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일보 조은식 기자] 4.16 부활절이 지난지 얼마되지 않았다. 지난 21~22일 양일간 제주명성아카데미하우스에서 조직신학자 전국대회가 열린 가운데, 백충현 교수(장신대 조직신학)가 "셸리 케이건의 '죽음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신학적 비판과 응답"을 주제로 세속적 죽음의 절망을 살펴보고 성경적 죽음의 소망이 무엇인지 이야기했다.
셸리 케이건의 『죽음이란 무엇인가』(Death)는 2012년 미국에서 출판됐고 동일한 해에 한국에서 번역되어 소개됐다. 이 책은 예일대의 셸리 케이건 교수가 교양철학과목인 ‘Death’(죽음)이라는 수업을 1995년부터 17년 이상 가르쳐왔던 내용을 책으로 출판한 것이다. 2017년 현재까지 한국에서만 45쇄 이상이 발행될 정도로 인문학 분야에서 베스트셀러라고 한다.
그렇다면 한국에서 죽음에 관한 관심이 증대하게 된 원인은 무엇일까? 백충현 교수는 "그 직접적인 원인들 중 하나는 한국에서 자살이 아주 심각한 사회문제가 되었기 때문"이라 지적하고, "하루 40여 명보다 훨씬 많은 이들이 자살을 심각하게 생각하고 있다"면서 "이와 같이 죽음에 관한 관심이 사회적으로 크게 증대한 상황 속에서 케이건의 책이 나왔기에 많이 팔린 것"이라 했다.
케이건은 "죽음은 '삶의 끝'이고 '삶의 소멸'이라 주장한다. 그는 ▶인간이 육체와 영혼으로 구성되어 있지 않고 오로지 육체만이 존재 한다 ▶영혼은 존재하지 않으며 '영혼' '정신'이라는 용어는 인간 육체가 지니는 고차원적 기능들을 가리키는 개념적 도구일 뿐이다 ▶죽음은 끝이고 소멸이기에 죽음 이후의 영원한 생명, 즉 영생의 개념을 논하는 것은 불필요하다 ▶죽음에 대한 바람직한 태도는 죽음을 인정하며 신중하게 살아가는 것 등을 주장한다.
백충현 교수는 케이건처럼 "유한한 삶을 사는 단 한번뿐인 인생의 죽음을 마주하면서, 그것을 인정하되, 감사하면서 조심스럽게 살아가는 지혜가 분명히 필요하다"고 말했지만, "케이건의 결론적인 제안을 과연 대부분의 사람들이 받아들일 수 있는가에 관해서는 달리 생각할 수 있는 여지가 많이 있다"고 했다. 오히려 대부분의 사람들이 자신의 유한한 존재를 인정하면 할수록 더더욱 죽음에 대해 불안감과 두려움을 많이 느끼며 살 수 있다는 이야기다.
때문에 백 교수는 칼빈의 '기독교강요'를 언급하면서 "하나님을 인정하는 삶이야말로 지상의 생활을 감사할 수 있고, 또한 동시에 영생에 대해 올바르게 동경할 수 있다"고 했다. 더불어 "케이건의 입장은 성경 및 신학과는 확연하게 차이가 난다" 말하고, "그리스도인은 예수 그리스도의 죽음을 묵상하되 그 이후의 부활을 묵상하면서, 우리에게도 엄연히 죽음이 있을 것이지만 그것이 최종적인 끝이 아니라 장차 부활이 있을 것임을 확신하고 기대하고 소망한다"고 이야기 했다.
백 교수는 죽음과 부활과 영생에 관하여 성경적으로 및 신학적으로 더 많이 알기를 원하는 이들을 위해 마이클 부쉬가 엮은 '내 아버지 집에 거할 곳이 많도다'를 추천했다. 그는 "이 책은 장례식 설교들을 모아놓은 것인데, 세계적으로 유명한 신학자들과 목사들이 하였던 설교들"이라 말하고, "특이한 점은 여기에 있는 장례식 설교들은 거의 다 본인의 자녀들이나 가족들의 죽음을 겪으면서 행하였던 설교들"이라며 "모두가 한결같이 '내 아버지 집에 거할 곳이 많도다'라고 말씀하시는 예수님의 음성을 들으면서 죽음 이후의 세계와 부활을 기대하고 소망할 수 있었고, 죽음과 상실의 고통을 이겨낼 수 있었다"고 전했다.
한편 백 교수의 발표에 대해 논찬자로는 이상은 박사(서울장신대)가 수고했다. 이외에도 정장복 박사(장신대)가 "한국교회 설교개혁"을 주제로 주제 강연을 전했으며, 14명의 분과별 토론자들이 논문을 발표했다. 이번 제12회 한국조직신학자 전국대회는 '종교개혁 500주년의 비전을 바라 본 한국교회와 한국사회'란 제목으로 개최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