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일보=사회] 평생 모은 전재산 7억원을 건국대학교에 기부한 이순덕 할머니가 28일 오후 향년 90세로 노환으로 별세했다.
이순덕 할머니는 2005년 서울 광진구 능동로 건국대 후문 앞 4억원 상당의 2층짜리 건물을 건국대에 기부한 것을 시작으로 이듬해 2006년 북한의 동생들을 위해 남겨 뒀던 예금 2억원을 학교에 기부했다. 또 2015년에는 건국발전기금으로 1억원을 기부했다.
'건대 기부 할머니'로 불리는 이순덕 할머니는 황해도 연백에서 태어나 열살 때 부모님을 잃고 어려서 가장이 됐다. 이순덕 할머니는 돈벌이가 될 만한 일을 찾아 집을 나섰다가 6·25전쟁이 터지는 바람에 두 여동생과 생이별하고 혈혈단신 건국대 인근인 당시 서울 모진동에 정착했다.
평생을 '피란민'이라는 생각으로 살았던 이순덕 할머니는 통일이 되면 두 여동생을 행여나 만날까 삯 바느질과 허드렛일을 하며 악착같이 돈을 모았다. 1961년에는 건국대 후문에 담배 가게를 열어 여동생들을 위해 적금통장 2개를 만들었다.
이순덕 할머니는 통일이 되면 그렇게 모은 돈으로 자신과 여동생들이 살 작은 연립주택 3채를 사 내부에 똑같은 가전제품을 넣어두고 살고 싶은 꿈이 있었다고 한다.
할머니는 그렇게 평생 모은 돈으로 건국대 후문 앞에 2층 건물을 마련해 1층에는 식당을 운영하고 2층은 건국대 학생들에게 세를 주며 살아왔다.
하지만 파킨슨병과 폐렴 등 지병이 찾아오면서 할머니는 '이산 상봉'의 꿈을 '건대 학생들의 꿈'을 위해 쓰기로 마음을 바꿔 건대 후문 앞 건물과 예금을 비롯해 혼자 살던 집까지 자신의 마지막 남은 유산을 모두 건대 학생들을 위해 기부했다.
건국대는 할머니의 이름을 딴 '이순덕 장학기금'을 운영하며 2015년부터 매년 가정형편이 어려운 학생 4명을 선발해 장학금을 수여하고 있다.
또 2006년 건국대 산학협동관 3층 강의실을 '이순덕 기념 강의실'로 이름을 붙였다. 150여석 규모의 강의실 앞에는 할머니의 사진이 새겨진 기념동판이 걸렸다.
앞서 기념 강의실 현판식 당시 이순덕 할머니는 만약 통일이 돼 동생들이 여기 와서 이걸 보면 내 늙은 얼굴을 알아볼 수 있을까 탄식하며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이순덕 할머니는 "학생들 덕분에 돈을 벌었으니 학생들에게 베풀고 가는 게 당연한 일이다"며 "많지 않지만 형편이 넉넉하지 못한 학생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또 "어렵게 번 돈을 이렇게 좋은 일에 쓸 수 있는 것은 내게는 큰 행운이다"며 "통일이 돼 동생들과 연락이 닿으면 학교가 매달 이자를 보내 주겠다고 약속했으니 이제는 편히 눈을 감을 수 있을 것 같다"고 밝혔다.
이 할머니를 곁에서 지켜본 이웃들은 "할머니는 자신을 위해서는 먹지도 쓰지도 않아 동네사람들이 다들 '이북 또순이'라고 부른다"며 "좋은 일을 많이 하신 분인데 통일을 보지 못하고 떠나 안타깝다"고 말했다.
고인의 빈소는 건국대병원 장례식장 102호이며, 발인은 30일 오전 6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