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일보=경제] 화장품업계가 내수부진에 관광상권 실종, 면세채널 성장 제동이라는 '3중고'에 빠졌다.
특히 서울 명동 등 주요 관광상권은 이미 올 초부터 매출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조치로 오는 15일 이후 중국인 관광객의 발길이 본격적으로 끊어지면 상황이 예상보다 악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내수시장은 이미 지난해 말부터 성장 둔화에 접어들었다. 국내 대표 화장품 기업인 아모레퍼시픽(090430)의 지난해 4분기 국내 화장품 매출액은 전년동기대비 0.1% 감소했다. 장기 불황과 정국 불안 등이 겹치며 전문점(-22%), 백화점(-7%), 할인점(-9%) 등 오프라인 채널 매출이 큰 타격을 입었다. 이니스프리 등 주요 브랜드도 국내 로드숍 성장이 둔화된 것으로 알려졌다.
관광상권의 로드숍 상황도 악화일로다. 내수 부진에도 중국인 관광객들의 큰 씀씀이를 바탕으로 고성장을 거듭해온 곳이지만 올해 들어서는 성장이 멈추거나 후퇴하고 있다.
이니스프리와 에뛰드하우스(이상 아모레퍼시픽), 더페이스샵(LG생활건강(051900)) 등 K뷰티 주요 브랜드의 명동 매장은 지난 1~2월 전년 수준의 매출을 올린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매 분기 두자릿수의 매출 성장을 거듭하던 브랜드들이 전년 대비 비슷한 매출을 올렸다는 점 자체가 매출 부진의 서막이라는 평가다.
중소·중견 브랜드는 상황이 더 안 좋다. 연매출 4000억원이 넘는 A브랜드의 경우 이미 1~2월 명동 매장 매출이 전년대비 4% 줄었다. 연매출 3000억원 수준인 B 브랜드는 1~2월 매출이 전년 월평균 대비 7~8%나 낮아졌다. 명동의 한 브랜드숍 매장 관계자는 "1월 이후 이미 매출이 30%나 줄었다"고 하소연했다.
전체의 70%를 차지하던 중국인 고객이 줄어들자 곧바로 매출이 꺾이고 있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일본과 동남아, 중동에서 온 손님이 늘고 있다고는 하지만 중국인이 빠진 것만큼 해줄지는 모르겠다"고 말했다.
면세 채널도 전망이 어둡기는 마찬가지다.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의 면세점 매출 성장률은 중국 정부의 한국 관광 제한 조치의 직격탄을 맞으며 지난해 50% 안팎에서 올해 10% 수준으로 급감할 것으로 예상됐다. 이들 화장품 기업들은 면세점을 통해 전체 매출의 30% 가량을 벌어들이고 있어 매출 전반의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문제는 중국 정부가 한국 여행상품 판매를 본격적으로 중지시키는 15일 이후다. 이미 크게 줄어든 중국인의 발길이 끊기면 명동과 면세점의 소비가 실종될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