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일보 조은식 기자] 직장과 신앙 사이에서 고통스러워 하는 많은 그리스도인들이 있다. 교회가 이들을 책임지지 못한다면 누가 할 수 있을까. 최근 총신대에서 열린 한국기독교교육정보학회 춘계학술대회에서 이효재 박사(숭실대)가 주제강연을 통해 '일하는 그리스도인들의 일상을 담아내는 교회교육 프로그램'을 새롭게 제안해 큰 관심을 얻었다.
이효재 박사는 "일상이 시급하고 중요한 선교 현장이지만, 교회는 이를 정확하게 포착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성도들이 공적인 삶에서 무기력하지 않고 신앙으로 살아가도록 지원하기 위해 교회는 일하는 성도들이 자신의 일상을 신학적으로 이해하고 살아가도록 교육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평신도들이 매일 출근해서 일하는 일상은 사적 공간과 생존 수단이라는 차원을 넘어 그리스도를 모르는 세상에 복음을 드러내야 하는 공적 선교 영역으로 취급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 박사는 "교회가 일상 안에 담겨 있는 하나님의 섭리와 은혜의 손길을 발견하고, 일상적 삶을 향한 하나님의 요구에 적극적으로 부응하면서 하나님을 만날 수 있도록 성도들을 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성도들은 교육과 훈련 속에서 죄로 만연한 직장에서 신앙으로 하나님의 소명을 분별하며 죄악된 일상의 관습에 대립하고 개혁할 수 있는 동기와 능력을 얻어야 하고, "믿음의 안목으로 평범한 일상 속에 이목을 집중시켜 하나님의 임재를 발견하고 하나님의 선물로 주어진 일상을 지루한 반복이 아니라 풍성한 하나님의 손길로 경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그렇지만 현실은 어렵다. 이 박사는 "신실한 그리스도인들이 그들의 신앙으로 인해 직장에서 일반인들이 경험하지 못하는 또 다른 갈등을 겪는다"고 말하고, "그들 상당수가 직장에서 신앙인의 정체성 혼란을 겪고 있다"고 했다. 이어 "이런 문제로 인해 그들이 직장 안에서 이뤄지는 일상 가운데 매일 부딪히는 윤리적 문제를 대면할 때, 적당히 일반인들과 같은 자세를 취하거나 근본주의적인 신념을 고수하기도 한다"면서 "전자는 직장 소명을 실현하지 못하는 자책감을 주기 쉽고, 후자는 직장 내 따돌림 혹은 일방적 희생을 강요당하기도 해 고통을 당하게 된다"고 했다.
교회는 이런 이들을 감당하지 못하고 있다. 이 박사는 "성인 그리스도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한국의 대표적 교육 프로그램인 '제자훈련'에서도 직장인들의 일상을 주제로 한 단락이 없다"고 지적하고, "평신도들이 구체적 일상생활 속에서 어떻게 제자로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실제적 내용보다는, 성경공부에 그치고 있다"며 "세상을 변화시키는 것보다는 교회 성장과 공동체 유지에 치우쳐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고 했다. '제자훈련'에서 그리스도인의 봉사는 결국 교회를 섬기는 봉사로 귀결된다는 것이다.
때문에 그는 창조신학과 십자가 신학을 전제로 한 새로운 교회교육 프로그램을 제안했다. 그것에는 ▶노동의 소명 ▶고통스러운 직장 현실을 신학적으로 이해하기 ▶소명을 잃어버린 직장에서 그리스도인들이 삼위일체 하나님과 함께 함으로써 타락한 일과 직장을 구원하는 것 ▶비윤리적 직장에서 윤리적으로 살아가기 ▶자신이 어떤 직업을 가지고 어떤 직장에서 일해야 하는지 알아가는 소명의 분별 ▶돈의 유혹을 이기는 영성 ▶주일 성수 문제 ▶교회와 직장의 관계에 대한 바른 설정 등을 담고 있다.
이 박사는 마지막으로 "이윤 추구를 목적으로 하는 직장에서 일하는 그리스도인들이 하나님께서 주신 이웃 사랑의 소명을 실천해야 한다"고 당부하고, "교회가 성도들이 직장에서 살아가는 일상에 관심을 기울여 성도들이 직장 일상을 신학적으로 사유하며 자신들에게 주어진 소명을 살아갈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고 이야기 했다.
한편 "일상의 삶을 통한 기독교교육"이란 주제로 열린 행사에서는 이 박사 강연 외에도 오춘희 박사(독수리기독교학교연구소)가 "일상의 삶으로 접근하는 기독교교육: 세상의 미로 속에서의 기독교교육"이란 제목의 주제강연을 전했다. 또 오후에는 분과발표가 이뤄졌으며, 종합토론의 시간 후에는 오현주 박사(횃불트리니티대, 한국기독교교육정보학회장)의 사회로 정기총회가 마련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