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일보=문화] 영화 '시스터 액트'에서 검은 수녀복을 입고 느린 템포로 경건하게 'I will follow him'을 찬양하던 수녀들이 갑자기 반전을 보여준다. 앉아서 피아노를 치던 수녀가 갑자기 일어서서 피아노를 두들기기 시작하고 수녀들은 얼굴에 활기찬 미소를 가득 띄고 'I love him, I love him, I love him'을 템버린을 두드리며, 몸을 움직이며 찬양하기 시작한다.
한국교회에도 2000년대 초반 영화 '시스터 액트'의 이처럼 찬양하는 이들이 등장했다. 2003년 '믿음의 유산'이란 이름으로 시작해 2006년 대중음악계로도 진출하며 '헤리티지'(Heritage)라는 이름으로 활동하는 5인조 블랙가스펠그룹이 그들이다.
한국교회에 신선한 '반전'을 보여준 헤리티지가 지난 2년간 재정비의 시간을 갖고 7월부터 다시 정기예배를 시작했다. 매달 첫째주 주일, 7월에는 2일 오후 7시 서울 중구 신당동에 있는 예수마을교회 공감홀에서 진행했다.
지난 20일 기독일보는 헤리티지 사무실에서 헤리티지와 인터뷰를 갖고 다시 시작한 정기예배 전후 시간에 관해서 들어 보았다. 인터뷰를 하며 헤리티지만의 진지한 고민들도 들을 수 있었다. 진지하지만 헤리티지답게 유쾌하게 인터뷰는 진행됐다. 다음은 인터뷰 전문.
효식: 오랫동안 해와서 다시 새롭게 시작했다는 마음도 있긴 한데 익숙하다. 일상으로 복귀한 느낌이 저는 많이 든다.
다만 바뀐 게 있다면 저희 개인적인 상황들이 좀 바뀌었다. 저도 결혼하고 아이를 낳고 가정을 이룬 다음에 다시 예배를 시작한 거라서 그런 부분에서 감회가 좀 새롭다. 제가 예배하는데 아들이 춤추고 있는 모습 보니까 여러가지 생각이 들더라. 행복했다.
효식, 철규, 신희: 지금 멤버는 안 바뀌었죠. 몇 명 더 있었는데 각자의 길을 간 친구들도 있다. 처음에 11명이었다. 스타렉스 정원 꽉 채워서 다녔다.(웃음)
효식: 2008년도에 첫 예배를 대학로 동숭교회에서 시작해서 년수로는 10년 됐다. 한번 할 때마다 몇차 몇차 기록했는데 이번에 (8월)54차 예배다. 한 달에 한번씩 했으니까 54개월 꼬박 채우고 중간에 잠깐 재정비한 시간 있어서 10년 됐다.
효식: 그때 특별한 이유를 가지고 중단했던 것은 아니었고 중간에 2번 정도를 잠깐 쉰 적이 있었다. 농담반 진담반으로는 한번씩 재정비를 하고 신선한 에너지를 준비하면서 안식을 갖고 이렇게 해야 매너리즘에도 안 빠지고 그런 의미도 있었다.
한편으로는 그때 의도한 것은 아니었는데 멤버들이 한참 결혼하고 아이 출산하고 이럴 때였다. 한 해에 4명이 한꺼번에 결혼했고 출산도 하면서 자연스럽게 잠깐 쉬는 시간을 가졌다.
효식: 의도한 건 아니었지만 상황이 그렇게 연결돼서 1년 넘게 쉬는 시간 가졌고 그 쉬는 시간 동안 상황들이 많이 바뀌었다. 결론적으로 돌아보니 그 시간 동안 안정감이 많이 생긴 것 같다.
그 전까지는 대부분 여기 있는 신희 자매 빼고 다 미혼이었고, 여긴 훌쩍 빨리 결혼해서 저희는 항상 부러워했다.
그 해를 기점으로 해서 결혼하고 아이도 출산하면서 팀이 점차적으로 안정감을 갖게 됐고 마냥 청년은 아니구나 그런 걸 느끼게 됐다.
다시 시작할 때도 그 안정감이 가득 차니까 예배를 할 때가 되지 않았을까 이런 얘기들이 계속 나와서 기도하면서 결정하게 됐다.
철규: 각자 생각이 다를 수 있을 것 같은데 하나님 높여드리는 게... 그게 형식이나 틀도 중요하겠지만 자유롭게 우리가 기뻐서 하나님 높여드리는 게 좋아서, 진정한 예배란 진정성을 가져야 되는 것 같은데 하나님 앞에서 쇼가 아닌...그렇지 않을까요?
신희: 콰이어도 다들 상황도 다르고 저희도 각자의 삶이 있는데 예배 때 성령께서 함께 하시는 걸 느꼈을 때는 진정한 연합이 느껴진다. 찬양을 하고 있는데 '아, 이 사람들이 나의 지체들이구나' 생각이 들 때가 있는 것 같다.
그 상황들은 정말 다 다른데 정말 힘들게 나와서 콰이어를 하는 사람도 있고 그 안에서 기쁨을 찾는 사람도 있고, 회복을 찾고 싶은 사람도 있다. 그런데 예배 때만큼은 연합을 느끼게 되고 하나님께서 예배 안에서 결합하고 연합하게 하시고 서로 사랑하고 인정하는 것들을 가르치시는 것을 느낀다. 그게 또 진정한 예배가 아니지 않을까.
효식: 저는 정기예배에서 '예배'라는 말의 무게감에 많이 눌렸을 때가 있었다. '예배'라는 말이 처음에는 부담이 되게 많이 됐다. '정기집회'가 낫지 않을까 그런 생각도 해보고(웃음)... 정기예배라고 했을 때 '예배'가 주는 부담감이 지금도 없지는 않은데...
평상시에 '예배' 이러면 엄숙하고 괜히 잘못하면 안될 것 같고 일상 중에도 물론 그런게 있겠지만 예배라는 말이 붙으면 뭔가 굉장히 조심스러워진다.
처음에는 '예배는 이래야 돼' 이런 생각이 없이 저희가 경험했던 찬양예배가 너무 좋았기 때문에 우리도 그렇게 예배를 하자 그런 생각으로 시작했는데 드리다 보니까 조금씩 '진정한 예배해야 되는데...' 이런 부담감이 막 밀려들기 시작했다. 저는 예배를 처음에 기획하고 준비할 때 그런 생각이 들기 시작하면 마음의 부담이 되게 컸다.
지금은 제 나름대로 어떻게 결론을 내렸냐면 예배가 일상과 떨어져 있는 아주 특별한 시간이 아니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제 안에 참 많이 있다. 헤리티지는 가스펠 음악이 늘 일상이니까 일상 가운데 가장 소중한 걸로 하나님께 드리는 이 시간이 자연스럽게 (예배와)연결되는 시간이었으면 좋겠다란 생각이 많이 들었다.
특별히 엄숙하게 포장하고 우리 아닌 것처럼 꾸미고 이런 게 아니라 우리가 가지고 있는 가장 소중한 걸 하나님께 드리는데 재밌는 건 드리니까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기쁨과 은혜를 채워주시더라. 예배 때마다 연합을 느끼게 하시고, 교제를 느끼게 하시고. 그게 너무 좋은거죠. 저희는.
그래서 지금은 '예배'라는 말이 부담보다는 기대가 좀 더 많은 것 같다. 부담이 물론 있기는 있다. (웃음) 왜냐하면 특히 음악을 가지고 표현하니까 오해가 될 여지도 분명히 있다. 아까 잠깐 쇼라는 단어도 표현했지만 그런 질문을 하시는 분들도 간혹 있다.
(헤리티지 콰어이)무대에 서 있는 사람 중에 스스로 그 질문에 답을 내리지 못해서 고민하는 친구들의 상담도 받아본 적이 있다. 지금은 오히려 성령 안에서 자유롭게 주시는 은혜를 만끽하고 우리가 할 수 있는 가장 기쁜 것으로 (하나님께)드리는 것이 진정한 예배가 아닌가 하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