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위원회가 통신요금 인하방안을 발표한 지 두 달이 다 돼가고 있지만 정작 이동통신사의 구체적인 행동은 눈에 띄지 않고 있다.
방통위가 요금 인하방안을 발표한 지난달 2일 이통사 중 처음으로 인하안을 내놓은 SK텔레콤[017670]은 9월에 기본료 1천원 인하와 무료 문자 50건 제공을 이행할 계획이다.
28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SK텔레콤이 7월부터 도입한다던 맞춤형 스마트폰 요금제와 기존보다 저렴한 선불 요금제는 현재 최종 인가작업에 들어가 이번 주 또는 다음 달 초에야 시행될 전망이다.
SK텔레콤은 음성·데이터·문자에서 각각 7가지·5가지·4가지의 선택사항을 하나씩 골라 조합하는 맞춤형 요금제와 1초당 통화료를 최대 6.3% 인하한 선불요금제를 마련했지만, 방통위와 협의해 이용자 혜택을 늘리는 방향으로 일부 수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장시간의 검토작업 때문에 발표일이 예상보다 지연됐지만, 맞춤형 요금제를 이용하는 소비자의 선택권이 확대되는 등 기존 계획보다 개선된 방안이 발표될 것으로 예측된다.
문제는 KT[030200]와 LG유플러스[032640]다. 두 이통사의 요금 인하방안은 아직 윤곽이 그려지지 않고 있다. 두 사업자는 "내부적으로 다각적인 검토를 하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
다각적인 검토란 회사의 재무구조와 매출 상황, 소비자와 사회의 요구 등을 모두 만족할 만한 방안을 찾는 것이라고 이통사 관계자들은 전했다.
업계에서는 KT와 LG유플러스가 이번 통신요금 인하방안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기본료 인하를 시행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두 이통사는 기본료 1천원 인하 시행 여부에 대해 공식적인 견해를 내놓지는 않았지만 "소비자가 체감할 수 있는 혜택을 주지도 않고 미래 투자 동력만 감소시킨다"며 시행하기 곤란하다는 뜻을 내비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KT와 LG유플러스는 업계 후발업자이기 때문에 기본료를 인하하면 매출에 직접적인 타격을 입고 경쟁에서 더욱 뒤처진다는 점을 강조한다.
이 때문에 두 이통사는 기본료를 인하하기보다는 노인과 청소년, 서민 등 계층을 위한 할인 요금제나 소비자에게 우회적인 혜택을 주는 방안을 고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KT와 LG유플러스는 요금 인하방안을 이달 안에 발표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SK텔레콤이 9월 기본료 1천원 인하 및 무료 문자 제공을 시행한 이후에도 요금 인하방안이 나올지는 미지수다.
KT와 LG유플러스는 SK텔레콤이 2006년 1월 발신자전화번호표시(CID) 서비스 무료화를 전면 시행한 지 1개월 뒤에 일부 무료화하고, 4년 뒤에 전면 무료화했다. 초당과금제도 작년 3월 SK텔레콤이 먼저 도입한 지 약 8개월 뒤에 도입한 전례가 있다.
정부나 소비자가 사업자에게 요금을 인하하라고 강요할 근거는 없다. 그러나 사회적으로 관심이 많은 사안을 두고 사업자가 눈치 보기 식으로 아무런 입장을 표명하지 않는 것은 문제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방통위 관계자는 "KT와 LG유플러스도 최대한 빨리 요금 인하방안을 제시하면 좋겠는데 아직 아무런 기미가 없어 답답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