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일보 조은식 기자] 지난 8일과 9일 장신대에서 이 대학과 獨튀빙엔대, 서울신대가 함께 "종교개혁과 인간의 미래"란 주제로 '한-독 신학 심포지엄'을 개최한 가운데, 안윤기 박사(장신대)가 인공지능(AI)가 나타난 4차 산업혁명시대 과연 "미래에도 인간 존엄성을 이야기할 수 있겠는가"를 주제로 강연을 전해 관심을 모았다.
안윤기 박사는 "만일 현재의 인류(호모 사피엔스)보다 제반 성능이 훨씬 뛰어난 로봇이 널리 보급되고, 심지어 그들이 인간의 통제와 무관하게 자가발전, 자체생산을 하는 상황이 닥칠지라도 우리는 여전히 인간 존엄성을 노래할 수 있겠느냐"며 발표를 시작했다. 모든 면에서 인간보다 월등한 인공지능 로봇에 대해서, 그들도 우리와 동등한 존엄성을 가진 인격체로 봐주어야 하겠느냐는 질문도 던졌다.
안 박사는 지난 해 3월 '알파고' 사건을 끄집어 냈다. 그는 "이 사건으로 말미암아 인간이 최고의 정신적 능력을 갖고 있기에 세상의 주인이라는 막연하지만 널리 퍼져 있던 신뢰에 금이 가고 말았다는 사실에 많은 이들이 충격을 받았다"고 말하고, 그러나 "현 시점 인공지능이나 미래학 담론을 주도하는 학자들의 인간관이 지나치게 유물론적이어서, 그들이 인간을 제대로 이해했다고 보기에 미흡함이 느껴진다"면서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 나갔다.
안 박사는 '존엄성'이 양화되어 비교될 수 있는 그런 상대적 가치가 아니라 절대적 가치임을 강조했다. 그는 "진정으로 인간다운 면모는 이성적인 측면, 즉 자유와 자발성의 발휘에서 드러난다"면서 "특정한 사람 아무개가 우연히 남들보다 지력이 떨어진다든지 체력이나 미모가 부족하다든지 하는 경우가 있더라도, 그가 본질적으로 이성을 가진 인간이라는 점, 따라서 인간이 만든 세상에서 마땅히 존중받아야 할 권리를 가진 사람이라는 점에 있어서는 조금의 이의도 제기될 수 없다"고 했다.
특히 안 박사는 "미래에도 인간 존엄성을 이야기할 가능성에 대해 비관적으로 생각하는 이들이 ‘존엄성’에 대해 부적절한 개념을 가지거나, 또는 인간의 본질적 특징인 ‘이성’을 단순한 알고리즘 등으로 오해해서 그렇게 생각하게 된 경우가 많은데, 그러나 이성은 특정 알고리즘이 아니라 오히려 그것을 자발적으로 고안해 내는 개발자의 창조적 능력에 가깝다"면서 이성이 핵심 요소로 가진 ‘자유’를 인과 관계에 의해 규정될 '인공지능', 혹은 인식에 있어서 단일성과 통일성의 원천이며 윤리에 있어서 자율적 인격의 근거가 되는 자기의식을 획득할 수 있는 '로봇'은 등장할 수 없을 것이라 보고, 그런 것이 가능하게 된다면 더 이상 '인공지능' 혹은 '로봇'이 아닌 '인간'이지 않겠느냐고 했다.
때문에 안 박사는 "제4차 산업혁명의 시대가 오더라도 인간에 대한 신뢰를 잃어서는 안 될 것"이라며 "세상의 주인공인 인간의 책임을 더욱 자각하며 서로에 대한 존경을 날이 갈수록 더해 가는 것, 그것이 인간이 가야 할 길"이라 주장했다.
한편 심포지엄에서는 안 박사의 발표 외에도 틸리(Tilly) 교수(튀빙엔대)가 "종교개혁시대의 교리 차이와 그 성서적 근거 확립"을, 캄프만(kampmann) 교수(튀빙엔대)가 "16세기 종교개혁의 근본적인 관점들과 그 지속적인 의미"에 대해 강연을 전했다. 한국인으로는 윤철호 교수(장신대)가 "포스트 휴머니즘과 기독교 신앙"을, 황덕형 교수(서울신대)가 "인간은 자유로운가? - 예정과 성화"을 주제로 강연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