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일보 조은식 기자] 최근 美복음주의 진영 안에서 아담의 역사성에 관한 논쟁이 뜨겁게 일어나면서 다양한 관점과 해석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는 가운데, 22일 낮 한국 송파제일교회에서 합신대 성경지리역사연구소 주최로 "아담은 역사적 인물이 아닌가?"란 제목의 '2017 성경지리역사 특강'이 열렸다.
김진수 박사(합신대 구약학)에 따르면, 역사적 아담은 아예 존재하지 않았다고 주장하는 신학자들이 있는가 하면, 역사적 아담은 실재했지만 인류의 생물학적 기원으로서 첫 인간이 아닌 모든 인류를 대표하는 '원형적 인물'(archetypal figure)이었다고 주장하는 학자들도 있다고 한다. 또 아담은 자신이 대표하는 부족의 족장이었으며, 아담이 타락할 때 이 부족 구성원들도 같이 타락했다고 보는 견해도 있다.
김 박사는 "아담의 역사성에 대해 이런 관점들이 나오게 된 배경은 '진화론'으로 알려진 생명 기원에 대한 현대 과학의 학설 때문"이라 지적하고, "창세기 1~3장에 대한 주해적, 신학적 탐구에서 출발해 아담의 역사성에 대한 이런 다양한 견해들이 나온 것은 아니"라 이야기 했다. 그러면서 그는 이런 주장을 하는 대표적인 학자 피터 엔스(Peter Enns)를 소개하고 반박했다.
피터 엔스는 생명의 기원에 대한 진화론적 설명에 비추어볼 때, 창세기 1~3장에 대한 교회의 전통적인 해석은 유지될 수 없다는 관점에서 출발한다. 그는 그곳에 소개된 아담 이야기는 사실상 인류의 기원에 대한 것이 아니라, 포로 후기 이스라엘 자기 이해에 대한 것이라 주장하고 있다.
김 박사는 "엔스 주장대로라면 창1~3장은 세상과 인간의 기원에 대해 역사적으로나 과학적으로 믿을만한 기록을 제공하지 않으며, 이 본문의 기록자도 그런 의도를 갖고 있지 않았던 것"이라 설명하고, "창1~3장은 포로기 후의 저자가 자신에게 익숙한 고대인의 세계인식 방식에 따라 '이스라엘은 누구이며 이스라엘의 하나님은 어떤 분인가'와 같은 물음에 답하고자 한 글일 뿐"이라며 "따라서 창1~3장에서 인류 기원에 대한 역사적 과학적 정보를 얻으려 해서는 안 되는 것"이라 했다.
이어 김 박사는 "엔스의 주장이 담긴 책 '아담의 진화'가 번역되어 한국 독자들에게도 점차 알려지고 있는데, 그의 주장은 창1~3장의 아담에 대한 교회의 전통적인 인해에 오류와 잘못이 있었다고 강하게 도전하기에 그의 주장에 대한 검토와 평가가 절실하다"면서 "엔스 주장이 신앙과 과학을 조화시키기를 모색하는 기독교인과 목회자, 신학자들에게 향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기에 아담 역사성을 부인하는 그의 주장이 성경적인지를 검토하는 것은 시급한 일"이라 했다.
그러나 김 박사는 '하나님의 말씀인 성경의 가르침은 변하지 않는다'(사40:8)는 성경말씀을 근거로 "성경의 원래 가르침에 귀 기울이기 보다 성경 외적인 것에 성경을 맞추려는 욕구가 해석자의 관심을 지배하기 때문에, 현재 유행하는 과학이론에 조화시키기 위한 성경해석은 처음부터 실패한 것"이라 강조했다.
그는 "모든 성경 해석자는 우선 성경 자체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는 보스(Geerhardus Vos)의 말에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말하고, "현재의 과학이론에 부합되는가를 묻기 전에 얼마나 성경의 가르침에 충실한지를 세심하게 살펴야 한다"면서 "이런 성경해석이야말로 신앙과 과학을 포함해 인간 삶의 다양한 질문들에 대해 참되고 올바른 해결방향을 알려줄 수 있다"고 이야기 했다.
그러면서 김 박사는 성경적인 아담에 관한 이야기를 서술했다.
① 구약에서 아담의 지위와 역할이 이스라엘의 그것과 유사하게 묘사되는 이유는, 아담이 태초로 옮겨진 이스라엘 자신이기 때문이 아니다. 그것은 아담을 지으신 하나님의 창조의도가 이스라엘에게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②구약에 강하게 나타나는 보편적 관심은 창세기의 아담 기사를 보편 인류의 기원에 대한 이야기로 읽기를 요청한다.
③ 구약이 아담의 범죄에 대해 침묵하는 것처럼 보이는 이유는 역사기록의 특성 때문이다. 창조부터 시간의 순서에 따라 역사를 추적하는 기록자의 입장에서 앞에 기술된 과거 사건을 거듭 언급할 필요는 없다. 과거 사건은 후속하는 사건의 원인으로서 언제나 전제되어 있기 때문이다.
④ 호세아6:7이나 에스겔28:12~19은 아담의 범죄를 구체적으로 언급한다.
⑤ 아담의 죄는 엔스가 주장하는 것처럼, 그저 순진하게 뱀의 말에 속아 넘어간 것에 있지 않고 자기에게 허락되지 않은 것(하나님처럼 되는 것)을 부당한 방법(명령을 어금)으로 얻으려고 한 반역행위에 있다.
⑥ 범죄행위를 통해 아담은 '눈이 밝아지는' 내적 변화를 경험했다. 이 변화로 인해 아담에게는 '벗음'에 대한 앎으로 특징지어지는 새로운 인식작용이 생겨났다. 그 결과 아담은 스스로 결핍을 채우고 수치를 가리려 애쓰는 자기중심적이고 이기적인 존재가 됐다.
⑦ "이 사람이 선악을 아는 일에 우리 중 하나 같이 됐다"는 평가는 아담이 선악을 판단함에 있어서 하나님께 의존적인 피조물의 위치에서 하나님처럼 독립적이고 자율적인 존재가 되었다는 의미이다.
⑧ 존재의 이런 변화는 하나님과의 관계단절을 가져오며, 이는 곧 영적 죽음을 뜻한다. 따라서 범죄와 더불어 일어난 내적 변화는 '네가 먹는 날에는 반드시 죽으리라'(창2:17)는 경고의 성취에 해당한다.
⑨ 아담에게서 일어난 하나님과의 관계단절과 영적 죽음은 후손들에게 그대로 전가된다. 이는 하와에게 내려진 출산의 고통, 땅의 저주, 아담에게 선고된 수고와 땀 흘림이 수반되는 노동과 죽음의 형벌이 후손들에게 그대로 전해지는 것과 같은 원리이다.
⑩ 구약성경의 가르침에 따르면, 아담과 그의 후손들 사이에는 긴밀한 연대관계가 존재한다. 이 연대관계에 의해 아담의 후손들도 아담의 죄에 연루된다. 그러므로 교회가 가르쳐온 원죄교리는 성경의 가르침에 부합한다.
⑪ 가인이 아벨을 죽인 일에 대해 타인의 보복을 두려워한 것은 '무심결에 별다른 생각 없이' 한 막연한 염려의 표현일 뿐이다.
⑫ 노아가 '의인'으로 인정받은 것은 그가 하나님의 특별한 은혜를 받은 결과일 뿐 그 이상이 아니다. 모든 것을 종합할 때 창1~3장은 분명히 아담이 인류 시조이며, 그를 통해 세상에 죄가 들어왔음을 가르친다.
한편 행사에서는 김 박사의 발표 외에도 장혜경 박사(아신대 신약학)가 "바울 서신에 나타난 아담의 역사성"에 대해 발표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