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청년들은 지금 출구 없는 골목에서 아무런 보장 없는 무한경쟁에 내몰리고 있다. 대학진학률은 최근 몇 년 간 70%가 넘는데, 대학졸업자들의 취업률은 50%를 가까스로 넘고 있다. 그나마 취업을 한다고 해도 대부분 비정규직을 전전하거나, 아르바이트를 직업으로 선택하는 이들이 부지기수다. 치열한 입시경쟁을 뚫고 대학에 진학해도, 청년들은 또 다시 취업경쟁에 뛰어들면서 사적인 연애나 결혼을 포기하는 청년들을 통해 전망할 수 있는 한국사회의 미래상은 암울하다."
[기독일보 조은식 기자] 대한민국 청년들의 현실이 이렇다. 지난 21일 낮 한국교회100주년기념관에서는 예장통합 총회 사회봉사부 주최로 "한국교회와 청년복지"를 주제로 '제101회기 사회복지 현안세미나'가 열렸다. 행사에서 성석환 교수(장신대 기독교와 문화)는 "한국사회의 청년문제에 대한 공공신학적 이해"를 주제로 주제발표를 했다. 위 한국 청년들의 현실에 대한 지적은 성 교수의 발제 시작이었다.
성석환 교수는 "모름지기 청년의 시기 도전하고 실패를 통해 배우는 때라고 말하는 것도 사치가 되는 상황에서, 종교계를 비롯해 학계와 정치권에서 제시하는 해법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며 "청년 개개인들을 위로하고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는 것과, 청년 일자리 창출을 위해 기업과 노동계를 압박하는 정책을 내 놓는 것"이라 했다. 전자는 대부분 소위 '힐링'이라는 테마로 청년들의 마음을 다독이며 그들의 아픔을 치유하려고 했고, 후자는 결국 최근 '유연고용제'와 '임금피크제'라는 제도를 시행하는 것으로 해결하려고 한다. 그러나 성 교수는 "이런 식의 접근이 지금 청년들이 처한 우리 사회의 상황을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는 없다"고 했다.
기독청년들은 이런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을까? 그리고 기독교 신앙은 이런 상황에 어떻게 대처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을까? 성 교수는 "정확한 통계가 뒷받침되는 것은 아니지만, 대부분 기독청년들이 이런 상황을 신앙의 문제와 결부시켜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기독청년들은 '구차하기 그지없는'(?) 문제를 굳이 교회에 와서까지 드러내지 않으려고 한다. 그래서 사회적 실패가 용인되고 포용되기 보다는, 오히려 은폐 된다"고 했다. 더불어 "이 시대의 청년문제가 심각하다는 것에 대해서는 공감하고 있지만, 사회적 차원의 접근보다는 개인이 각자 해결해야 할 문제로 인식하고 구체적인 방안을 고민하는 경우는 드물다"고 했다. 덧붙여 "가난한 이웃을 돕자는 일에는 동의하지만, 그들의 가난이 왜 발생했는지에 대해서는 무관심하다"면서 "청년들은 교회에서도 사회적 역할로부터 배제 된다"고 했다.
그런데 이런 상황에서 최근 일부 서구 지식인들과 사회학자들이 놀랍게도 종교의 사회적 역할을 활발하게 재조명하고 있다고 한다. 성 교수는 "근대주의가 종교를 사적 영역으로 밀어냈는데, 그래서 공적인 영역의 합리적 공간으로부터 종교를 분리시켰는데, 지금은 종교의 공적 역할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면서 "심지어 종교 없이는 합리적 공동체가 형성되기 어렵다고 말하기까지 한다"고 했다.
성 교수에 따르면, 이런 트랜드에 발맞춰 복지영역을 포함해 지역사회의 의제를 해결하기 위해 종교계 의견을 수렴하고 보조를 맞추는 일들이 공공연하게 나타나고 있다고 한다. 그는 "이런 일들이 가능했던 교회나 기독교 지도자들은 그나마 공적인 의식을 갖고 있는 경우"라 말하고, "그들은 사회적 의무와 종교적 의무에 공히 충성할 수 있었다"면서 "이들을 통해서 '새로운 교회의 표현들'이 곳곳에서 출현하고 있고, 지역사회와 함께 공동체적 삶을 사는 것을 선교라고 인식하는 이들이 나타나고 있다"고 이야기 했다.
최근에는 한국에서도 기독교의 공적인 역할에 대해 강조하면서 지역사회와 연대하자는 주장들이 많이 제기되고 있다. 성 교수는 "공공신학이 교회 외부의 다양한 주장들과 대화하며 기독교적 가치를 이해할 수 있도록 제시하는가 하면, '선교적 교회'(Missional Church)라는 움직임은 교회가 성장과 번영을 지양하고, 하나님의 선교의 지역적 실천에 헌신해야 한다고 주장 한다"고 했다. 특히 활발하게 논의되고 있는 '선교적 교회'는 지역사회에서 하나님의 선교를 실천하는 제자공동체가 교회라고 주장하고 있는데, 이러한 교회는 지역사회를 전도의 대상으로만 구분 짓지 않고 있다. 선교적 교회의 구성원들에게 중요한 것은 지역사회에서 말씀하시는 하나님의 음성을 듣고, 또 성령의 말씀에 귀를 기울이고, 사랑 안에서 이웃들의 목소리를 경청하는 것이다.
다만, 성 교수는 "기독교의 공적 역할을 강조하는 새로운 시도들도 현재 한국의 청년들이 직면한 위기에 대해서는 별 다른 언급이 없다"면서 "기독청년들도 현 상황의 문제들을 공적인 신앙이라는 차원에서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성석환 교수는 "한국교회의 기독청년들이 더 강력한 동기, 즉 신앙에 의해 현 상태를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 정당화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자신들에게 주어진 부당한 현실에 저항하고 대안을 모색하는 청년을 배출하는 것이 아니라, 철저히 시류에 순응하는 무기력한 기독청년을 길러내고 있다"고 비판했다. 때문에 그는 "교회가 청년들에게 하나님 나라의 복음에 기초한 예수 그리스도의 길을 따르는 길을 제시해야 한다"고 말하고, "오늘 이 시대 청년들에게 증언할 수 있는 공적인 실천방안들이 구체적으로 제시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무엇보다도 성 교수는 "기독청년이 예수 그리스도의 제자로 부르심 받은 의미가 한국사회에서 무엇인지를 분명히 깨달아야 한다"고 말하고, "그것은 세상과 분리되는 것도 아니고, 값싼 은혜의 눈물을 흘리는 것도 아니"라며 "청년의 때에 하나님의 부르심의 의미를 되새기고(전12:1), 제자의 삶이 어떤 것인지 분명히 알아 무리 속에서 그리스도가 전하신 하나님 나라의 복음을 증언할 수 있어야 한다(마28:19~20)"고 했다.
이를 위해 성 교수는 "먼저 청년들이 자신들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참여의 공간, 연대의 경험이 제공될 수 있는 장이 필요하다"고 말하고, "이것은 기독청년들이 우선적으로 동시대 청년들을 위해 주도해야 할 과제"라 이야기 했다. 특히 그는 "교회의 지역사회에 대한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하고, "교회는 지역사회의 지역적 정체성과 무관할 수 없다"면서 "지역교회가 아닌 교회도 많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교회가 공유하는 지역적 특성과 필요에 대해 주도적으로 파악하고 이에 책임적으로 대처하는 태도가 필요하다"고 했다.
물론 그 동안 교회가 지역사회를 단지 전도의 대상으로만 간주하고 수행하는 복지사역의 경우, 교회의 가부장적이고 교회중심적인 관점으로 인해 지역공동체로부터 외면을 받는 경우가 많았다. 성 교수는 이런 상황이 서구에서도 복음주의 계열의 교회들이 경험하는 한계였다고 지적하고, "한국교회는 이런 한계를 극복해야 한다"면서 "이런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지역사회 구성원들과 대화하게 되고 공론을 형성할 여지가 생긴다"고 했다.
더불어 성 교수는 "기성세대가 그나마 이렇게 해서라도 지역의 구성원들과 접촉할 기회를 마련할 수는 있겠지만, 청년들은 전도에도 무관심한 경우가 많고 청년부 내부에서 경험하는 종교행위가 지역사회를 통해 드러날 기회가 별로 없다"면서 "지역사회의 다양한 이들과 만날 기회를 의도적으로 만들고, 그 지역과 공동체에서 우선적으로 요청되는 참여와 연대의 실천이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파악하고 자원들을 동원하는 경험이 필요하다"고 했다.
특별히 성 교수는 "기독청년이 '선교적 교회' 관련 논의에 조금 더 접근할 수 있도록 다양한 자료와 정보 제공이 필요하다"고 말하고, "현재 교회 밖에서 실천되고 있는 다양한 공동체 관련 사업들에 교회의 청년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구체적으로 그는 "협동조합이나 마을기업, 사회적 기업 등의 공동체적 작업에 주도적으로 참여함으로써 지역사회에서 소통하고 변혁을 일으키는 경험을 갖도록 해야 한다"고 이야기 했다.
마지막으로 성 교수는 "지역사회에서 참여의 경험을 하려면, 먼저 기독청년들의 신앙이 무리와 세상에서 제자의 공적 삶을 살아가야 한다는 인식이 공유가 되어야 한다"고 다시 강조하고, "그들에게 공론장이 허용되어야 한다"면서 "사회적 의제나 정치적 사안들에 대해 신학적 관점을 갖고 공적인 역할을 위해 참여하도록 격려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덧붙여 교회는 "기독청년들이 공적인 신앙으로 스스로 자신들의 문제를 해결해 나가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이야기 했다.
한편 세미나에서는 성석환 교수의 발표 외에도 정무성 교수(숭실대 사회복지학과)가 "저출산 고실업 시대의 청년복지 정책과제"란 제목으로 주제발표를 했다. 또 청년들이 직접 발언하는 발표의 자리도 마련되어 "도움을 구할 곳도 받을 곳도 없는..결국 혼자인가요?: 교회 안의 청년 이야기"(정인곤 기독청년아카데미 사무국장) "얼마나 더 노력해야하죠?: 청년부채와 주거문제"(이충희 한국기독청년협의회) "생육하고 번성하라구요?: 청년취업과 결혼문제"(박제민 기독교윤리실천운동) 등의 발표가 이뤄졌다. 마지막에는 조흥식 교수(서울대 사회복지학과)의 사회로 종합토론의 시간이 마련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