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과 대립, 청산 정치를 극복하는 새로운 대안, 연정(聯政) 협치(協治)가 모색되어야 한다.
'대통령 퇴진정국'이라는 이번 사태는 우리사회로 하여금 새로운 정치를 이끌어내도록 요구하고 있다. 박근혜 정부와 그 비선 측근들에 의해 촉발된 이번 사건은 잘못된 일이며 불행한 사건이다. 우리 사회의 앞날을 위해 그 잘못에 따른 반성과 진상 규명이 있어야 한다. 그러나 불의하고 잘못한 사람들을 고발하고 심판하는 것으로 그쳐서는 안된다. 이런 일들이 다시는 반복되지 않도록 권력 형성 및 배분과정 문제와 정치리더십 문제 등 상응하는 개헌과 새 권력체제를 만들어야 한다. 촛불과 태극기로 갈라진 탄핵정국을 계기로 우리 사회가 안정되고 공의가 하수같이 흐르는 국가공동체로 거듭나기 위하여 샬롬나비는 연정 협치론을 제안한다.
1. 촛불의 무조건 퇴진과 청산 요구, 태극기의 무조건 옹호는 우리 사회를 얼굴없는 대중이 지배하는 사회로 변질시키고 있다.
촛불 시위가 내거는 구호들 '탄핵 안 되면 혁명,' '사드 철회,' '개성공단 재개,' '현금 살포,' '무조건 구속,' '친일파·군부 무덤 파헤치기' 등은 우리 사회를 분노의 도가니 속으로 몰아넣고 있다. 이를 지지하는 사람들이 많은 듯 보이지만 '헌재 승복,' '사드 배치,' '대북 제재 지속,' '약자 우선 복지,' '증거 있어야 구속,' '과거 아닌 미래 지향'을 원하는 사람들도 결코 적지 않고 점차 커지고 있다. 중도적 합리적 지성을 지닌 자들은 무책임하고 얼굴 없는 대중이 쥐고 휘두르는 사회, 이성 아닌 감정이 지배하는 사회, 부조리를 비합리가 대체하는 사회, 몰상식을 또 다른 몰상식이 끌어내리는 사회를 걱정하고 있다.
2. 촛불과 태극기의 대립은 한국과 한국정치가 거듭날 수 있는 연정(聯政)협치(協治)론을 제시한다.
오늘날 촛불과 태극기의 대립은 해방 후 신탁통치 찬성과 반대의 대립과 같은 양상을 띠고 있다. 이는 결단코 우리사회가 선진국으로 발전하는데 바람직하지 않고 우리를 남미처럼 만성 중진국 수렁에 빠뜨릴 수 있다. 촛불은 일부 정치세력의 무책임과 거짓에 대한 분노와 우리나라가 최소한 공의가 하수같이 흐르는 국가공동체가 되기를 바라는 염원이 모아져 타오르고 있다. 태극기는 일부 정치세력 때문에 국가의 근간이 흔들리는 것에 대한 불안과 최소한 국가질서가 위태로워져서는 안 된다는 애국심이 펼쳐져 나부끼고 있다. 촛불과 태극기, 이 둘의 최대공약수는 '나라꼴이 이게 뭐냐'는 질문과 '나라꼴을 어떻게 해야 정상화할 수 있을 것이냐'는 질문에 있다. 이러한 대립은 서로의 강점과 약점을 인정하면서 대화와 양보로서 우리 사회를 국민적 대통합으로 나가게 하는 계기와 기회를 제공한다. 극단적 대립과 청산구도 보다는 상호 인정과 협력, 해법(解法) 절차가 우리 사회에 요청된다.
3. 새로운 정치 이념인 연정 협치론은 오늘날 탄핵과 대립정치에 새로운 대안으로 모색되어야 한다.
촛불측은 뜬소문에 불과한 '탄핵 심판 이상 기류설'을 퍼뜨리며 대대적 군중 동원에 들어갔다. 이에 맞선 태극기측도 최대 규모 집회를 공언하고 있다. 오로지 헌법과 법률에 근거해야 할 헌법재판소의 탄핵 심리를 군중의 힘으로 밀어붙이겠다는 것과 다름없다. 이대로 간다면 헌재가 어느 쪽으로 결론을 내리든 다른 한쪽의 불복과 반발이 불을 보듯 뻔하다. 대한민국 정부의 제1 사명은 헌법과 법치, 자유민주 체제를 수호하는 것이다. 지금 대통령은 헌법과 법률 위반, 민주주의 일탈 혐의로 탄핵 소추돼 있다. 그래서 헌재에서 헌법과 법률, 민주 절차에 따라 재판이 진행되고 있다. 양측이 이것을 부정하고 불복을 시사한다는 것은 유리할 때만 헌법·법률·민주이고 불리하면 언제든 반(反)민주, 반(反)법치로 돌아설 수 있다는 뜻이다.
4. 새로운 정치 목적과 방법이 분명한 '연정협치론'은 국민적 대통합을 위해서 환영할 만한 일이다.
최근 정치권에서 안희정 후보를 필두로 남경필 후보 등의 여야 정치인을 불문하고 '연정협치론'을 서로 화답하듯이 선거공약으로 제시하고 있다. 이러한 연정협치의 목적은 "차기 정부의 원활한 정책 추진을 위해서는 현 국회의 협조가 물리적으로 필수적이기 때문"이라는 데 있다. 정운찬 전총리의 '동반성장론'은 '연정협치론'과 크게 봤을 때 그 궤를 같이 하고 있으면서 그것을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동반성장을 통한 국민적 통합" 차원으로 표현하였다. 안지사의 충남도와 바른정당 남지사의 경기도에선 실질적인 협치 실험이 이뤄지고 있다. 이런 노력들은 크게 평가되어야한다. 이 연정 고민은 궁극적으로는 한 사람에게 비정상적으로 권력이 집중된 제왕적 대통령제를 끝내고 분권형 협치 대통령제로 가는 개헌으로 연결돼야 한다.
5. 연정과 협치가 가능할 수 있도록 하는 분권형 대통령제이라는 새로운 헌법제도가 만들어져야 한다.
진보와 보수를 참칭(僭稱)하는 정치세력만의 연정협치여서는 안 된다. 촛불과 태극기 속에 놓여 있는 순수한 애국와 사회통합이 연정협치의 목적이어야 한다. 그것은 일인이 모든 권력을 갖는 제왕적 통치자가 되는 것이 아니라 서로의 차이를 인정하면서 자유민주주의라는 헌법적 가치 아래 권력을 분담하여 서로 밀어주고 협력하는 새로운 정치를 말한다. 이 연정 고민은 궁극적으로는 한 사람에게 비정상적으로 권력이 집중된 제왕적 대통령제를 끝내고 분권형 협치로 가는 개헌으로 연결돼야 한다. 2005년 노무현 대통령은 한나라당에 대연정을 제안했다. 지역주의 타파를 위한 선거구제 개편에 동의해준다면 한나라당이 추천하는 총리에게 내각 구성권을 주겠다는 제안이었다. 당시로서는 충격적인 발상이었으나 참신한 새 정치의 구상이었다. 당시 한나라당은 노대통령 제안이 정치적 위기를 탈출해보자는 의도이고 정치 현실과 맞지도 않는다면서 거부했다. 이는 한국 정치가 퇴보한 역사을 낳았다. 우리는 오늘날 탄핵정국에서 그 결과를 보고 있는 것이다.
6. 연정 협치론은 권력얻는 수단이 아니라 서로의 강점(촛불의 공정한 사회와 태극기의 종북척결)을 인정하는 사회통합을 위하여 필요하다.
단지 권력을 장악하려는 '치우치고 사적인 목적에 따른 연정'과 '공의롭지 못한 방법에 따른 협치'는 단순한 야합에 불과하다. 우리 역사 속에서 명멸한 수많은 야합 정치는 우리에게 분단과 갈등과 대립이라는 큰 상처를 남겨왔고 오히려 확장시켜왔을 뿐 조금도 치유하지 못했다. 어떤 목적의 연정이며, 어떤 방법의 협치냐가 매우 중요한 까닭이 바로 여기에 있다. 촛불측 참여자의 순수한 마음인 부정부패 척결과 정의롭고 공정한 사회 정신, 태극기측 참여자의 순수한 마음인 종북 척결은 서로 존중되어야 한다. 정치인들의 몫은 무분별한 참여가 아니라 이러한 두가지 열기를 승화시키는 역할을 해야 한다. 불가예측의 국제사회에서 우리 사회가 지향해야 하는 길은 서로 청산하고 죽이려는 정치보다는 서로의 약점은 덮어주고 강점을 수용하고 인정함으로써 정직하고 공의롭고 서로가 견제하고 상생하는 안정된 국가공동체를 이루는 것이다.
7. 유래없는 국내외 위기상황에서 당파적 태도가 아닌 국가안정을 우선시하는 상생하는 타협정치가 필요하다.
지금 우리 정치 상황은 12년 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안보·경제 동시 위기에 유례없는 국가 리더십 붕괴까지 겹쳐 있다. 앞으로 헌재에서 탄핵 여부가 결정 나면 찬반 세력 간 골이 더 깊어져 어떤 일이 벌어질지 알 수 없다. 지난 4년동안 박근혜 정부는 야당의 사사건건 반대로 경제활성화를 위한 정책을 제대로 실천하지 못했다. 앞으로 들어설 새 정부도 연정에 기반한 협치(協治) 없이 이 위기를 헤쳐나갈 수 있겠는가. 4차 산업혁명을 위한 입법을 해나갈 수 있는가. 여야 정치인들은 개인이나 당리 당략이 아닌 국가를 먼저 생각해야 한다. 너죽고 나살기식의 제로섬 게임이 아니라 너도 살고 나도 사는 상생 정치가 우리 사회에 요청된다. 촛불측의 강점인 부정부패 척결, 태극기측의 강점인 종북 척결을 서로 인정한다면 우리 사회는 통합의 기반을 형성할 수 있다. 한국정치가 이번 탄핵정국을 계기로 대립과 갈등중심의 정치에서 다름을 인정하면서 협력과 상생의 정치로 전환되기를 바란다. 개인이나 당이 아니라 사회와 국가의 안정이 모든 것의 근본이다.
2017년 2월 16일
샬롬을꿈꾸는 나비행동