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일보 조은식 기자] 몇 해 전 이슬람의 알라와 기독교의 하나님이 동일하다는 내용의 논쟁(?)적인 책 '알라'(IVP)를 출판해 한국교회 논란의 중심에 섰던 미로슬라브 볼프(미국 예일대 신앙과문화연구소장). 그의 신간 '인간의 번영'(IVP)이 새로 출간됨에 따라 12일 저녁 100주년기념교회 교육관에서는 "지구화 시대, 종교의 역할을 묻다"란 주제로 출간 기념 특별좌담회가 열렸다.
'인간의 번영'은 볼프가 진행했던 '신앙과 지구화 세미나'(2008~2011년 가을학기)의 성과를 토대로 만들어진 것이다. 그의 논지는 분명하다. 종교는 "번영의 비전을 제시하는 강력한 매개"라는 것이다. 그러나 볼프가 강조하는 '번영'은 물질적인 번영이 아닌, '삶의 풍성함을 누리는 번영'으로, 그는 "지구화 시대"에 "진정한 번영을 위한 종교의 역할"이 가능하며, 기독교는 다른 종교와 함께 공적 역할을 잘 감당해야 한다고 말한다.
고재길 교수(장신대 기독교와문화)는 기조발제를 통해 "물질중심의 세속적 성공을 추구하는 인간에게 진정한 의미의 번영에 대해 (볼프가) 잘 가르쳐주고 있다"고 말하고, "볼프는 '좋은 인생', 즉 잘 사는 인생을 ▶잘 이끄는 인생 ▶잘 풀리는 인생 ▶기분 좋은 인생 등의 3가지로 설명 한다"면서 "한국교회가 초월적 영역에 우선적 가치를 부여하면서, 동시에 일상적 삶에서 공적 신앙을 실천할 때, 볼프가 말하는 '인간 번영'을 누릴 수 있을 것"이라 했다.
그렇다면 ▶잘 이끄는 인생(life being led well) ▶잘 풀리는 인생(life going well) ▶기분 좋은 인생(life feeling good)이란 무엇인가? 볼프는 잘 이끄는 인생에 대해 예수의 가르침에서는 "하나님과 이웃을 사랑하는 것"으로, 잘 풀리는 인생에 대해 예수의 실천에서는 "병든 자를 고치고 배고픈 자를 먹이는 것"으로, 기분 좋은 인생에 대해 예수의 가르침에서는 "기쁨"으로, 욥의 경우에는 "잔치"로 표현한다.
고 교수는 이러한 볼프의 주장이 한국과 같은 다문화 사회, 다종교 사회에 필요한 통찰력을 제공하고 있다면서 "한국의 다종교 다문화 체계가 각자의 고유한 진리 특성을 유지하면서, 동시에 서로가 함께 할 수 있는 공공선(Common Good)의 가치를 공유할 수 있다"고 했다. 또 "종교의 공적 기능, 종교의 자유, 사람과 다른 종교에 대한 존중에 기초한 사회는 갈등 지양과 평화 지향을 통해 사회 구성원들의 '인간 번영'을 가져오게 할 것"이라 했다.
한편 고 교수의 기조발제 후에는 김근주 박사(기독연구원 느헤미야 연구위원)의 사회로 고재길 교수를 비롯해 김찬호 교수(성공회대 교양학부 초빙교수)와 양혜원 박사(종교학, '인간의 번영' 번역자)가 패널로 참여하는 토의 시간이 마련되기도 했다. 이후에는 청중들과 함께 하는 질의응답 시간이 이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