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해의 국제명칭을 결정하는 국제수로기구(IHO) 회의가 열리면서 동해 표기의 국제 표준 획득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국제표준 해도집 개정과 관련해 이 문제는 2002년 이후 벌써 세 차례나 IHO 총회의 의제로 올라 이번만큼은 결론을 내야 한다는 여론이 고조되고 있다.
IHO로서도 동해 표기 분쟁에 발목이 잡혀 1953년 3판 발행 이후 후속판을 못 내고 있는 국제표준 해도집 '해양과 바다의 경계(S-23)'의 개정이 필요해 문제 해결이 절실한 상황이다.
일제 치하인 1929년 S-23 초판에 동해가 일본해로 기록된 이후 83년 만의 국제명칭 복권 여부가 이번 총회 결과에 달린 셈이다.
한국은 그동안 줄기차게 기존의 일본해에 동해를 병기할 것을 주장했지만 일본의 반발로 2002년과 2007년 두차례 총회에서는 결론을 얻지 못했다.
하지만 이번 총회에서는 국제적으로 동해 병기 사례가 늘고 한국을 지지하는 회원국도 늘어나 기존과 달리 해볼 만하다는 분위기도 감지되고 있다.
한국 대표단은 S-23 개정 문제를 논의한 개막일 오후 세션에서 ‘동해’ 명칭의 정당성을 제기하면서 4판 발행 시 동해를 반드시 병기해야 한다는 의견을 주장했다.
이 수역이 2천 년 넘게 동해로 불려왔으며, 현재도 세계적으로 통용되는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을 들어 신판에 이를 반영해야 한다는 필요성을 강조했다.
한국 수석대표인 백지아 외교통상부 국제기구국장은 "동해 수역 표기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 당사국간 협의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며 "당사국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는 동해를 병기하는 것이 가장 최선의 방안"이라고 설명했다.
우리 측은 이러한 주장의 근거로 여러 국가가 지명에 합의하지 않으면 다른 명칭을 모두 사용한다는 IHO 기술 규정과 유엔지명표준화 회의 결의를 제시했다. 구체적으로 영국 해협과 도버해협 등 S-23 기존 판과 4판 초안에 다수의 병기 사례 있음을 지적하고 동해 병기의 당위성을 강조했다.
대표단은 또 세계 저명 지도제작사와 언론사들이 지도 표기에 사용하는 등 동해 병기가 국제 관행이 되고 있으며 항행 안전 확보 차원에서도 병기가 요구되고 있다고 밝혔다.
일본 대표단은 이에 대해 일본해가 국제표준으로 오랫동안 사용됐으므로 현행대로 개정판을 내야한다는 기존의 입장에서 물러서지 않고 있다.
일본 측은 동해의 명칭이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이름이 아니며, 이미 확립된 국제표준을 바꾸자는 주장도 수용할 수 없다며 맞서고 있다.
동해 병기 문제는 개막 첫날부터 뜨거운 이슈로 떠올랐지만, 한일 양국의 견해차가 확연해 최종 채택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다수 회원국이 한국의 동해 병기 요구를 심정적으로 지지하면서도 표결보다는 당사국간 합의로 원만히 풀어줄 것을 주문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과거 총회처럼 이번에도 해묵은 이 문제에 대한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다음번 총회로 넘기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IHO로서도 바다지명 국제지침서로서 권위를 잃은 S-23 신판 발행이 절실해 어떤 식으로든 개정판 발행을 강행할 것이라는 분석도 없지 않다.
총회 의장은 첫날 회의에서 독도 표기에 대해 한일 양측이 첨예하게 대립함에 따라 24일에는 다른 안건을 논의하고서 25일 이 문제에 대한 논의를 재개키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