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일보=교회] 지난 17일 오전 경기도 양평에 있는 종교개혁 500주년 기념교회에서 만난 송길원 목사는 약 8만9,000㎡ 규모의 기독교 문화공간인 '더블유 스토리'는 자신이 가정 사역을 시작하던 25년 전부터 꾼 꿈이었다고 말했다.
더블유스토리에는 종교개혁 500주년 교회 외에도 계란 모양의 '청란교회', '미술관', '산티아고 순례길', '포토존', '강영우 광장' 등이 있어 가족 테마파크이기도 하다며, 송 목사는 "가족 단위로 와서 쉬기도 하고 말씀도 나누는 그런 공간을 만들고 싶어 더블유 스토리를 구상하고 만들게 됐다"고 설명했다. 다음은 송길원 목사가 기독일보와 가진 일분일답이다.
▼이 곳을 통해 어떤 일을 하고 싶었는가.
가족들이 단순히 세미나만 참석해서 지적으로 알고 깨닫는데 머물지 않고 그걸 체험하고 누리고 느끼고 자기 것으로 만들 수 있는 그런 환경을 갖춘 공간이 필요했다. 그것이 여기까지 오게 된 배경이라 할 수 있겠다. 그 꿈의 한 자락으로 이 현장을 보게 된 것이다.
연구소(기독교가정사역연구소, 현 하이패밀리)를 시작할 때 25년 전에 꾸었던 꿈이고, 그때 테마파크를 해봐야겠다 했지만 번번이 좌절도 하고 실패도 했다. 꿈꿀 때야 좋다. 그때 열정이 불타 오르지 않는 사람이 어디 있겠나. 그것을 지탱 시키고 지속시킨다는 것이 어렵더라.
저는 완성된 결과물 앞에서 올라온 높이로 재지 말고 헤쳐 나온 깊이로 재 달라 그렇게 평가받고 싶다.
▼가족치료실은 어떤 곳인가.
러빙유 센터에서는 여성들을 대상으로 주로 신체 심리에 기초한 치료나 부모와 자녀가 함께하는 몸캠프가 진행된다.
가족들이 상담 받을 수 있는 상담실도 있고 모녀지간에 속삭이듯이 누워서 대화도 필요하지 않나. 그래서 신발을 벗고 들어가서 누울 수 있는 그런 전문화된 공간들이 따로 준비돼 있다.
그런데 이 곳에 있는 모든 것이 치유적이기는 하다. 미술관에 가면 5월의 작가라 불리는 박종근 화백의 그림이 걸려있는데 보는 순간 사람들이 울컥해 한다.
▼청란교회는 '계란' 모양으로 가족들이 들어갈 수 있을 만큼 작은 교회다. 어떤 이유인가?
랜드마크같은 것이 하나 필요했다. 그리고 우리가 교회를 가도 (가족들이)대중 속에 묻혀 버리는게 안타까웠다. 가족들이 서로의 눈빛을 살필 수 있고 표정을 읽고 옆에 있는 남편이나 자식들의 숨소리를 들을 수 있는 그런 공간이 오히려 필요하겠다 싶어서 제일 작은 교회를 지어보고 싶었다. 그게 6평이었고 해놓고 나니까 하나님의 지성소도 6평이라는 걸 알게 됐다.
그리고 알은 생명, 부활의 상징으로 각인돼 있다. 기독교의 핵심이 부활이고 생명인데 다른 어떤 모양보다는 그게 좋겠다고 생각했다.
특히 개신교 초기에 한국 교인들에게 닭은 치유의 상징이었다. 학질에 많이 걸려서 그때 서양에서 들어온 약이 있었다. 약 봉투에 닭 그림이 그려져서 권수(성경)와 함께 팔았다. 그래서 닭 그림을 보는 순간 병에 걸린 모든 사람들이 '아 살았다' 이런 느낌을 가졌다.
'교회' 하면 십자가만 생각하는데 '닭'도 그들에게는 생명을 가져다 주는 하나의 상징이었다. 그런 상징을 되살려 놓고 싶었다.
▼넌크리스천들도 자연스럽게 올 수 있는 문화 공간이 될 것 같다.
원래 출발부터가 기독교가정사역연구소로 1992년에 출발해서 일하다 보니까 기독교인들만의 것은 아니더라 싶었다. 그래서 이름도 하이패밀리로 바꿨다. 누구나 친근감 있게 '하이! 패밀리' 소리칠 수 있도록. 당연히 우리의 관심사는 (사역을)기독교로 제한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누구나 올 수 있는 소재가 문화라 그것조차도 하나의 고려 대상이었다.
'문화 신학'에 원래 눈을 많이 떴다. 칼빈주의의 문화관이 저한테 영향을 끼쳤고, 그것 때문에 우리의 삶에 전 영역에 (신학이)영향을 끼쳐야 한다는 생각을 했었다.
▼일상과 가정, 직업에서 어떻게 거룩함을 회복할 수 있을까.
예수를 닮기 위한 몸부림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몸부림 치다 보면 그분이 우리를 의롭다 여기시고 거룩으로 이끌어 주신다고 믿는다. 내가 거룩할 수 있어서 거룩한게 아니라 그분을 향한 열망을 갖고 몸부림 칠 때 어느 사이 나도 성화돼 가는 것이다. 그런 몸부림이 내 속에 있어야 한다.
▼건축물 디자인에도 종교개혁 정신을 많이 담은 것 같다.
초기 개신교에 대해서 하나의 아쉬움이 있다면 당시 카톨릭의 많은 상징물들에 우상 숭배적 요소가 있다고 다 한꺼번에 버려버린 것이다. 교회는 소독이 된 병원 건물처럼 바뀌어버렸다. 안타까운 것 아닌가? 이미지 영성인데... 성직자가 가운 입을 때, 성가대가 가운 입을 때 분위기가 다르지 않나.
중세에 그런 분위기들을 되살려 놓고 싶은 욕심이 있었다. (교회 내부)계단을 올라와보면 '솔라 스크립투라, 솔라 그라티아, 솔라 피데' 글귀 등 종교개혁 당시를 떠올리게 하는 것이 있다든지 (외부)계단만 해도 50계단이어서 종교개혁 500주년을 떠올리게 한다.
저희 교회에 파이프 오르간은 루터 시대 오르간의 보통의 크기를 상징한다. 중세 시대로 지금 되돌아갈 수는 없지만 이런 것들을 통해서 중세 시대의 혼과 분위기와 얼을 느낄 수 있으면 좋겠다.
▼교회 세습 논란에 대해서는 어떤 의견인가.
중세 당시 성직자들의 자녀들의 권력 다툼이 심했다. 근본적으로 그걸 거세하기 위해서 그레고리안 7세가 독신주의를 강조해서 권력 싸움이 없도록 원천봉쇄했던 것이다. 그런데 더 큰 부작용을 남겼다. 수녀원 연못에 태아 두개골부터 시작해서 태아 시체들이 즐비했다든지. 그게 데카메론의 배경이 되기도 했다.
요즘 한국교회가 세습의 문제로 몸살을 앓는 것이 사실이다. 저는 일정한 잣대로 얘기 안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시골교회에는 아무도 안 가는데 아버지의 뒤를 따라서 고통을 걸머지는 아들은 왜 세습이라 안하는가. 우리가 교회 목회 특성을 간과한 채 그런 잣대를 가지고 너무 재단을 하는 것이 오히려 먼저 고민해야 될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하나님 주신 이성적 판단과 합리적 기준을 따라서 합리적인 선택을 했을 때는 그걸 가지고 왈가왈부해서 교회의 것을 세상으로까지 끄집어내서 교회가 어떤 집단이라는 것을 자꾸 얘기하는 것 자체가 자해 행위가 아닌가 본다.
▼대형교회의 세습은 부의 세습으로 보여지기 쉽다. 그런 경우는 어떻게 생각하나.
그분의 아들이라는 것 때문에 세습된 것은 옳지 않다. 하지만 어떤 기준에 의해서, 그만큼 훈련된 사람이 없어서 그 교회를 이어갈 수 있다고 한다면 그건 자연스러운 흐름 아니냐는 거다.
인사위원회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인사위원회가 구성이 될 때 교회 외부 사람, 내부 사람을 두는 시스템을 구축해서 그 기준에 의해서 정해진 거라면 그건 따르는게 옳지 않을까? 교회 사정을 객관적으로 볼 수 있는 사람들이 인사위원회에 참여해서 합리적인 판단을 할 수 있으면 그게 좋지 않겠나. 그런 것들에 대한 개선책을 내놓는게 좋지 않을까 싶다.
무조건 이건 아니라고 얘기 하는 건 더 잃어버리는 것이 많더라는 것이다.
▼종교개혁의 소망을 이 시대에는 어떻게 이어 나갈 수 있을까.
종교개혁 500주년 기념교회를 세울 때 꿈꿨던 것은 '가정의 천국, 천국의 가정'이었다.
종교개혁가들은 개신교 1세대다. 그들이 관심 가졌던 것은 가정의 회복이었다. 그 관점에서 아무도 안 본다. 95개조 구텐베르크 성당에 붙인 반박문만 얘기하고 의신칭의 교리만 얘기한다.
종교개혁 당시 교황의 가장 큰 충격은 뭐였을까? 면죄부 이런 것도 있었지만 독신주의 등을 캐톨릭의 핵심 중 하나로 알고 있었는데, 16살이나 어린 폰보라 여사와 결혼을 해버린 루터라든지 과부와 결혼한 칼뱅이라든지 이런 데서 교황은 진짜 흔들렸을 것이다. 그 기본이 무너지고 있으니까.
제네바 컨시스토리라고 우리나라 치리회 같은 곳에서 다뤄지는 주제의 60% 가까운 것이 가정 문제였다.
종교개혁 정신처럼 당연히 성경으로 돌아가고 십자가 중심이 돼야 하지만 그 많은 역할이 가정의 회복에 있었다는 것을 한국교회가 잃어버리면 안되겠다는 생각이다.
그리고 우리가 종교개혁, 종교개혁 그러지 당시에는 그게 아니었다. 우리는 자꾸 교회개혁으로만 얘기하고 있는데 보다 광범위한 사회개혁이 일어났던 거다. 분명히 교회도 개혁되어야 하지만 이 세상에 우리가 사는 문화, 가족생태계를 어떻게 바꾸어 놓느냐는 것도 크게 관심 가져야 하는 일이다.
우리 교회는 숫자를 늘리기보다 이 사회를 어떻게 더 건강하고 성경적 도시로 바꿀 수 있을 것인가 거기에 소망을 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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