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14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공항에서는 북한 정권의 조선노동당 위원장 김정은의 형인, 김정남이 살해되는 끔찍한 사건이 발생하였다. 그것도 세계가 경악한 VX라는 신경계 화학물질로, 국제협약에 따라 사용이 엄격히 금지된 약물로 인한 것이다.
맹독성인 이 물질은 피부를 통해 인체에 흡수될 경우, 신경가스인 사린(Sarin)보다 최소 100배 이상의 독성을 발휘하며, 호흡기를 통해 흡입할 경우에는 2배 정도 더 독성이 강하다고 한다. VX는 10mg으로도 사람을 죽일 수 있고, 피부를 통한 흡수가 호흡기 흡수보다 더 치명적인 물질로 알려지고 있다.
이런 물질로 사람을 암살한다는 것은 그 잔인성과 비도덕성, 그리고 사람의 인권을 무시하는 행위로, 국제 사회에서 비난 받아 마땅하다.
이번 사건에 대하여 국제사회에서는 김정은이 주도하여 일으킨 사건으로 보고 있으며, 철저하게 준비되고 계획된 사건으로 보고 있다. 북한 정권 내부의 갈등과 문제점에 대한 것은 자세히 알 수 없으나, 사망한 김정남이 평소 북한의 권력세습을 비난해 왔다는 점으로 미루어 보아, 김정은이 계획적으로 자기의 형을 죽인 것으로 추측하기에 충분하다.
국제 사회에서 사용이 금지된 화학물질로 사람을 살해한 것은, 천인공로(天人共怒)할 사건이다. 그것도 수많은 사람들이 이용하는 국제공항에서 백주(白晝)에 살상을 일으킨 것은, 세계인이 공분(公憤)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들었다.
북한은 국제사회의 만류와 규제에도 불구하고, 핵 개발, 장거리 미사일 개발로 세계 평화를 위협해 왔는데, 이번에는 맹독성 물질을 가지고 사람을 죽이는 만행을 저질렀다.
이에 대하여 우리 정부의 윤병세 외교장관은 최근 유엔인권이사회 연설에서, ‘북한 지도층을 국제형사재판소(ICC)에 회부하여 처벌해야 한다’는 것과, ‘북한을 유엔 회원국의 자격 정지를 고려해야 한다’고 하였다.
그러나 북한은 자신들은 화학무기를 사용하지도 않고, 생산하지도 않고, 비축하지도 않고 있다고 주장하였다. 국제 사회의 비난을 의식한 거짓 해명이라고 본다. 우리나라의 “국방백서”에 보면, 북한의 화학무기 보유는 2,500~5,000톤에 이르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핵무기에 버금가는 위협적인 무기 보유이다.
북한 당국은 이번에 맹독성 화학무기로 사람을 살해한 것을 시인하고, 그들이 보유한 모든 화학물질을 폐기하며, 주민들에 대한 ‘인권 유린’을 중단하여야 한다. 그리고 다시는 그와 같은 일들이 재발하지 않도록 국제 사회에 약속해야 한다.
만약 이런 과정을 거부하고, 이를 바로 잡지 않는다면, 북한은 세계 모든 나라로부터 점점 고립될 것이며, 결국은 북한정권은 고사(枯死)하게 될 것이다. 국제사회도 하루 속히, 북한의 이런 만행에 대하여 용납할 수 없음을 보여주어야 하며, 북한 당국 스스로 헛된 도발과 호전성을 포기하도록 만들어야 한다.
북한 당국은 2010년에도 김정일이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 사건으로 국제형사재판소(ICC)에 제소된 적이 있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그의 아들인 김정은이 제소된다면, 아버지와 아들이 대를 이어 국제 사회의 범죄자가 되는 것이며, 국가로서는 두 번째나 ICC에 제소되는 기록과 함께, 큰 불명예를 안게 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