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셉의 문화비평] 연극무대 속 '동성애'의 아픔과 교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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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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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뇌와 갈등 끝은 나락일까 구원일까"
반동성애기독시민연대 대표 주요셉 목사.

무대는 캄캄하다. 그리고 잠시 숨 막히는 긴장이 좁은 극장 안 공기를 팽팽하게 부풀린다. 무언가 낯선 괴물이 등장할 듯 정면의 무대는 꿈속처럼 아득하다. 순간 빛을 갈망하는 욕구가 내면에서 꿈틀댄다. 어둠 속에 갇힌 본능과 그 본능을 밀어내려는 의지의 격렬한 맞부딪침. 그 순간 빛이 쏟아진다.

재훈은 여느 때처럼 무거운 밤을 보내고 귀가했다. 그러나 승교는 집에 없다. 재훈은 소파에 쓰러져 곤한 잠을 자다가 전화를 받고 황급히 뛰쳐나간다. 그가 간 곳은 어디일까.

승교는 자신의 실체를 모르는 친구로부터 단체미팅에 나가자는 재촉을 받지만 주저하고 갈등한다. 그냥 모른 척 시치미를 떼고 참석하면 간단하지만, 그는 그 정도로 능숙하게 자신을 기만하는 데 서투르다. 그러한 승교의 결벽증은 오히려 동거하고 있는 재훈에 대한 집착으로 발전한다.

<연극 동성애>는 동성애라는 무거운 주제뿐만 아니라 타이틀까지 전면에 내세우길 주저하지 않는다. 이는 한국공연문화계에서 볼 때 약간 무모하면서도 도발적인 일이다. 게이관객이 상당수를 차지하는 브로드웨이라면 모를까, 그런 타이틀로 승부수를 던진 건 일종의 모험이다. 하지만 그 모험이 비극보다는 희극적 결말, 좋은 파장을 일으켰으면 한다.

아직 대한민국에선 동성애가 입에 올리기 쉽지 않은 금기어(禁忌語)다. 이는 그 실체를 가늠하기 쉽지 않아 대화테이블에 올려놓길 두려워하거나 회피하기 때문이며, 강한 거부감을 갖거나 반대목소리를 높이기 때문이다. 그러한 본능적 방어노력에도 불구하고 동성애는 음지와 SNS에서 맹렬히 독버섯처럼 번지고 있다. 일반국민정서와 달리 동성애는 방송과 언론에서 매우 편향적으로 다뤄지고 있고, 비판적이기보다는 상당히 호의적이다. 정치적 의도와 상업적 의도가 교묘히 협잡(挾雜)한 결과지만, 대중은 그 속셈을 알아차리지 못한다. 그럴수록 호기심 많은 청소년들은 더욱 관심을 갖게 되고, 실제 겁 없이 동성어른에게 돈 받고 몸 파는 바텀 알바로 나서는 친구들까지 있다. 이처럼 슬프고 비극적인 현실을 어떻게 담아낼 수 있을까. 그래서 결국 <연극 동성애>는 끈적한 분위기를 걷어내고 약간 드라이한 정공법으로 풀어간다.

©주요셉 목사 제공

그런데 동성애를 전면에 내세운 상투적 동성애코드 연극보다도 오히려 극적 긴장이 팽팽하고 재미있다. 이는 주인공 두 사람의 첨예한 갈등이 중심축으로 기능하기 때문이다. 어떻게 만났는지 굳이 알 필요 없는 두 남자청년이 이미 한 지붕 아래 살고 있는데, 두 사람이 제삼자 개입 없이 끊임없이 민낯으로 맞부딪치기 때문이다. 쉴 새 없이 울리는 핸드폰 벨은 극적 몰입을 방해하는 듯하지만, 현실감도 더해준다. 그런 면에서 <연극 동성애>는 오히려 동성애자의 심리갈등을 가감 없이 보여주고 있다.

법대생 승교와 비(非)대학생 재훈의 알콩달콩한 러브라인은 재훈의 잦은 외박과 승교에게 풍기는 낯선 여자 향수냄새, 승교 엄마의 전화와 가족모임, 그리고 엄마의 강압에 의한 정신과의사와의 대면과 갈등, 홀로 남은 외로운 재훈의 고립감 등으로 위태롭게 지탱된다. 결국 재훈은 외로움을 못 이겨 다시 클럽에서 광란의 하룻밤을 보낸다. 재훈을 저토록 외롭고 미치게 만든 범인은 누굴까. 연극은 말미에서 애정 결핍한 가족과 성폭행한 학창시절 친구들과 군대선임을 공범(共犯)으로 지목한다. 동성애자들은 불행한 과거에 발목이 잡힌 피해자이며 사랑으로 돌봐야 할 대상이라는 은유적 메시지. 아울러 훨씬 유복한 환경에서 자랐지만 아버지로부터 충분한 애정을 공급받지 못해 외로운 유년기를 보낸 승교에 대한 연민.

연극은 우리에게 동성애자들을 어떤 시선으로 바라보아야 하는지 아프게 질문한다. 그 순간 동성애자인 재훈과 승교에 대해 처음부터 가졌던 불편하고 거북한 시선이 걷히고, 오히려 안타깝게 느껴지고, 자발적으로 돕고픈 충동을 불러일으킨다. 하지만 연극은 승교가 정신과의사와 만나고 재훈이 전도사 선배와 만나는 지점에서 반전을 예고한다. 동성애에 대해 아무런 거리낌 없이 즐겼던 두 사람은 비로소 동성애의 또 다른 얼굴, 어두운 이면을 발견한다. 하나는 과학이고, 또 다른 하나는 종교다.

©주요셉 목사 제공

결국 동성애는 과학적 진실에 의해 균열을 일으킬 수 있고, 신앙적 확신에 의해 붕괴될 수 있음을 암시한다. 이는 동성애자가 선천적으로 태어났으므로 치료 불가능하다는 통념을 여지없이 깨뜨리는 것이다.

극은 점점 클라이맥스로 치닫고 선배와 만나 외박한 후 고민하며 집으로 돌아온 재훈이 승교와의 관계를 굳히려는 순간, 갑자기 걸려온 전화를 승교가 받게 된다. 진실의 폭로. 격렬한 논쟁. 전화를 건 사람이 재훈의 하룻밤 상대임을 알게 된 승교는 참을 수 없는 분노를 폭발시킨다. 동성애자는 원래 항문으로 성교하는 그런 저질습성의 존재가 아니냐고 빈정거리는 승교, 맞대응하는 재훈, 별안간 분노의 감정으로 몸을 덮치려다가 뺨을 맞고 정신 차리는 승교. 이미 신뢰의 기반이 무너진 두 사람. 그럼에도 재훈은 끝까지 승교에게 다가가려 한다. 자신의 잘못을 용서받고 화해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승교는 몇 달이 지나도 냉전에서 헤어 나오지 못한다. 그만큼 승교의 집착이 더 깊었던 까닭이다. 이미 거처를 처분하고 집으로 돌아가야 하는 스트레스상황, 그리고 재훈에 대한 배신감과 자신에 대한 모멸감이 맞물려 승교는 걷잡을 수 없이 무너진다. 그러다 결국 자신에 대한 혐오(嫌惡)를 극복 못한 채 비극적인 선택을 한다. 그에 반해 오히려 더욱 불행한 환경에서 자랐고, 더 많은 상처가 있었음에도 재훈은 구원을 받는다. 신앙선배의 기도와 적극적인 권면에 힘입어서.

<연극 동성애>는 동성애수렁에 깊이 빠져 어둠 속을 헤매는 이들에게도 의당 빛을 비춰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그들에게 구원의 길로 돌아서는 ‘빛 찾기 과정’, 그리고 동성애에 호기심을 갖거나 동경하는 이들을 ‘경계하는 목적’의 교육연극이다. 아울러 동성애의 감춰진 이면에 대해서 많은 과학적 지식정보도 제공한다. 그러나 그 빛을 발견하는 건 결코 쉬운 일도 간단한 일도 아니다. 어쩌면 절망의 극한까지 경험해야 할지도 모른다.

©주요셉 목사 제공

끝으로, <연극 동성애>는 동성애옹호 일색인 문화예술계에 처음으로 반기(反旗)를 든 작품이다. 동성애의 심각한 실상에 충격을 받은 작가 겸 극단 대표가 대학로에서 경희대 앞으로 극장을 옮긴 후 배우오디션까지 거쳐 공들여 만든 연극이다. 경제적으로 넉넉지 않은 상황에서 오직 이 땅의 청소년과 대학생들을 동성애의 수렁에서 건져내야겠다는 신념으로 사비를 출연해 만든 연극이 결코 사장되어선 안 될 것이다. 이번 공연을 기점으로 동성애 주제의 차기작이 계속 올려질 것이기에, 많은 학교와 교회의 단체관람, 개인관람을 기대한다.

■ 공연 문의 010-7516-1126

시인/소설가/결혼사역자/반동성애운동가
헤세드결혼문화선교회 대표 www.hesedwem.net
반동성애기독시민연대 대표 www.antihom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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