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교와 순교의 사이에서'…영화 '사일런스'를 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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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오상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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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름포럼, 영화 '사일런스'(Silence) 씨네토크
▲엔도 슈사쿠의 소설 '침묵'을 영화화 한 '사일런스' 포스터

[기독일보=문화] '종교개혁 500주년 특별전-다시, 꽃이 피다'는 주제로 19일부터 28일까지 기획전을 연 필름포럼이 27일 오후 영화 '사일런스'(Silence) 씨네토크를 진행했다.

이날 행사는 문화선교연구원 백광훈 원장의 진행으로 미 버클리 연합신대학원(GTU) 기독교영성학 권학길·박세훈 박사가 게스트로 초청됐다.

▲ 지난 27일 영화 '사일런스' 씨네토크가 필름포럼의 '종교개혁 500주년 특별전' 행사로 진행됐다. 오른쪽부터 사회를 맡은 문화선교연구원 백광훈 원장과 패널로 참가한 GTU 기독교영성학 박세훈·권학길 박사. ©오상아 기자

엔도 슈사쿠의 소설 '침묵'을 마틴 스콜세지 감독이 영화화한 작품 영화 '사일런스'은 러닝타임만 159분이다. 처음 알려진 러닝타임은 195분이었다.

마틴 스콜세지 감독은 소설 '침묵'의 영문판 서문을 쓸 정도로 이 작품에 애정을 보였다고 한다. 그는 영화 '사일런스'의 각색에만 15년, 총 28년 만에 이 영화를 완성했다.

그리고 2016년 전미 비평가협회 각색상, 올해의 작품으로 꼽히는 등 뛰어난 작품성은 인정받았다. 그러나 흥행에는 참패했다고 백광훈 원장은 전했다.

영화 '사일런스'은 17세기, 일본으로 선교를 떠난 스승인 페레이라 신부(리암 나슨)의 실종 소식을 들은 로드리게스(앤드류 가필드)와 가르페(아담 드라이버) 신부가 스승을 찾고 복음을 전하러 일본에 갔다가 겪은 이야기를 담았다.

천주교 박해가 한창인 그 곳에서 두 신부는 어렵게 믿음을 이어가고 있는 일본인들을 만나 그들을 격려하며 그들의 간절한 믿음에 감격하지만 곧 처참한 '박해'의 실상에 맞닥뜨리게 된다.

그 고통 가운데 '침묵'하시는 것 같은 하나님을 소설과 영화 '사일런스'은 생각하게 한다.

▲선교사 로드리게스(사진 왼쪽) 신부가 박해 받고 있는 일본인 신도 모키치를 격려하고 있는 장면. ©영화 '사일런스' 스틸컷

권혁길 박사는 "로드리게스가 하나님의 음성을 왜 듣지 못했는가"라고 물으며 "그는 밖에서만 하나님의 음성을 들으려고 한 것이 아닌가. 자기 안에 있는 하나님이 아니라...신은 로드리게스의 삶에서 발견된다"고 설명했다.

박해에 고통 받는 일본 기독교인들의 비명 소리를 들으며 함께 괴로워하는 로드리게스 신부가 결국 신자의 고통 한 복판에서 그보다 더 고통스러워하는 하나님의 모습이었다는 것이다.

박세훈 박사는 "이 영화를 통해 침묵으로 규정되지만 사실은 함께하고 있는 하나님의 현존에 대해 무가치한 것으로 돌리지 않고 다시 귀 기울여 보며 한국교회에 하나님의 새로운 모습들을 들려줄 필요가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이 영화가 던져주는 하나의 질문은 '배교'(背敎)다. 로드리게스 신부가 한 행위가 '배교'인가, 아닌가. 잘한 것인가, 못한 것인가. 당신이라면 어떻게 했겠나 하는 질문들이다.

▲심한 박해속에서 결국 배도를 택한 포르투갈 선교사 페레이라 신부. 리암 니슨이 열연했다. ©영화 '사일런스' 스틸컷

마지막 질문이 게스트들에게 던져졌다. 박세훈 박사는 "역사를 토대로 상상력을 발휘해서 쓴 넌픽션이지만 처음으로 영화를 볼 때 너무 진지해서 거의 사실로 보면서 영화에 몰입했다"며 "보고 난 뒤에 상당히 피곤하고 혼란이 오더라. 목사로서 어떻게 얘기해야 되나 고민이 되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두 번 보면서는 (처음에) 느꼈던 것들과 생각이 달라질 수 있고 해석의 여지들이 여러가지로 열릴 수 있다는 부분들을 보았다"며 "권하고 싶은 것은 시간을 좀 더 두고 내일쯤 한번 더 생각해보시고 나중에 한번 더 보시면 좋겠다는 마음이 든다"고 조언하며 답을 내리지 못했다.

권혁길 박사는 "로드리게스에게 있어서 생명보다 더 중요한 것은 믿음이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그는 그 믿음을 버렸다"며 "그리고 자기가 들은 주님의 음성을 바르게 분별하고 거기에 순종했기 때문에 바른 선택이었고, 어떤 의미에서는 순교를 한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저도 그런 선택을 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며 "믿음을 지키고 저 혼자 영광스러운 순교자가 되는 것이 아니라 그 모든 명예와 이상들은 모두 다 버리지만 고통하는 다섯 명의 다른 생명들을 살릴 수 있는 그런 선택을 하지 않았을까 한다"고 덧붙였다.

▲배교가 아닌 순교를 택한 일본 천주교인들의 잔인한 처형 장면. 바닷물이 차오르면서 몇일 동안 서서히 죽게 된다. ©영화 '사일런스' 스틸컷

백광훈 원장은 "영화가 원래 말하고자 했던 것을 가감 없이 이해하려면 소설을 보는 것이 가장 좋다고 생각한다"며 엔도 슈사쿠가 이 소설을 쓴 배경에 대해 "교회 안에서 실패한 사람들, 기억되지 않은 사람들에 대한 것들을 엔도 슈사쿠가 조명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사실은 그의 문학 세계 속에 흐르는 것은 다른 작품도 마찬가지지만 잊혀진 것, 소외된 것들에 대한 연민을 가지고 그런 것들을 조명하려고 했던 것"이라고 덧붙였다.

백광훈 원장은 "영화가 각자에게 주는 질문들이 있을 것이다"며 "영화는 답을 준다기 보다는 스스로 고민하고 생각할 수 있게 하는 질문을 던지는 것이 근본적인 기능이기도 하다"며 씨네토크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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