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선에서 동성결혼 합법화 관련 문제가 쟁점으로 크게 부각되고 있다.
보수성향의 유권자들은 동성애와 동성결혼 합법화에 반대하고 있는 반면, 진보 성향의 유권자들은 동성결혼 합법화를 적극 찬성하며 나섰다. 또 동성결혼을 합법화하는 주(州)는 늘고는 있지만 반대로 동성결혼을 금지하는 주도 생겨나고 있다.
현재 찬반 여론이 팽팽한 가운데 정치인으로서는 표심을 살피느라 자신의 양심과 소신에 따라 공개적으로 입장을 표명하기는 더욱 어렵다.
이런 가운데 조 바이든 부통령이 지난 6일(현지시간) 일요 시사프로그램 NBC’s Meet the Press에 출연해 "결혼은 누구를 사랑하느냐, 사랑하는 사람에게 성실하겠다는 약속을 하는 것"이라면서 "남자이건 여자이건 동성이건 이성이건 상관이 없다"며 동성결혼 합법화에 찬성 입장을 피력했다.
이는 오바마 대통령의 재선 운동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후 민감한 현안에 대한 바이든 부통령의 공개적 언급이라는 점에서 더욱 논란이 예상된다.
오바마 대통령은 그동안 동성결혼자의 권리에 대해서는 옹호하는 입장을 밝히면서도 동성결혼 합법화에 대해서는 유보적 입장을 밝혀왔다.
다만 그는 취임이후 동성결혼 합법화 문제에 대한 자신의 생각이 "진화하고 있다"고 말하면서 마음이 합법화쪽으로 향하고 있지만, '합법화를 하겠다'고까지는 분명하게 말할 수 없다는 정치적 계산이 깔린 발언이다.
그러나 바이든 부통령 측은 이 발언이 "진화하고 있다"는 오바마 대통령의 입장보다 더 진전된 노선을 드러낸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자 급히 진화에 나섰다.
부통령실은 7일 "기존의 입장에 변화가 있는게 아니다"라고 해명했고, 오바마 재선캠페인 대변인팀도 "부통령은 과거에도 여러 차례 유사한 발언을 해왔다"며 과도한 해석을 경계했다고 현지 언론들은 전했다.
워싱턴포스트는 그러나 바이든 부통령의 적극적 발언을 계기로 민주당내에서는 "왜 오바마 대통령은 이 문제에 대해 긍정적으로 입장을 표명하지 않느냐"라는 논쟁이 물밑에서 일고 있다고 전했다.
민주당내에서는 여론의 추이에 비춰볼 때 오바마 대통령이 동성결혼 합법화 문제에 분명히 찬성입장을 밝힐 필요가 있다는 견해도 있다.
문제는 동성결혼 합법화 지지자가 갈수록 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2011년 3월~올해 3월까지 워싱턴포스트와 ABC 방송이 공동으로 실시한 세 차례의 여론조사는 이 같은 추세를 보여주고 있다.
가장 최근 조사에서 전국민의 52%가 동성결혼 합법화를 찬성하고 있고, 44%가 반대하는 것으로 나오고 있다.
그러나 대선전략 차원에서 오바마 대통령이 이 문제에 분명한 찬성 입장을 밝히더라도 득표면에서 큰 이득이 없다는 분석이 많다.
비록 동성결혼 합법화 여론이 다수이지만, 오바마 대통령의 재선을 위해 지지를 반드시 획득해야 할 계층들이 합법화 문제에 유보적이기 때문이다.
오바마 대통령의 핵심 지지층중 한 축인 흑인 유권자들은 지난해 워싱턴포스트-ABC 조사에서 절반 이상인 55%가 동성결혼 합법화에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또 오바마가 동성결혼 합법화 쪽으로 입장을 밝힐 경우 보수층의 결집을 자극할 수도 있기 때문에 더욱 조심스럽다.
따라서 자칫 이 문제에 대한 분명한 입장표명은 오바마 대통령에게 정치적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선택일 수도 있다는 해석이다.
8일 예정된 노스 캐롤라이나주 동성결혼 금지 헌법수정안 표결에 대해 오바마 대통령이 직접 언급을 삼가고 있는 것도 이 문제에 대한 오바마 측의 고심을 반영하고 있다.
이 같은 이우로 향후 대선 결과를 좌우할 수 있는 동성애 문제에 대한 정치권의 움직과 여론에 관심이 더욱 쏠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