를 두고, 이 위원회가 실무를 담당하고 의사 결정을 할 수 있도록 권한을 위임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그는 "유형에 따라 위원회 중심 교회와 소그룹 중심의 교회, 그리고 위원회와 소그룹 혼합형이 있을 수 있다"고 설명하고, "일의 진행에서는 성과 중심보다는, 성도들의 참여와 협력의 과정을 중시하고 이를 통해 교회의 비전을 공유할 수 있도록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정 교수는 전래 초기 한국교회가 남녀와 신분의 차별이 없이 공동으로 참여하는 토론회가 활성화되었으며, 자원 조직으로서의 교회가 전국 곳곳에 세워지면서 공공의 공간으로서 수평의 의사소통을 수행하는 시민들의 공간이 되었었다고 설명하고, "그렇게 한국 역사에서 교회가 민주적인 조직을 선도하는 역할을 담당했는데, 이러한 교회 전통을 되살려 중형교회들이 제도화의 문제를 극복하고, 한국교회가 보다 공공성 있는 신앙공동체로 거듭나기를 기대 한다"고 했다.
한편 행사에서는 조성돈 정재영 교수의 발표 외에도 장진원 목사(도림감리교회, 목회사회학연구소 기획실장)와 정성진 목사(거룩한빛광성교회)가 각각 "중형교회들의 소리들과 이야기" "중형교회를 지킬 수 있는가?"란 제목으로 발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