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일보 조은식 기자] "지성적 신앙과 일상의 대화"를 주제로 진행 중인 종교개혁 500주년 기념 '평신도포럼' 두 번째 시간이 지난 8일 저녁 경동교회(담임 채수일 목사)에서 이만열 박사(숙명여대 명예교수, 전 국사편찬위원장)를 초청해 열렸다.
강영안 박사(서강대 명예교수)의 사회로 열린 행사에서 대담자로 나선 이만열 박사는 "기독교가 들어와 한국사회 여러가지 변화를 일으켰다"고 말하고, "처음에는 작은 변화였지만, 우리 사회를 근대사회로 만드는데 큰 변화를 줬다"면서 인간관부터 시작해 사회변혁까지 어느 것 하나 깊이 연관되지 않은 것이 없었다고 이야기 했다.
이만열 박사는 과거 초기 한국교회 성도들이 불의에 항거하고, 부정부패에 적극적으로 대항했던 기록들을 구체적으로 열거하면서 "현재 이런 것들이 과거에 비해 부족하지 않느냐, 한국교회 크리스천들은 사회 문제에 둔감한 것 아니냐"고 물었다. 특히 독립운동사 의혈투쟁 가운데 몇몇 '목사'가 가담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밝힌 그는 한국교회의 신사참배 반대 운동에 대해서도 "독립운동, 민족운동의 범주에서 해석될 수 있다"고 자신의 관점을 내놓기도 했다.
때문에 이런 분위기 가운데 초기 한국교회 기독교인들이 3.1운동에 적극 참여했다고 밝힌 이 박사는, 그러나 이로 말미암아 일제의 탄압이 심해지자 최권능 목사와 같은 "예수 천당" 류의 내세 신앙이 강화됐다고 밝히고, "비판, 특히 사회주의자들의 비판이 심했지만, 본인은 1930년대 극렬한 일제의 기독교 탄압, 이것을 이길 힘을 1920년대 크게 일으키신 예수 천당 신앙으로 배양됐기에, 이를 하나님의 섭리적인 역사라 생각한다"고 했다.
이 지점에서 강영안 박사가 "한국사회 변혁적인 힘으로 작용하던 기독교 신앙이 1945년 이후로 강화되어야 할 것 같은데, 왜 기독교는 보수화되고 정치로부터 멀어진 것이냐"고 물었다. 이에 이 박사는 한국교회가 ▶일제 잔재 정리를 못했다 ▶시작된 분단에 대해 교회가 침묵하고 오히려 힘을 줬다 ▶민주주의가 뿌리내려야 할 시기, 기독교가 힘을 주지 못했다는 이유를 제시했다.
이어 이 박사는 "남북문제나 한반도 통일문제 등에 대해 극단적 대립과 적대의식 고취 등의 문제가 있다 해도, 한국교회가 적어도 평화와 화해를 이야기 했어야 한다"고 말하고, "오히려 적대 의식을 강조하는 소리는 2000년대 더 강해졌다"면서 "대형교회의 출현 후 그 교회들이 민주적으로 운영되었다면 모르겠지만, 보스(?)의 의중대로 움직이니 그들이 자기 지위를 유지하기 위해서 정권과 타협해야 했는데, 정권의 요구대로 대응하다 보니 그리 되지 않았는가 추측하고 있다"고 했다.
이후 이 박사는 자신이 관여해 함께하고 있는 남북나눔운동과 외국인노동자들을 위한 의료혜택 등에 대해 구체적으로 설명하고, "올해는 종교개혁500주년의 뜻깊은 해"라며 "한국교회가 이런 때 반성하는 그런 것이 있어야 한다"고 이야기 했다. 특히 그는 루터의 '만인사제설'을 언급하면서 "종교개혁500주년에 한국교회에 필요한 것들이 많겠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만인사제설을 어떻게 실천할 것인가 대한 이야기"라며 "평신도들이 각성해서 루터의 만인사제설을 실천하는 것, 이것이 중요하고 긴급하지 않을까 싶다"고 했다.
더불어 이 박사는 "예수 잘 믿으면 돈 잘 벌고 건강하고...이것을 이야기 하는데, 이는 유교의 복, 샤머니즘의 복보다 못한 것"이라 지적하고, "예수는 '산상수훈'에서 그런 복을 말하지 않았다"면서 "기독교인들이 산상수훈의 복을 누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더불어 그는 "주는 것이 받는 것보다 복이 있다"(행20:35)는 그 복까지 기독교인들이 실천할 때, 한국교회 앞에 새로운 길이 열릴 것이라며 대담을 마무리 했다.
한편 (재)'여해와 함께'가 주최하고 경동교회, 크리스챤아카데미가 공동으로 주관하는 이번 평신도 포럼은 2월 김형석 박사(연세대 명예교수)와 3월 이만열 박사에 이어 4월에는 박상은 원장(안양 샘병원)을 초청, 강영안 박사와 대담을 나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